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작물 30

파 / 백년해로 채소

파 백년해로 채소 파는 신라 때 중국에서 들어왔다고 하니 우리 식탁에 오른 지 오래되었다. 마늘처럼 자극성이 있는 알리신 성분이 있어 양념으로 쓰이지만, 물김치나 파김치, 파전 등에 쓸 땐 채소의 용도이다. 파는 대파와 쪽파가 있는데, 조림 음식이나 절임 음식에 여러모로 쓸 수 있다. 파는 병충해에 강해서 농약을 쓰지 않으며, 찬 서리를 맞고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강인한 모습을 보인다. 파뿌리를 달여서 그 물을 마시면 불면증이나 감기에 좋으며, 파뿌리를 찧어 베인 곳에 붙이면 지혈 성분이 있고, 부은 부분의 부기를 가라앉힐 수 있다. 학교 다닐 때 봉사활동 가서 넘어져 발목이 부은 적이 있었다. 그때 봉사지역의 노인분이 침을 놓고서 헝겊을 감고, 그 위에 파뿌리 흰 부분을 으깨어 놓고 비닐을 덮고 감아주었..

감 / 짐작과 배려의 과일

감 짐작과 배려의 과일 담 너머로 넘어온 감을 지나가는 아이들이 가만 둘 리 없다. 어른들은 방안에 있으면서 지나가는 아이들이 감을 따도 가만 두었다. 좀 심하게 딴다 싶으면 긴 담뱃대로 놋쇠 잿털이를 툭툭 쳤다. 기침을 하거나 사람이 방에서 나오면 혹시라도 나무 위에 있던 아이들이 약한 감나무 가지가 부러져 다칠까 봐 조심하였다. 손자들이 홍시를 달라고 하면 감을 쪼개서 주었는데 한 개를 다 주어 생기는 변비를 막기 위한 배려였다. 그렇듯 감은 할아버지의 짐작과 배려가 묻어 있는 과일이었다.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잘 익은 홍시를 먹는다. 여기 있는 것은 새들의 것이니 말릴 사람도 없다. 새는 한 입 먹고서 두리번거리더니, 또 홍시 속으로 주둥이를 쑤욱 넣는다. 눈치 보지 말고 실컷 먹거라. 얼마나 맛있..

사과 /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과일

사과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과일 과명 : 장미과 개화 : 4~5월 결실 : 9~10월 높이 : 3~10m 사과는 중앙아시아가 원산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찾는 과일 중 하나이다. 그만큼 많이 나고, 먹기도 좋다. 우리나라 사과는 빛깔과 풍미가 뛰어나서 세계적인 과일 재배지로 알려져 있다. 가을이 되면 안동에서 영덕으로 가는 큰 길가에 사과밭이 끝도 없어서, 봄에는 하얀 사과꽃이 가을에는 빨간 사과가 보기만 해도 풍요롭다. 예전에는 대구사과를 알아주었는데 사과 생산지도 점차 북상하여 경북 북부지방이 명산지가 되었다. 학창 때 학교 옆에 사과나무가 있었다. 학생들이 사과 서리를 하도 하여서 사과 주인이 교장실에 들어와 자주 항의를 하곤 하였다. 우리 큰집에도 사과 과수원이 있어 밤에 사과 서리를 하려는 ..

고구마꽃 / 열매는 맺지 못해도 세상 구경 나온 귀한 꽃

고구마꽃 열매는 맺지 못해도 세상 구경 나온 귀한 꽃 '고구마'라는 말에 벌써 군침이 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고구마 한 입에 김치 한 절음이 있으면 괜찮은 궁합이다. 고구마 한 개면 뱃속이 든든하다. 밭으로 들어가 낫으로 고구마 줄기를 걷고 호미로 캐면, 손에 달려 올라오는 고구마 덩어리가 고기를 낚듯 주렁주렁 올라온다. 팔뚝만 한덩이를 볼라치면 얼굴엔 함박웃음이 절로 난다. 고구마를 가마니에서 키우면 가마니가 터질 듯이 커져 요술을 부리듯 자라난다. 고구마는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로 1492년 콜럼버스에 의해 유럽에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영조 39년(1763년) 일본에 사신으로 다녀오던 조엄이 대마도에서 종자를 들여왔다고 하였다. 고구마와 감자는 백성의 배를 불리는데 일조하였다. 감자는 ..

앵두 / 봄에 처음 나오는 과일

앵두 봄에 처음 나오는 과일 과명 : 장미과 개화 : 4월 결실 : 6월 봄에 처음 나오는 과일이 앵두라 한다. 예전에 시장에서 바구니에 담아 팔던 빨간 앵두 열매가 생각난다. 새콤달콤한 맛이 입에 남는다. 궁궐에서도 앵두나무를 심어 경복궁이나 창경궁에 가면 앵두나무를 볼 수 있다. 요즈음엔 과일이 흔하여 앵두는 과일 축에도 이름을 올리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앵두는 꾀꼬리(鶯: 꾀꼬리 앵)가 나와 봄을 노래하며 먹는 과일이라 앵도(鶯桃)라 하다가, 독자의 이름(櫻: 앵두나무 앵)을 받은 과일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국어사전에서 앵두만 표준어로 삼고 있다. 앵두나무 꽃은 봄에 일찍 핀다. 개나리 산수유 노란 꽃이 질 무렵 하얀 앵두꽃이 넉넉한 품새로 핀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줄기가 ..

