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2024/08 19

선자령 / 바람의 언덕이 있는 백두대간 고개

선자령(仙子嶺. 1,157m)바람의 언덕이 있는 백두대간 고개 강원도 평창 · 강릉국사성황당 - 선자령(1157) - 전망대 - 대관령휴게소(832)이동거리 9.9㎞. 이동시간 3:40. 휴식시간 0:07. 계 3:47 (2024.8.29. 비. 17.8~20℃)    열차를 타고 진부역에서 내렸다. 전국이 한달간 폭염이었고 그 더위가 막바지인데, 이곳은 서늘하고 비까지 내린다. 대관령면 낮 최고 기온이 20℃이니 갑자기 계절을 옮겨 놓은 것 같다. 고갯마루 대관령(大關嶺. 832m)은 비구름으로 뿌옇다. 영동(嶺東)과 영서(嶺西)도 이 고개를 기준으로 나누고, 관동(關東)이란 이름도 대관령 동쪽이란 말에서 붙은 이름이다.  바로 가는 대중교통편이 없어서 택시를 탔더니 국사당 마당까지 몰아서 갔다.  비..

북한산 숨은벽 / 밤골에서 원점회귀 산행

북한산 숨은벽 밤골에서 원점회귀 산행 효자2동 - 밤골 - 숨은벽능선 - 백운대 갈림길 - 밤골계곡 - 밤골 - 효자2동이동거리 7.2㎞. 이동시간 4:46. 휴식시간 0:42. 계 5:28 (2024.8.27. 흐린 후 맑음. 24.6~30.3℃)     여름 막바지에 산길에 나뭇잎이 조금씩 떨어진다. 풀벌레 울음소리도 커졌다. 이번에는 북한산 숨은벽이다. 숨은벽은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숨은 듯이 자리 잡고 있어 그렇게 부른다. 북한산 북쪽에서 숨은벽을 보면 우뚝 솟은 바위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화강암으로 만든 바위 걸작품이 그렇게 숨어 있다.  매미가 가까이 가도 도망갈 줄도 모르고 요란하게 운다. 아마도 모델 출신인지 나무를 오르내리며 사진 촬영에 한참동안 응하고 있다. 매미는 나무에 딱 붙어..

연꽃이 진흙 속에서 피어난다

말속에 자연 21 연꽃이 진흙 속에서 피어난다   송나라 학자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에서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면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하였듯  연꽃은 진흙 속에서 핀다. 속담에서도 '연꽃이 진흙 속에서 피어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름다움을 이루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연꽃같이 살자'라는 말은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자'는 말이다.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하기 전에 연꽃이 있었고,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되기 전에 이미 연꽃이 있었다. 연꽃은 여러해살이 식물로 아랫부분에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굵은 땅속줄기가 발달한다. 연근은 뿌리라기보다는 줄기에 해당하여 이런 것을 뿌리줄기라 한다. 연근에 구멍이 뚫린 것은 진흙 속에서 숨쉬기 위한 공기저장조직이다. 연꽃의 열매가 연밥이다...

기다리면 꽃 피는 소리도 들린다

말속에 자연 20 기다리면 꽃 피는 소리도 들린다   연꽃은 여름에 피는 꽃이다. 연꽃은 송나라 학자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로 더 잘 알려졌다. 애련설에서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면서 더럽혀지지 않고, 맑은 잔물결에 흔들리면서도 요사스럽지 않다'라고 했다. 주돈이는 성리학의 개조(開祖)로 태극이나 이기(理氣)란 말을 처음 사용하였다. 그의 학문은 정호·정이를 거쳐 주희에 이르러 주자학으로 정리되었다. 이 주자학이 조선의 성리학에 영향을 주었다. 그런 주돈이가 애련설을 얘기했으니 연꽃을 군자의 꽃으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애련설에서 연꽃은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 맑으며,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 두고는 감상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연꽃은 칠팔월 해가 뜨기 전에 핀다. 그래서 선인들은 새벽에..

어정칠월 동동팔월 / 계절은 바람처럼 지나간다

말속에 자연 19 어정칠월 동동팔월계절은 바람처럼 지나간다  '어정칠월 동동팔월'은 절후와 관련한 우리말 속담이다. 농가에서 칠월은 하는 일 없이 어정거리다가 가고, 8월은 바빠서 동동거린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농사짓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계절이 바뀌면 이런 말이 생각난다. 동동팔월은 '건들팔월'이라고도 하는데, 정신없이 일하다가 보면 건들바람처럼 지나간다는 뜻이다. 건들바람은 초가을에 불어오는 서늘하고 부드러운 바람이다. 계절은 그렇게 바람처럼 지나간다.  세월의 흐름을 재기 위해서 음력을 썼다면, 양력으로 쓰는 24 절기는 계절의 흐름을 알 수 있다. 24 절기는 날씨와 계절을 알고 농사를 짓는데 유용한 수단이다. 절기는 양력으로 매월 상순 중간과 하순 중간에 하루씩 있다.  7월은 소서(小暑. 7...

