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산 넘고 산/강원 충청 산 92

잠두산, 백석산 / 오지 산행, 눈길을 열어 산길을 만들고

잠두산(蠶頭山 1244m), 백석산(白石山 1365m) 오지 산행, 눈길을 열어 산길을 만들고 강원도 평창군 (2015.2.22. 비 후 갬. 0.5~7.7℃) 모릿재-잠두산-백석산-마랑치-던지골(대화리 4반) (약 10㎞. 5시간 반) 모릿재에서 차를 내리니 바람소리가 난다. 아침까지 내리던 비는 이곳에서는 눈이었던 것 같다. 바람은 불지만 귓볼에 닿는 감촉은 부드럽다. 얇은 장갑에도 손이 그리 시리지 않다. 눈은 산밑에서부터 장구를 갖추어야 오를 수 있을 정도로 한 자는 쌓였다. 산 밑에서 잠시 바닥이 보였을 뿐 온통 눈세상이다. 앞사람이 무릎까지 오는 눈을 헤쳐서 길을 트고 그것을 밟고 올라가는 것만도 숨이 차다. 그저 일정하게 호흡하며 무던히 오르는 수밖에 없다. 오대산 두로봉에서 용문산으로 이어..

치악산 비로봉 / 황골로 오르는 짧은 산행길

치악산 비로봉(1288m) 황골로 오르는 짧은 산행길 강원도 원주 (2014.10.25. 맑음. 7.7~22.1℃) 입석대입구-입석사-비로봉-입석사-입석대입구 (8.2㎞. 5시간 반) 치악산은 원주와 횡성 사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원주에 가까이 다가서면 멀리서도 뚜렷한 산등성이에 부챗살처럼 펼쳐 보이는 산이 치악산이다. 비로봉에서 남대봉까지 14㎞나 되는 용마루는 늠름하다. 남쪽 성남에서 북쪽 학곡까지 종주를 다 할라치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겨울산이 백미인 산이라지만 언제나 그 위용에 움츠러든다. 특히 사다리병창으로 유명한 북쪽 산길은 힘들기로 이름나 오죽하면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치는 산'이라 치악산이라는 말까지 있었을까. 원래는 단풍이 아름다워서 적악산(赤岳山)이라 하였으나, 꿩의 보..

하늘재와 포암산 / 2천 년 전 열린 첫 고갯길

하늘재, 포암산 2천 년 전 열린 첫 고갯길 충북 충주, 경북 문경 (2014.9.20) 미륵리주차장-미륵절터-하늘재-포암산 (왕복 약 4.5㎞. 2시간 50분) 서기 156년 신라 아달라왕 때 처음 계립령 길을 열었다. 죽령이 2년 뒤 열렸으니 가장 먼저 연 고개다. 충주 미륵리에서 문경 관음리로 가는 하늘재는 조선 후기에 붙인 이름인데, 신라시대에는 계립령, 고려시대에는 대원령(大院嶺), 조선시대에는 대원령을 풀어써서 한울재라 하다가 하늘재가 되었다. 껍질을 벗긴 삼(麻)대를 겨릅이라 하는데, 한자로 옮겨 계립(鷄立)이 되었다. 아도화상이 불교를 전하러 이 고개를 넘었고, 공민왕이 안동으로 몽진할 때 이 고개를 넘었다. 하늘재는 400년 뒤에 새재를 개척한 후 그 쓰임새가 줄었다. 하늘재 남쪽 관음(..

치악산 / 남대봉에서 향로봉까지

치악산(雉岳山) 남대봉 (1181.5m) 치악산 남능 남대봉에서 향로봉까지 강원도 원주시 (2014.5.24. 맑음) 성남리-상원골-상원사-남대봉-향로봉(1042.9m)-국형사-동막교 (14.3㎞. 6시간 반) 치악산은 원주나 횡성 쪽 고속도로를 지나가면 고개를 치켜들고 올라봐야 할 정도로 높다. 한국의 지형에서 산을 빼놓고 서는 어디 눈 붙일 곳이 적듯, 산 많은 강원도에 들어서면 먼저 장대한 치악산을 만난다. 치악산에는 꿩의 보은 전설과 사다리병창이 있다. 산 북쪽에서 최고봉인 비로봉 오르는 산길에 사다리병창이 있는데, 병창은 '벼랑'의 강원도 사투리로 사다리로 벼랑을 오르듯이 험한 바위산길이란 뜻이다. 치악산을 두 번에 나누어 오르기로 하고, 이번엔 산 남쪽 성남리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윗성남에서..

삼악산 / 의암호를 바라보는 암릉 산행지

삼악산(三岳山 654m) 의암호를 바라보는 암릉 산행지 강원도 춘천시 서면 (2014.3.23. 맑음. -0.1~17.6℃) 의암댐-상원사입구(매표소)-상원사-깔딱 고개-동봉-삼악산 용화봉(654)-송림-333 계단-흥국사-등선폭포-등선폭포입구(매표소) (휴식 1시간 포함. 4시간 반) 삼악산은 광덕고개에서 내려오는 한북정맥이 포천 도마봉에서 동쪽으로 꺾여서 석룡산, 화악산, 가덕산, 계관산으로 이어지다가 북한강을 앞에 두고 우뚝 매듭을 짓는 산이다. 반도의 남쪽에서 5악(岳)은 설악산, 치악산, 삼악산, 운악산, 월악산을 드는데, 삼악산은 5 악의 다른 산들에 비하여 높이나 앉음새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작으나, 암릉의 위용과 협곡 사이를 흐르는 폭포가 아름다워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태봉..