가지 / 보라 꽃잎, 보라 열매

가지 보라 꽃잎, 보라 열매 과명 : 가지과 한해살이풀 다른 이름 : 가제, 까지, 가자 개화 : 6~9월 가지는 인도가 원산지라는데, 중국의 책에는 신라에서 재배되었다고 하고 있고, 고려시대 대문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시에 가지가 나오는 것을 보면, 고려 시대 이전부터 기른 것이 확실하다. 어릴 때 우리 집 텃밭에 가지를 심었다. 어른들은 아랫 잎을 뚝뚝 따서 바닥에 널었다. 그래야 키가 잘 자란다고 했다. 가지는 사람으로 치면 힘줄 같은 보라색 줄이 잎에 있고, 꽃은 벌이 좋아하는 노란색과 나비가 좋아하는 보라색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 양수겸장인 셈인데, 색 대비가 기막히게 뛰어나다. 가지는 텃밭에 늘 있는 것이라 밥상에 자주 올랐다. 가지를 삶아 참기름과 마늘로 버무린 양념을 해 놓으면 밥맛이 ..

옥수수 / 옥이 알알이 박힌 수수

옥수수 옥이 알알이 박힌 수수 옥수수는 수수에서 시작된 이름인데 유래가 재미있다. 수수는 기장이라 하며, 한자로는 고량(高粱)이고, 수수로 만든 고량주는 정말 독하다. 옥수수는 한자로 옥촉서(玉蜀黍)라 쓴다. 촉나라에서 온 기장으로 옥 같은 열매가 달린 기장이라 옥수수이다. 16세기에 중국을 통해서 우리나라로 들어올 때, 촉서가 중국 발음으로 하면 '슈슈'이고 거기에 옥(玉)을 앞에 붙여 옥수수가 되었다. 옥이 알알이 들어와 박힌 곡식이라니 사뭇 문학적인 이름이다. 옥수수 수분(꽃가루받이) 과정도 신기하다. 옥수수 꼭대기 쪽에 삐죽 솟은 꽃이 수꽃이고, 겨드랑이에 핀 수술이 암꽃인데 자가수분을 막기 위해 수꽃이 피고 나서, 이틀 정도 뒤에 암꽃이 핀다고 한다. 수분 후 열매가 맺혀 옥수수가 익기 시작하고..

감자꽃 / 하얀 꽃 핀건 하얀 감자

감자꽃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과명 : 가지과 개화 : 5~6월 6월 중순 안동 가송리 예던길 가는 길에서 감자꽃을 보았다. 잎 겨드랑이에 핀 꽃이 복스럽다. 다섯 개 꽃잎이 피어난 모습이 가지 꽃을 닮았는데 소속도 가지과이다. 꽃이 진 뒤 가는 줄기가 비대하여서 만들어진 덩이줄기가 감자가 된다. 더위가 막 시작될 때 농부들은 감자를 수확하려 땀을 또 흘려야 한다. 안데스산맥에서 처음 재배되었던 감자가 아일랜드로 들어가 배고픔을 없애고 아일랜드의 부를 일구었는데, 단일 우량 품종 감자만 고집하다가 감자에 큰 병이 들어 멸종이 될 정도가 되었고, 수확량은 급격히 줄고 아일랜드 사람들 수백만이 죽었으며 살림살이는 다시 피폐해졌다. 그 뒤로 요행히 한쪽에서 가꾸던 다른 감자 품종을 찾아내어 심게 되고, 아..

오이 / 까실한 덩굴손, 노란 주름 꽃

오이(瓜) 까실한 덩굴손, 노란 주름 꽃 우리 동네 학교 담장에 줄기에 털이 달린 까실한 덩굴손을 내민 오이가 열렸다. 노란색 주름 꽃이 피는 모습은 박꽃과 닮은 같은 족속이다.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열매도 돌기가 있어 까실하지만 나이 들면서 그 성질을 죽인다. 온몸을 무장하고 여름 볕에 시달려 성질이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열을 내리는 침착한 성질을 지녔다. 송송 채를 썰어 참기름 몇 방울 띄워 냉국을 만들어 마시면 속이 다 시원하다. 한자로는 오이나 참외나 모과를 모두 과(瓜)로 쓰는데 과(瓜)를 대표하는 것은 오이이다. 익으면 모두 노란색 길쭉한 모습이 되어서일까. 그걸 보면 한자어는 천상 상형문자라는 생각이 든다. 과(瓜) 자를 분해하면 八이 두 개가 모인 것이라 파과지년(破瓜之年)이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