더위를 식히는 음식

더위를 식히는 음식   올해 더위는 엄청 덥고 길다. 더위를 잘 견딘다는 사람도 혀를 내두를 판이다. 우리나라를 덮고 있는 기압대가 떠날 줄 몰라서 그렇다고 한다.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속담이 이 더위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집에 있는 사람도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도 마냥 에어컨에 갇혀 살다가는 냉방병에 귀앓이도 조심해야 한다. 부채를 들고 느티나무 아래나 물가로 가서 책이나 읽을 수 있다면 그런 호사가 없다.    '더위를 먹는다'는 말이 있다. 과도하게 더운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왔다는 의미이다. 고온에 장시간 더운 곳에 있거나, 열 이 많은 사람이 고체온에 견디지 못하면 더위를 먹게 된다. 그럴 때는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서 쉬어야 한다. 다음으로 수건을 적셔서 몸에 대어서 온도를 낮추고..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말속에 자연 18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이끼도 숲을 풍성하게 한다  이끼는 깊은 산속 습한 곳에서 자란다. 산속 나무나 바위에서 이끼를 볼 수 있다. 이끼 낀 길도 있고  이끼 낀 비석도 있고  산소도 있다. 그래서 시(詩)에서 표현하는 이끼는 태곳적 적막이나 세월의 무상함을 나타낸다. 오래된 숲의 틈을 이끼는 놓치지 않는다. 이끼 낀 돌은 유구하고 적막하다. 조지훈의 글 '석문'에서 석문난간 열 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가 그렇고, 이육사의 글 '자야곡(子夜曲)'에서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가 그것이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란 속담이 있다. 부지런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침체되지 않고 발전한다는 말이다. 이때 이끼는 정체된 상태이고 나..

청려장(靑藜杖) / 장수 노인에게 드리는 명아주 지팡이

말속에 자연 17 청려장(靑藜杖)장수 노인에게 드리는 명아주 지팡이   지팡이는 노인이 주로 짚어 노인의 상징이다. 노인이 가지고 다니는 지팡이는 연륜과 비교되어 지혜를 상징하며 존경과 권위의 상징이다. 장수한 노인 또는 장수를 빌며 노인에게 드리는 지팡이가 청려장(靑藜杖)이다.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인데, 청(靑)은 잎이 푸르러 청인데 장수를 나타낸다. 려(藜)는 명아주이고, 장(杖)은 지팡이이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 '모귀(暮歸)'에 '내일도 명아주 지팡이 짚고 구름을 바라보겠네'란 글이 있고, 통일신라시대에 김유신이 문무왕으로부터 청려장을 받은 기록이 있는 걸 보면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는 오래되었다. 퇴계의 청려장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청려장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예기(禮記)〉에 '50세가..

시내를 대야 삼아 / 배려하는 삶

말속에 자연 16 시내를 대야 삼아배려하는 삶   여름 더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뒤적거린다. 중국 동진의 전원시인 도연명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누가 가난한 그를 추천하여 현령 자리에 앉았다. 그를 감사하는 관리가 오니까 마중 나오라 하였다. 도연명은 '내가 오두미(五斗米. 녹봉으로 받는 적은 쌀)에 고개를 숙여야 하겠는가' 하며 80일 만에 관직을 그만두었다. 부패한 관리사회에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는 고향으로 내려가며 귀거래사를 지었다. '실로 인생길 잘못 들어 헤매었건만 멀리 온 것은 아니니, 지금 생각이 옳고 지난 세월 잘못 산 걸 깨달았노라'는 대목이 그의 마음이다. 그런 도연명의 아들이 관직을 맡아 지방에 부임할 때 종을 달려 보내며 말했다. '이 사람도 남의 집 귀한 자식이다. ..

초근목피(草根木皮) /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잇다

말속에 자연 15 초근목피(草根木皮)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잇다   임진왜란(1592~1598) 전쟁의 소용돌이를 벗어난 20여 년 후 조선은 다시 재난의 시대였다. 17세기 무렵 지구는 평균기온이 낮아지며 자연재해가 몰아쳤다. 조선에서도 1620년에서 1720년 사이에  우박, 가뭄, 지진의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흉년이 들어 가히 어려운 시기였다. 특히 1670년(경술년), 1671년(신해년)에 일어난 '경신대기근'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대재앙이었다. 2년 동안 기근으로 백성들은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전염병으로 죽었다. 백성들은 풀뿌리와 나무껍질(草根木皮. 초근목피)로 연명하였다. 당시 상소문에 따르면 2년 동안 기근으로 굶어 죽은 사망자 수는 100만 명이라 하였다. 백성을 구하겠다고 자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