봉화산 / 구곡폭포가 있는 산

봉화산(519m) 구곡폭포가 있는 산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2013.11.23. 맑음. -4~10℃) 강촌역-봉화산-임도-감마봉-문배마을-구곡폭포-주차장(4시간) 경춘선을 곧게 만들면서 강촌역을 이전하였다. 북한강변에 있던 역이 봉화산 쪽으로 물러서서 역에서 내리면 바로 산행을 할 수가 있다. 산행은 동네 산을 다니는 것처럼 편하다. 온 산을 머리를 깎은 것처럼 시원하게 간벌하였다. 참나무는 나일론끈으로 표식을 하였다. 간벌의 기준으로 삼는 것 같다. 나무의 살생부인 셈이다. 산에도 삶과 죽음을 나누는 일이 있다. 삼국사기에는 온조왕이 우두산성을 치려고 왔다가 이곳에서 큰 눈을 만나 돌아간 기록이 있다. 우두성은 춘천의 옛 이름이었다. 그만큼 이곳 산은 깊다. 봉화산 산중 문배마을 사람들은 6.25가 ..

석화산 / 바위가 아름다운 산봉

석화산(石花山.1146m) 바위가 아름다운 산봉 강원도 홍천군 내면 (2013.10.20. 맑음. 8.6~23.5℃) 내면정류소-창촌교-대원사-승지골-문암재-석화산-동봉-954봉-능선-창촌교회-내면정류소 (6.6㎞. 4시간반) 홍천 내면은 홍천에서 인제로 가는 길에서 서석으로 들어가서 양양으로 가는 중간에 있다. 깊고 외진 곳이다. 얼마나 깊으면 내면일까? 요즈음 길이 좋다 하지만 서울서 홍천읍까지 버스로 1시간이요, 다시 홍천읍에서 버스를 타고 내면까지는 1시간 10분이다. 내면에서 어느 중국요리점에 들어갔더니 벽에는 신문에서 오려 붙이거나 사진으로 담은 축구 재간둥이 이영표선수 얼굴이 여러 장 붙어 있다. 이곳이 이영표선수가 태어난 곳이라 한다. 짜장면을 먹고 주인을 찾으니 마침 장날이라서 장을 보러..

소백산 새밭계곡 / 깊어서 한적한 계곡

소백산 새밭계곡 깊어서 한적한 계곡 을전-새밭계곡-늦은맥이재(1272)-신선봉(1420) (왕복 12㎞. 약 8시간) 소백산은 이름부터 작다고 겸양을 부렸지만 능선을 다 종주하자면 하루 해가 빠듯하다. 소백산은 고대로부터 고구려와 신라의 경계였고, 충청과 경상의 경계이며, 물도 나누어져 물줄기가 북으로는 가면 한강이요, 남으로는 낙동강이 되어 흘러간다. 그러니 소백산이란 이름은 겸양일 수밖에 없다. 유연하고 부드러워 이중환도 택리지에서 소백산을 인자하고 부드러운 산이라 하였다. 소백산은 험준하지는 않으나 높고 넓고 깊다. 산이 높아 골도 깊다. 이 산에 있는 골짜기로 치자면, 죽계구곡 희방계곡 천동계곡 어의계곡 등 골골이 깊고 아름다운 계곡이 참 많다. 산뜻한 신록과 요란하지도 않으면서 풍성한 계곡을 구..

홍천 백암산 / 오지산 들꽃 화원

백암산(白岩山 1099m) 4 오지산 들꽃 화원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2013.4.27) 밤까시-심바우골-가령폭포 갈림길-정상-가령폭포 갈림길-심바우골-밤까시(4시간) 전날 산 밑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잤다. 촛불을 몇 개씩이나 켜 놓고 저녁을 해결한 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환한 달빛이 비치어 나무 그림자가 창문에 일렁일 뿐 적막강산이다. 이른 새벽 체온이 남아있는 이불 속에서 손을 내밀어 바깥문을 여니, 나뭇가지에 물방울은 대롱대롱하고, 새벽 숲향이 일시에 방으로 밀려 들어왔다. 세상에 이런 맑고 상쾌한 공기가 있었다니. 잣나무 아래 샘으로 가서 물 한 바가지를 마시니 속을 다 씻어내는 듯하였다. 마당을 쓸고, 쓸만한 나무가지를 모아서 전날 불을 때느라 쓴 나무를 보충하였다. 마음이 한적하다. 호사..

연엽산 / 깊은 산림에서는 깊은 호흡이 필요하다

연엽산(蓮葉山 850m) 깊은 산림에서는 깊은 호흡이 필요하다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2012.10.2. 맑음. 11.8~24.6℃) 연화사-연엽골-새목현-연엽산-연엽골재-연엽골-연화사 (6.8㎞. 5시간 반) 연엽산은 우리말로 연잎산이다. 정상을 중심으로 수많은 봉우리들이 연꽃잎처럼 퍼져 있다고 도선국사가 붙인 이름이다. 연꽃이 물속에서 자라는 꽃이듯이 연엽산은 습하여 이끼가 많다. 이리저리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고, 길은 미끌하고 희미하여, 오르고 내리면서 길을 만들어 다니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르내림이 쉽지 않다. 연엽산에 몇 번 올랐지만 오늘따라 날씨가 쾌청하여 시계가 멀다. 남으로 구절산(750.4m)이 있다. 비가 엄청 내려 헤맸던 곳으로 다시 가보지 못한 산이다. 북동쪽으로 낫가리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