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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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식히는 음식

더위를 식히는 음식   올해 더위는 엄청 덥고 길다. 더위를 잘 견딘다는 사람도 혀를 내두를 판이다. 우리나라를 덮고 있는 기압대가 떠날 줄 몰라서 그렇다고 한다.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속담이 이 더위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집에 있는 사람도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도 마냥 에어컨에 갇혀 살다가는 냉방병에 귀앓이도 조심해야 한다. 부채를 들고 느티나무 아래나 물가로 가서 책이나 읽을 수 있다면 그런 호사가 없다.    '더위를 먹는다'는 말이 있다. 과도하게 더운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왔다는 의미이다. 고온에 장시간 더운 곳에 있거나, 열 이 많은 사람이 고체온에 견디지 못하면 더위를 먹게 된다. 그럴 때는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서 쉬어야 한다. 다음으로 수건을 적셔서 몸에 대어서 온도를 낮추고..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말속에 자연 18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이끼도 숲을 풍성하게 한다  이끼는 깊은 산속 습한 곳에서 자란다. 산속 나무나 바위에서 이끼를 볼 수 있다. 이끼 낀 길도 있고  이끼 낀 비석도 있고 산소도 있다. 그래서 시(詩)에서 표현하는 이끼는 태곳적 적막이나 세월의 무상함을 나타낸다. 오래된 숲의 틈을 이끼는 놓치지 않는다. 이끼 낀 돌은 유구하고 적막하다. 조지훈의 글 '석문'에서 석문난간 열 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가 그렇고, 이육사의 글 '자야곡(子夜曲)'에서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가 그것이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란 속담이 있다. 부지런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침체되지 않고 발전한다는 말이다. 이때 이끼는 정체된 상태이고 나쁜..

청려장(靑藜杖) / 장수 노인에게 드리는 명아주 지팡이

말속에 자연 17 청려장(靑藜杖)장수 노인에게 드리는 명아주 지팡이   지팡이는 노인이 주로 짚어 노인의 상징이다. 노인이 가지고 다니는 지팡이는 연륜과 비교되어 지혜를 상징하며 존경과 권위의 상징이다. 장수한 노인 또는 장수를 빌며 노인에게 드리는 지팡이가 청려장(靑藜杖)이다.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인데, 청(靑)은 잎이 푸르러 청인데 장수를 나타낸다. 려(藜)는 명아주이고, 장(杖)은 지팡이이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 '모귀(暮歸)'에 '내일도 명아주 지팡이 짚고 구름을 바라보겠네'란 글이 있고, 통일신라시대에 김유신이 문무왕으로부터 청려장을 받은 기록이 있는 걸 보면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는 오래되었다. 퇴계의 청려장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청려장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예기(禮記)〉에 '50세가..

시내를 대야 삼아 / 배려하는 삶

말속에 자연 16 시내를 대야 삼아배려하는 삶   여름 더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뒤적거린다. 중국 동진의 전원시인 도연명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누가 가난한 그를 추천하여 현령 자리에 앉았다. 그를 감사하는 관리가 오니까 마중 나오라 하였다. 도연명은 '내가 오두미(五斗米. 녹봉으로 받는 적은 쌀)에 고개를 숙여야 하겠는가' 하며 80일 만에 관직을 그만두었다. 부패한 관리사회에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는 고향으로 내려가며 귀거래사를 지었다. '실로 인생길 잘못 들어 헤매었건만 멀리 온 것은 아니니, 지금 생각이 옳고 지난 세월 잘못 산 걸 깨달았노라'는 대목이 그의 마음이다. 그런 도연명의 아들이 관직을 맡아 지방에 부임할 때 종을 달려 보내며 말했다. '이 사람도 남의 집 귀한 자식이다. ..

초근목피(草根木皮) /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잇다

말속에 자연 15 초근목피(草根木皮)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잇다   임진왜란(1592~1598) 전쟁의 소용돌이를 벗어난 20여 년 후 조선은 다시 재난의 시대였다. 17세기 무렵 지구는 평균기온이 낮아지며 자연재해가 몰아쳤다. 조선에서도 1620년에서 1720년 사이에  우박, 가뭄, 지진의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흉년이 들어 가히 어려운 시기였다. 특히 1670년(경술년), 1671년(신해년)에 일어난 '경신대기근'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대재앙이었다. 2년 동안 기근으로 백성들은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전염병으로 죽었다. 백성들은 풀뿌리와 나무껍질(草根木皮. 초근목피)로 연명하였다. 당시 상소문에 따르면 2년 동안 기근으로 굶어 죽은 사망자 수는 100만 명이라 하였다. 백성을 구하겠다고 자진하여..

