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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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무위사 / 소박하고 단정한 절집

2020 강진, 장흥, 해남 탐방 ① 월출산 무위사(無爲寺)소박하고 단정한 절집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2020.1.12)  ※ 중요 문화재극락보전(국보 제13호), 아미타여래 삼존 벽화(국보 제313호), 선각대사 부도비 (보물 제507호),백의관음도(보물 제1314호), 내면사면벽화(보물 제1315호)    월출산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무위사     무위사는 월출산 동남쪽 강진에 있는 절로 617년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절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바로 앞에 단아한 글씨체로 쓴 월출산 무위사(月出山無爲寺) 일주문이 보인다. 무위(無爲)란 노장철학에서는 인위(人爲)를 가하지 않는 것인데, 불교에서는 인위에 따라 이룬 것이 아니라 생멸(生滅)의 변화를 떠난 것이라 한다. 보..

내장사에 아직도 남은 신록

정읍 여행 ① 내장사에 아직도 남은 신록 전북 정읍시 (2019.10.30)  숲 동호인들과 정읍으로 여행을 떠났다. 정읍은 전북 남쪽으로 전남과 경계를 하고 있다. 정읍이라 하면 정읍사가 생각나고, 내장산 단풍이 연상되는 곳이다. 백제 시대부터 구전되어 온 전승가요인 정읍사는 행상을 나가서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아내가 고갯마루에 올라 부른 노래다. 요즈음 말로 옯기면 "달이 높이 돋으사 멀리 비취오시라. 어느 장에 계시온지요. 진 데를 디디올세라 어디에든 짐 놓고 오세요. 가시는 데 저물세라"라고 부른다. 남편을 생각하는 아내의 마음이 담겨 있다. 차를 타고 다니는 정읍은 주변 산이 부드럽다. 그 고개에 서서 아내는 정읍사를 노래하였다.   그 옛날 정읍사가 이곳을 대표하는 구전 노래..

아름다운 암자 영산암

안동 탐방 아름다운 암자, 영산암(靈山庵) 경북 안동시 서후면 영산암은 봉정사 동북쪽 개울 건너에 있는 암자다. 영산암은 봉정사만 구경하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거리로는 100m 밖에 안 되는 곳에 있다. 6개 작은 건물이 ㅁ자로 둘러 싸여 있는데, 송암당 누마루 공간이 있고 우화루가 벽체를 없애서 바깥으로 하늘을 열어서 그 폐쇄성을 상쇄하고 있다. 우화(雨花)는 석가모니께서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처음 말씀하실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고 한 것에서 유래한다. 여러 절에서 그 현판을 찾아볼 수 있다. 영산암은 한국의 10대 정원에 선정되었고,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을 촬영한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가 가끔 부채나 그림에서 만나는 달마대사는 인도 승려로 중국에 건너가 소림동굴에서 9년간 ..

봉정사 / 아름답고 조화로운 절집

안동 탐방 봉정사(鳳停寺) 3 아름답고 조화로운 절집 경북 안동시 서후면 (2018.8.2)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절 앞 풀밭에 서니 볕이 따갑다. 계곡에 물과 하늘의 바람도 자고 가는 모양이다. 더위에 봉정사를 찾았다. 봉정사는 2018년 올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7개 절 중 하나다. 1천 년 넘게 신앙 수도생활의 불교문화를 계승한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 그 등재 사유이다. 봉정사는 안동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절이다. 극락전은 우리나라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 지은 작은 절집 건축물이다. 극락정토를 축소해 놓은 곳이 극락전인데, 극락세계를 기원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대웅전도 건축 시기가 조금 늦었을 뿐 역시 오래된 건축물이며, 화엄강당과 고금당도 조선 초중기에..

절 건물 이름

절 건물 이름  절에 가보면 건물에 이름을 붙여놓은 현판이 많다. 신앙 대상이 되는 부처와 보살이 여럿이며, 기도 목적에 따라 그 대상을 따로 두었기 때문이다. 부처의 가르침을 법(法)이라 하고, 불교의 진리를 불법(佛法)이라 하며, 불법이 있는 집을 법당(法堂) 또는 불전(佛殿)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금당(金堂)이라고 했다. 부처나 보살을 모시는 곳은 전(殿), 민간신앙에서 모시던 것을 수용한 곳은 각(閣)이라 구분하여 부른다.    ○ 대웅전(大雄殿)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시는 법당으로 절에 가보면 가장 많다. 불법을 밝힌 큰 영웅이라 대웅이다. 옆에 다른 보살을 모시기도 한다. 문수보살, 보현보살, 아미타불, 약사여래 등등. 세 분을 모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대웅보전(大雄寶殿)이라 쓰기도 ..

