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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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록 봄향기

연초록 봄 향기 나무는 꽃을 맺고 잎을 틔우기 위해서 오랜 시간 동안 준비를 한다. 준비 없는 성과는 없다. 나무는 뿌리를 깊게 하고 햇빛을 기다린다. 물을 절약하고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 나무는 그들의 시간을 위해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온도가 올라가고 낮이 길어지면 물을 나르고, 가지에서 잎을 내밀어 햇볕을 받는다. 공기 중에서 떠다니는 입자를 걸러내고, 피톤치드 같은 좋은 것을 보태어서 밖으로 내보낸다. 봄이 왔다. 눈을 맑게 하고 가슴속을 맑게 하는 봄이다. 봄 숲은 연초록 향연장이다. 꽃과 열매는 나무가 만드는 에너지의 결정체이지만 파릇파릇 봄 잎이 없고서야 될 수 없는 일이다. 오늘은 봄잎 구경에 나섰다. 연초록 봄잎이 아름답다. 잎도 꽃처럼 아름답다. 봄 향기도 난다. 나무는 꽃만이 아니라..

동네 나무 봄꽃 감상

동네 나무 봄꽃 감상 나무를 심고 자리를 잡아서 한 송이 꽃을 피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나무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어른 나무가 되어야 꽃을 피운다. 꽃이 피는 시기는 나무마다 달라 소나무는 5년, 참나무는 20년, 대나무는 120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어른 나무가 되어서도 모든 식물들은 나름대로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어서 밤낮과 계절의 주기에 개화를 맞춘다. 이를 광(光)주기라고 하는데, 광주기란 밤낮의 길이를 뜻한다. 봄, 여름에 피는 꽃은 낮이 밤 보다 길어야 피고, 가을에 피는 꽃은 밤이 낮 보다 길어야 핀다. (전자를 장일성(長日性) 식물, 후자를 단일성(短日性) 식물이라고 나는 시간을 내어 산에도 자주 가지만 평일에는 우리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우리 동네는 봄에 꽃이 피는 나무들이 많다..

씨앗이 사는 법 / 어미로부터 멀어지기

씨앗이 사는 법 어미로부터 멀어지기 식물마다 자손을 만들며 살아가는 방법이 다 있다. 수만 년 세월 동안 익히고 궁리하여 만든 노하우다. 계절이 바뀌기 전에 나무와 들꽃은 벌써 다음 세대를 생산하기 위해 분주하다. 식물이 씨앗을 만들어 살아가는 방법을 보면, 씨앗에 날개를 달아서 멀리 보내거나, 동물이나 사람에게 붙어서 이동하거나, 씨앗주머니가 터져서 튕겨나가거나, 향기로운 과육으로 유혹하는 방법이 있다. 모두 어미에게서 멀리 떨어져서 터를 잡고 사는 방법들이다. 동물도 크면 어미로부터 독립하여 살아가는데, 사람만이 그것이 늦은 편이다. 민들레 / 서운산 (경기도 안성. 2012.5.12) 한창 봄인데도 조금만 바깥에 나서면 민들레가 하얀 솜털로 치장하고 여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꽃이 채 지기가 무섭게..

청계산 / 청계산의 식생

청계산 옥녀봉 청계산의 식생 서울 서초구, 경기도 성남시 (2018.4.20) 원터골 입구-원터골 쉼터-옥녀봉-진달래 능선-원터골 입구 (약 4㎞) 4월 중순이 넘어서자 봄볕이 따스해졌다. 나뭇잎은 연초록 잎으로 산을 단장하였다. 광합성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온도가 15~25℃인데 지금이 그러한 시기이다. 산 아래는 진달래가 거의 지고 있고, 병꽃나무가 꽃대를 내밀고 있었다. 산 중턱엔 진달래가 많으나 한창 때는 지났다. 진달래가 많은 산은 척박한 산이다. 우리나라 산은 산성암인 화강암인 곳이 많아 바위가 변한 흙도 척박하다. 척박한 땅에 진달래와 소나무가 자라다가 낙엽이 쌓이고 흙이 비옥하게 되자 참나무와 서어나무 같은 활엽수가 차지하였다. 청계산에 다닌지 오래되었다. 그렇게 오르내리다 보니 식생..

조심해야 할 인사말

조심해야 할 인사말 문병을 간 사람이 말을 잘못하면 받는 사람이 당황스럽다. 말을 잘못하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문병이나 문상을 가서 인사를 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특히 어려운 경우에는 더욱 말을 조심을 해야 한다. ○ 인사말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수고하세요'는 어른에게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히 계십시오' '다음에 뵙겠습니다'가 바른 표현이다. '수고'는 고통을 받으라는 말이니 '수고하세요' 대신에 '애쓰셨습니다'가 바른 표현이다. ○ 배웅 인사 회사에 출근하시는 아버지에게는 '다녀오십시오'라 표현한다. 어른에게는 '잘' '안녕히'란 말은 붙이지 않는다. '안녕히'란 말은 멀리 가실 때 쓰는 인사말이다. ○ 문안 인사 깍듯이 높여야 할 상대에게는 '잘' ..