취했느냐 곤드레 / 고려엉겅퀴

말속에 자연 14 취했느냐 곤드레곤드레는 고려엉겅퀴  곤드레는 술이나 잠에 취하여 정신이 흐릿하고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곤드레만드레'라는 말도 있는데 운율을 맞추기 위해 '만드레'를 붙인 것으로 보는데, 국어사전에는 '곤드레'와 '곤드레만드레'를 같은 뜻으로 적었다. '마셨느냐 취나물 취했느냐 곤드레'. 이 말은 나물타령에 나오는 말이다. 나물타령에 나오는 곤드레는 고려엉겅퀴로 강원도 방언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토종식물이라서 고려엉겅퀴라 이름을 붙였다. 곤드레 큰 잎은 바람이 불면 술 취한 것처럼 흔들흔들한다고 붙인 이름이다. 곤드레나물로 주로 통한다. 엉겅퀴는 우리말 이름인데, 옛말은 '한거싀'였다. '큰 가시'를 뜻한다. 한거싀가 엉겅퀴로 변하여 큰 가시가 있는 식물이라는 뜻..

면면(綿綿) / 목화솜을 타서 이어지는 실처럼

말속에 자연 13  면면(綿綿)목화솜을 타서 이어지는 실처럼   면(綿)은 솜이다. 면(綿)은 실을 나타내는 絲(사)와 피륙을 나타내는 帛(백)이 합쳐진 글자로, 무명을 원료로 한 실로 짠 천을 나타내기도 한다. 목화(木花)는 꽃을 피워 솜을 만드는 풀이다. 목화는 한자말인데 목면화(木綿花)의 줄임말이다. 인도 원산으로 한반도에서는 한해살이풀이지만 원산지에서는 관목처럼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목면화는 중국으로 도입될 때 키가 커서 나무로 보이는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다른 이름으로 면화(綿花)라고도 한다. 나무로 본 것은 종소명이 '나무의'란 뜻이 있는 것도 그렇고, 영어로도 목화를 'Tree Cotton'이라 한다. 면화솜을 타서 실을 뽑는 장면을 보면 실이 끊어지지 않고 면면히 이어진다. 그래서 ..

상전벽해(桑田碧海) / 뽕나무밭이 바다가 되다

말속에 자연 12 상전벽해(桑田碧海)뽕나무밭이 바다가 되다   상전벽해(桑田碧海)는 뽕나무밭이 바다가 되었다는 말이다. 상(桑)은 뽕나무이고, 상전(桑田)은 뽕나무밭이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나면 그렇게 될까? 이 말은 그만큼 많이 변했다는 말이다. 도시화가 되고 개발이 되면 세상은 많이도 변한다. 상(桑)이란 글자를 보면 나무 목(木) 위에 손을 나타내는 우(又)가 여러 개 있다. 쉴 새 없이 먹어대는 누에를 키우려 밤낮으로 뽕잎을 따다 주어 손이 많이 갔던 것을 보여주는 글자이다. 누에가 있는 방에 누워 있으면 누에가 뽕잎을 먹는 소리가 사각사각 밤새도록 들린다.  누에치기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다. 고구려 동명왕과 백제 온조왕, 신라의 박혁거세가 농사와 누에치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기록이 삼국사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말속에 자연 11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 (百年偕老)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라'. 결혼식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백년해로(百年偕老)를 파뿌리에 비유하였다. 해(偕)가 '함께'란 뜻이고 노(老)가 '늙는다'는 것이니 '살아서는 같이 살고 함께 늙는다'는 것이다. 사모관대에 도포를 걸친 신랑에, 신부는 족두리를 쓰고 한복을 입고 하는 구식혼례가 있었다.  혼인 전에 오가는 혼서(婚書)는 부부의 해로를 바라는 의미에서 실로 묶었다. 그리고 함을 붉은 보자기에 쌌다. 부부가 얽혀 살라는 뜻으로 겉봉에는 근봉(謹封)이라 썼다. 혼인장소에는 '두 성이 합하니 만복의 근원(二姓之合 萬福之源)'이라는 문구를 붙였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맞절을 하고, 합환주를 마시는 등 절차가 따른다...

여뀌잎을 먹고사는 벌레는 매운맛을 모른다

말속에 자연 10 여뀌잎을 먹고사는 벌레는 매운맛을 모른다   '여뀌잎을 먹고사는 벌레는 매운맛을 모른다'. 이 글은 고전명구선(古典名句選)이란 책을 읽다가 본 대목이다. 중국 후한말기 위나라 시인인 왕찬(王粲)이 쓴 시에 나온다. 지구상에 동물이 150만이고, 그중에 곤충이 100만이다. 그 많은 곤충들은 대부분 식물을 먹는다. 이것저것 먹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먹이가 있다. 편식을 하는 셈이다. 좋아하는 먹이를 찾게 된 것은 시간이 쌓이며 적응한 먹이식물이다. 식물에 독이 있든 없든 곤충은 익숙해진 먹이를 먹는다. 곤충이 먹는다고 사람도 따라먹다가는 큰일 날 일이다.  동식물 모두 위험에 처했을 때 방어무기를 사용한다. 수많은 식물들은 특성물질을 분비함으로써 다른 식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자신의 영토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