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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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호 시 '희양산'

희양산 김장호 알몸을 햇살 아래 드러내어 놓아도 이름 자대로 엿볼 눈이 없구나 후미진 두메 소백산맥 안 고샅 은티재 너머 지름티재를 넘어 치맛자락 주름주름 홍문정 뒷골짜기 우러르면 눈이 부시다 휘황한 속살. 차갑다 부드러운가 손을 얹으면 고도감으로 발밑부터 떨린다. 손가락 끝으로 잡아라 바위눈금 끌어라 뒤꿈치. 광막한 테라스에 올라서면 두 날개 펴고 산줄기가 난다. 발아래 아스라이 솟구치는 바위벼랑. 문경에서 점촌에서 와야리로 와야지 도티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정 눈이 부시거든 오봉정으로 숨어들 일이다. 용초골 시냇물에 몸을 담그면 살구꽃 복사꽃이 제 물에 진다.

김장호 시 '월악산'

월악산 김장호 미륵리(彌勒里) 미륵불상 자리에 서서 보면 북쪽하늘 은밀한 틈서리로 치닫는 군단(軍團) 단양가도(丹陽街道) 한수(寒水) 물가에서 돌아보면 말발굽을 울리는 용의 수레. 밤이면 밤대로 서천으로 번득한 달빛을 되받아서는 난리도 영너머로만 스쳐간다는 덕주꼴 안골짝을 용궁으로 떠올린다. 신륵사 뒤 고샅을 땀으로 헤쳐들 떄는 바위벼랑 아스라이 트이는 허공이더니, 발아래 송계마을로 소크라지면서는 지축(地軸)으로 빠진다. 이런 후미진 곳에 이런 산이 있었다니.. 모를 사람이나 몰랐다 뿐, 달래강으로 남한강으로 천지가 개벽하면서부터 그림자는 흘러 실려 내렸다네..

김장호 시 '설악산'

雪嶽山 김장호 이 산은 오르기가 좀 까다롭다 짜임새 때문이다. 밋밋한 육산과 달라 섯돌고 감돌아 외가닥으로는 길이 열리지 않는다 서북주능을 기둥삼아 화채 공룡 갈래지능 두어개면 됐지 굽이마다 홀쳐내고 틀터감아 수렴동으로 들어서도 벽 천불동으로 밀어붙여도 사면은 막혔다. 쳐다보면 설레고 내다보면 어질한 곱살맞은 끌질, 치맛자락 추스려, 어느구석 마음편한 너덜이라곤 없다. 비바람에 삭아내린 바위쯤 암벽에서 떨어져나가 더 아름다운, 아름다운 것 앞에 실수만 되풀이하는 사내처럼, 자꾸 내 몰골이 발길에 채이는 설악산

김장호 시 '벼랑에 서서'

벼랑에 서서 김장호 제가 장미인 줄도 모르고 장미는 핀다. 높이에서 섬뜩한 높이에서 산은 제 이름을 모른다. 말 있음의 고마움에 잠을 설치는 시인이여, 개천 바닥을 뒤져 한 알 금싸라기를 주워내는 시인이여, 사태진 살갗으로 눈얼음을 피처럼 철철 흘리는 벼랑에 서서, 말이 부질없구나 시 또한 부질없다. 뛰어내릴 일,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서 버리고 깔리어 피어날 일이다. 북한산 숨은벽능선

김장호 시 '축령산'

祝靈山 김장호 살구재를 넘거든 비령이 잣나무숲을 빠져 등성이로 붙어라. 비로소 마루턱이 트이면 서천으로 남이(南怡)바위 북한산 도봉산에서도 보이던 하늘에다 대어놓고 괴기한 주먹질. 산 첩첩 물 첩첩에 발아래 불당골. 한강을 예서 보면 서북으로 누었는데 수동천은 어쩌자고 동남으로 흐른다. 서리산으로 북을 막고 건너다보는 쾌라리고개 목 좌우로 팔을 벌리는 천마산과 철마산. 빠질 길이 묘연하다. 누가 일러 경기도의 히말라야 옴 마니 빼내 흠 셰르파의 주문(呪文) 대신 나무꾼의 회심곡이 등산화 끈을 풀게 한다

김장호 시 '북한산'

北漢山 김장호 어버이를 여의고 나는 내게 지붕이 없어졌다고 느꼈다. 분가를 하고서는 더구나 내가 외톨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돌아보며 돌아보며 됨됨이를 탓하면서 골목마다 책갈피마다 아, 신열로 달아오르던 나날, 문득 머리 위에 덮여오는 지붕, 눈이라도 퍼부을 것 같은 동짓달 산그늘을 시나브로 흔들리는 우듬지의 바람으로 녹슨 숲을 헤치고 손톱밑을 헤집고 하냥 기어오른 마루턱 어쩌자고 벼랑가에 잠드는 나를 만났다. 도시 어디를 헤매다가 이제 오느냐고 그제가 눈을 비비는 나를 끌어안고 소리치는 산이 있었다. 北漢山.

백우산 / 불가마 더위 산행

백우산 (894m) 불가마 더위 산행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2005.7.24) 아름다운 숲길로 상쾌한 산행을 시작하였으나 용소계곡 장타산행에서 불가마 더위가 우리를 시험하였습니다. 후끈한 불볕, 유속이 느린 계곡, 수없이 오르내리는 계곡바위길. 땀범벅에 얼굴은 타고 하산 후 뜨거운 라면과 막걸리 몇 잔에 더위를 삼켜버렸습니다. 하룻밤 자고나니 햇볕에 그을린 얼굴, 눈두덩이는 붓고 불가마 혈투의 흔적이 남았지요. 그래도 사랑하니 어쩌리오. 또 행군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