매화와 매실

매화와 매실  매실나무 : 장미과. 개화 2~4월. 결실 6~7월  얼마 전 아는 분들과 만날 일이 있었다. 빈 터에 무엇을 심을 것인지 얘기하다가 매실나무를 심자고 하였다. 매화 구경도 하고 매실도 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어떤 분이 매화와 매실이 다르다고 하였는데, 기실은 같은 나무다. 꽃이 피면 매화나무요, 열매가 열리면 매실나무가 된다. 꽃이 좋아 심으면 매화나무라 부르고, 열매를 따려고 심었다면 매실나무라 부른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매실나무라고 한다. 최두석 시인의 '매화와 매실'이란 시가 있어 여기 같이 싣는다.    매화 / 백운산 (전남 광양. 2006.3.25)     매화와 매실                                     최두석  선암사 노스님께꽃이 좋은지 ..

가마솥 / 대용량의 무쇠솥

가마솦대용량의 무쇠솥              가마솥 / 순천 낙안읍성    솥은 음식을 해 먹는 용기다. 솥은 문헌상으로 삼국사기에 고구려 대무신왕 4년(서기 21년) 솥 정(鼎)이 나온다. 솥은 처음에는 청동기였다가 나중에는 무쇠로 만들었다. 다리가 있는 솥이 정(鼎)이고, 다리가 없는 솥이 부(釜)이다. 한자의 의미로 찾으면 정(鼎)은 '솥'이고, 부(釜)는 가마이다. 즉 가마솥은 다리가 없고, 솥바닥이 둥글고, 가장자리가 오목 하다.    어릴 때 우리 집엔 윤이 나는 큰 가마솥이 있었다. 메주콩을 삶거나 팥죽, 찰밥을 하거나 물을 데울 때 쓰던 무쇠솥이다. 솥뚜껑을 열면 부엌에 김이 한가득 서려 앞이 안 보였다. 농사를 짓는 큰집에 가면 식구가 많아 무쇠솥에 밥을 했고, 사랑채에 있는 무쇠솥엔 소..

수판 / 셈판 용구

수판(數板) 셈판 용구 수판은 주판(珠板)이라고도 한다. 판(板)에 나무나 플라스틱 알맹이를 아래위로 나열하여 계산하기 위해 만든 셈판이다. 수판으로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할 수 있다. 예전엔 셈할 일이 있으면 수판이 필수품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따로 주산을 공부하던 시간이 있었고, 운동회 때도 달리기와 수판셈을 혼합한 경기도 있었다. 수판을 처음 사용한 바빌로니아에서는 기원전 3천년 전 판 위에 모래를 뿌리고 돌멩이를 올려놓고 셈했다고 한다. 그 뒤 기원 전 500년 전에는 중국에서 대나무를 이용해서 수판을 만들었다는 자료가 전한다. 우리가 사용하던 수판도 아래쪽이 5개이던 알이 4개로 바뀌었다. 상업학교를 다니던 사람들이 은행에 취업을 할 때는 수판이 무기였다. 얼마나 셈이 빠른지 간단..

목련꽃이 전하는 말

목련꽃이 전하는 말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목련 가지 끝에 털이 조금씩 나온 것을 보고 봄이 멀지 않음을 알았다. 잎눈에는 털이 없으나 꽃눈에는 털이 달려 있기에, 그걸 살피며 기다리면 된다. 목련꽃이 피면 봄이 가까이 찾아온 것이다. 사람들이 보통 목련이라 부르는 꽃은 백목련이고, 우리나라 목련은 길쭉한 꽃잎으로 멋을 한껏 부린다. 자주색 꽃을 피우는 자목련은 연하고 짙은 색깔을 대비시켜 아름다운 색의 조화를 부린다. 백목련은 중국에서 건너왔는데, 대비를 하자면 우리 것이 개성이 있고 멋있다. 목련꽃은 그 생이 짧다. 봄소식을 전하자 말자 꽃이 뚝뚝 떨어진다. 향기를 전할 사이도 없다. 그 향기를 나무에 전하고 사라진다. 너무 많은 꽃을 피우려 겨우내 힘을 쓴 까닭일까? 목련이 전하고자 한 말은 문 앞까..

직박구리의 봄나들이

직박구리의 봄나들이 봄볕은 따사롭고 봄꽃은 아름답다. 좋은 봄나들이 계절이다. 직박구리가 봄나들이에 나섰다. 봄은 사람만이 아니라 새들에게도 즐거운 계절이다. 사람들이 들에 나서거나 꽃을 보면 감탄을 하거나 흥얼거리게 된다. 봄이 되어 해가 길어지고 기온이 오르면 새들도 노래를 부른다. 새들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면서 봄의 즐거움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으리라. 오늘 꽃나무에 앉은 직박구리는 조용하다. 바람이 머무니 새도 노래하지 않는 걸까? 꽃에 묻혀 봄을 감상하는 것일까? 직박구리의 봄나들이 (서울 잠실. 2018.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