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195

나뭇잎은 다투지 않는다

나뭇잎은 다투지 않는다 사람의 감각기관이 뛰어나지만 동물이나 식물도 그에 못지않다. 식물도 의사소통을 하며, 음악을 듣고서 큰 식물은 성장과 수확이 다르다고 한다. 사랑을 하면 사람도 나무도 건강해진다. 식물도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느끼며, 자기의 위치를 안다. 빛에 반응하여 몸을 구불릴 방향을 알고, 밤낮의 길이를 잰다. 빛을 가지고 물과 이산화탄소를 당분으로 바꾸어 동물에게 식량을 제공한다. 땅으로 뿌리를 내리고, 그 반대 방향으로 싹을 틔운다. 이웃 식물이 벌레로부터 공격을 당하면 냄새로 알고서 방어 물질을 생성한다. 이 모든 것이 감각이 있다는 얘기다. 산에 다니며 나뭇잎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같은 시기에 태어난 잎은 다른 잎이 빛을 받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식물에게 빛은..

박각시 / 꽃을 찾는 나방

박각시 꽃을 찾는 나방 박각시나방은 벌새처럼 부지런히 꽃을 파고드는 나방이다. 잠자리처럼 공중에서 떠 있으면서 길고 가느다란 대롱으로 꽃의 꿀을 찾는 다. 박각시란 이름은 박꽃에 모여드는 예쁜 빛깔의 나비라 하여 붙인 이름이다. 정확히는 작은검은꼬리박각시인데 그냥 박각시라 부른다. 붕붕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힘차서 서양에서는 매나방이라 한다. 북한에서는 박각시를 박나비라 부르는데, 북한에서는 나방이란 용어는 없다. 나비는 낮나비이고 나방은 밤나비로 부른다. 나비는 낮에 다니는 주행성이고, 나방은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다. 나비 더듬이 끝을 보면 가느다란 끄트머리에 곤봉처럼 뭉쳐 있고 몸통은 가는데, 나방 더듬이는 실,깃털 모양 등 여러 가지이고 몸통은 퉁퉁하다. 나비의 날개는 화려하고 접어서 앉는데, 나..

단풍을 보았습니다

단풍을 보았습니다 가을이 지나갑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을 보았습니다. 유년은 꿈처럼 흘러가고 세월이 단풍처럼 오고 갑니다. 가을이 어김없이 다시 오면 나는 넋 놓고 또 쳐다보겠지요. 목련나무가 있는 산책길 (2016.11.15. 서울 올림픽공원) 단풍이 있는 거리 (2015.11.15. 서울 잠실) 백암산 단풍 (2007.10.28. 강원도 홍천) 아름다운 단풍숲 (2007.10.28. 강원도 홍천 백암산) 천리포수목원에 있는 튤립나무 (2013.11.3. 충남 태안) 자연이 그린 수채화 (2011.10.15 남양주 예빈산) 예빈산의 가을 (2015.10.18. 남양주) 느티나무 (2011.10. 서울 난지공원) 점봉산 주전골 단풍 (2010.10.30. 강원도 양양) 설악산 수렴동계곡 단풍 (201..

청둥오리 나들이

청둥오리 나들이 마른 풀대가 바람에 서걱대는 한강으로 나갔다. 추위에 물결이 켜켜이 쌓여 강은 얼음성을 이루었다. 두꺼운 얼음 속에서는 강물이 철부덕 철부덕 소리를 내며 물 밖으로 나올 듯 요동을 친다. 단단히 언 강물 속으로 또 다른 물이 자맥질하듯 출렁이는 것을 보면 생명의 흐름은 세차다. 바람은 잠자고 얼음 위로 비친 반사광에 따스함이 전해온다. 아지랑이가 강물 위로 금방이라도 피어오를 듯하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강물의 농도는 검푸른색으로 변화는 것인데, 이젠 그 빛이 엷어져 봄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물 얼음바닥 위로 청둥오리 몇 마리가 나타났다. 청둥오리는 텃새도 있지만, 가을이면 북쪽에서 날아온 철새가 많다. 청록색 머리와 하얀 목도리를 한 수컷들이다. 오리 새끼는 키워 놓으..

참새와 인간

참새 2 참새와 인간 참새는 텃새다. 갈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를 하고, 짙은 갈색머리는 곱게 빗어 넘겼다. 가슴과 배는 흰색인데, 턱과 눈밑은 검은색으로 예쁘게 그려 넣고, 흰 뺨에도 검은 점을 찍어 화장을 하고, 흰 목도리를 하여 한껏 멋을 냈다. 그리고 길을 나선다. 참새는 어디를 가든지 떼로 몰려 다닌다. 떼로 몰려 다니며 수다를 떤다. 그러한 부류의 사람이 있듯이, 짹짹짹 무슨 말을 그리 하는 것일까? 어디에 방앗간이 있다는 것일까? 사람 조심하라고 얘기를 하는 것일까? 그래도 참새는 목소리가 낮아서 오히려 즐겁다. '참새가 물을 먹듯 한다'는 말은 한 번에 먹지 않고 여러 번 나눠서 먹는다는 말이다. 부지런히 먹어대고 부지런히 조잘거린다. 어디에 가서 먹이를 갈무리하는 족속은 아니요, 하루에 몸..

나무타령

나무 타령 가다 보니 가닥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농부들아 가문비나무 따끔따끔 가시나무 할 수 없이 가야나무 껍질 벗겨 가죽나무 쉬자마자 갈참나무 가자 가자 감나무 클났구나 개피나무 불 싸질러 검은재나무 셈 잘한다 계수나무 괴롭구나 고로쇠나무 삐까번쩍 광나무 큰소리로 꽝꽝나무 활짝 펴도 구기자나무 말아먹자 국수나무 냄새난다 노린재나무 시뻘겋다 녹나무 정도 많다 다정큼나무 꿩의 사촌 닥나무 대끼놈아 대나무 새 거라도 더덕나무 한 푼 두 푼 돈나무 불 밝혀라 등나무 빵빵 쏜다 딱총나무 떼를 쓴다때죽나무 갈라먹자 떡갈나무 와들와들 떨기나무 물에 둥둥 뚝나무 풀었어도 매자나무 열매 없다 무화과나무 튼튼하다 무환자나무 네가 해라 미루나무 어두워도 박달나무 요리조리 박쥐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떠나가는 배나무 간질간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