해동용궁사 / 바다 절경에 있는 해변 법당

해동용궁사바다 절경에 있는 해변 법당 부산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 (2017.5.5)  해운대 달맞이길에서 더 동쪽인 기장군으로 가면 해변 법당으로 바다 경치가 뛰어난 절 용궁사가 있다. 용궁사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절 아래 사하촌(寺下村)이 형성되듯, 절 아래 가게도 대목을 만난 듯하다. 절집을 다닥다닥 세워 절터가 비좁다. 그래서 바다를 배경으로 삼은 모양이다. 무지개다리는 바다와 절 사이에 걸쳐 있다. 바다에서 시끌벅적하였더라도 이 다리를 건너면 알음알이를 내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이 며칠 지나지 않아 법당 안팎에 연등이 가득하다. 연등을 밝히는 것은 부처님이 인류의 빛으로 오신 것을 기념한다는 뜻이다. 구름다리를 건너 바다 쪽으로 가서 바위 한편에 앉았다. 바다는 출렁이고 마음은 조..

대흥사 / 해남 땅끝 대고찰

해남 여행 4 대흥사(大興寺) 해남 땅끝 대 고찰 전남 해남군 삼산면 (2016.11.2)  대흥사는 두륜산 아래에 있는 고찰이다. 열세 분의 대종사를 배출한 대도량으로 서산대사가 의발(衣鉢)을 전한 절로 유명하다. 나말여초에 창건한 절로 대둔사(大芚寺)라 하다가 지금은 대흥사로 쓰고 있다. 두륜산은 중국 산해경 부근(옛 부여국 북쪽) 곤륜산에서 시작한 지맥이 한반도로 내려와 백두산을 이루고 땅끝까지 내려와 맺은 산이라, 백두의 두(頭) 곤륜의 륜(崙)을 따서 두륜산(頭崙山)이라 하였다. 일제강점기에 한자를 바꾸어 다른 한자 이름 두륜산(頭輪山)이 되었다. 두륜산 원래 이름에서 우리 민족이 터 잡은 근원을 어디에서 시작하였는지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한자를 바꾸어 그것과 연관을 끊어버린 것이다.  ..

강화도 전등사 / 이야기와 역사를 보는 절

전등사(傳燈寺) 이야기와 역사를 보는 절 인천광역시 강화도 (2014.6.1)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때인 372년 아도화상이 문을 연 오래된 절이다. 당초에 이름은 진종사(眞宗寺)였으나 고려 충렬왕 때 정화궁주가 불전에 옥으로 된 등잔을 올린 뒤 절 이름을 전등사(傳燈寺)로 바꾸었다. 궁주(宮主)는 고려 때 비빈과 왕녀에게 주던 봉작인데, 조선에서는 옹주로 불렀다. 이색이 지은 전등사 시(詩)에도 정화궁주의 이름이 나온다.  전등사는 정족산성 안에 있다. 원래 이 성은 단군의 세 아들이 쌓은 성이라 삼랑성이라 하였는데, 지금은 정족산성이라 한다. 조선 숙종 때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기 시작한 정족산사고가 그 안에 있었다. 사고는 1909년 실록을 서울로 옮겨 그 역할을 다 하였다. 정족산성은 병인..

개심사 / 마음을 여는 절집

개심사(開心寺) 마음을 여는 절집 충남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2013.11.3) 해미읍성에서 개심사 가는 길은 가깝다. 길 양쪽으로는 목장으로 쓰이는 목초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한 때는 김종필 씨가 삼화목장으로 운영하던 곳이었다. 산들이 야트막하여 부드러운 맛을 준다. 개심사 아래 주차장은 세심동(洗心洞)이니 마음을 닦을 곳이요, 절에 올라서서는 마음을 여는 곳이 이곳이다. 솔밭길로 가며 마음을 닦는다. 마음 속에 있는 때는 기회가 있을 때 씼어야 한다. 개심사에 들어서면 연못 위 층층 다리 위쪽으로 '象王山開心寺' 현판 글씨가 시원하고도 넉넉하다. 근대의 명필 해강 김규진씨가 전서체로 쓴 글씨인데, 큰 글씨를 부드럽게도 썼다. 해탈문을 들어서니 석탑 왼쪽 심검당(尋劍堂)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까지 ..

간월도 / 무학대사가 깨우친 곳

간월도 무학대사가 깨우친 곳 충남 서산군 부석면 간월도리 (2013.11.2) 충남 예산에서 안면도 들어가는 천수만방조제를 타고 가다보면 방조제 끄트머리 왼쪽으로 간월도가 있다. 이제는 간척사업으로 섬 아닌 섬이 되었다. 간월도는 어리굴젓으로 이름나서 옛날부터 임금님께 진상하였다 한다. 그 간월도에 간월암이 있다. 조선 건국을 도운 무학대사가 이곳에 암자를 짓고 도를 닦고 있었는데, 어느 날 달을 보고 홀연히 깨우쳐서, 이곳 절이름이 볼 간(看),달 월(月)을 써서 간월암이 되었고, 섬 이름도 간월도로 바뀌었다. 무학은 서산에서 태어났다. 무학이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아버지가 나라의 세금을 내지 못하여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현청에 붙들려 가는 도중 산기를 느껴 아이를 낳아 양지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