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 215

닭 이야기

닭 이야기 내가 닭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나서다.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학교가 없어지는 바람에 어린이저금을 모두 받아 중닭을 스무 마리나 샀다. 닭장 아래쪽에는 산짐승이 못들어 오게 판자로 막고 위쪽은 마름모꼴로 된 철망을 둘러쳤다. 그 안에 닭우리는 비바람을 막을 수 있게 지붕이 있는 송판집을 높게 지어 횃대에는 스무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설 수 있고, 닭둥우리도 짚으로 두어 개 만들고 북더기도 깔아 횃대 한쪽에 걸어 놓으니 닭집 치고는 제법 잘 지어 놓은 편이다. 학교 갔다오면 터밭에 남은 푸성귀를 넣어주거나 산에서 아카시잎을 뜯어 넣고 벌레를 잡아 넣기도 하였다. 닭은 울어 새벽을 알리고, 알 낳았다고 울어 가보면 따스한 온기가 달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닭이 알을 품..

정약용 '사나이 가슴속'

사나이 가슴속 요컨대 아침볕을 받는 곳은 저녁 그늘이 먼저 들고. 일찍 피는 꽃은 빨리 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람은 이리저리 옮겨 불어 한시도 멈추는 법이 없다. 이 세상에 뜻을 둔 사람은 한 때의 좌절로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 사나이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한 마리 가을 매가 하늘을 박차고 오르는 기상이 있어야 한다. 눈은 건곤을 작게 보고, 손바닥은 우주를 가볍게 보아야만 한다. - 茶山 정약용의 글 「학유(學遊)가 떠날 때 노자 삼아 준 가계(家誡) 」 봄꽃에 마음을 쏟아도 얼마 못 가 다 진다. 땅 속에 씨앗을 숨기고 있던 싹이 그제야 올라와 여름 꽃을 피운다. 추레해져 여름 잡초처럼 여겼더니 어느새 꽃을 다시 달고 제 태를 뽐내는 녀석들도 있다. 뜨락에 피고 지는 꽃에도 영고성쇠의 자..

혼례에 관한 한자

혼례에 관한 한자 성인식(成人式), 혼인(婚姻), 장례(葬禮), 제사(祭祀)를 사례(四禮)라 하는데, 전통적인 용어로 관례(冠禮), 혼례(婚禮), 상례(喪禮), 제례(祭禮)라 하여 줄여서 관혼상제(冠婚喪祭)라 하였다. 그중 혼례에 대한 한자를 찾아보았다. 혼인(婚姻) 혼인(婚姻)은 결혼인(結婚姻)의 준말로 혼(婚)과 인(姻)을 묶는다는 말이다. 혼(婚)은 여자 여(女)+어두울 혼(昏)으로 날이 어두워져야 예식을 올렸는데, 예식을 올리는 여자의 본가를 이르는 말이다. 인(姻)은 여자(女)+의지할 인(因)으로 여자가 결혼 후 의지할 신랑 또는 신랑의 부모이다. 따라서 혼인은 신부집과 신랑집, 또는 신랑 부모와 신부 부모를 묶는 것이다. 혼인을 하게 되면 사돈(査頓)을 맺는다 하는데, 이 말은 만주어 '사툰'..

성철스님 주례사

성철스님 주례사 오늘 두 분이 좋은 마음으로 이렇게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는데, 이 마음이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기 앉아 계신 분들 결혼식장에서 약속한 것 다 지키고 살고 계십니까? 이렇게 지금 이 자리에서는 검은 머리가 하얀 파뿌리가 될 때까지 무리 어려운 일이 있거나,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로 돕고 살겠는가 물으면, 예 하며 약속을 해놓고는 3일을 못 넘기고 3개월, 3년을 못 넘기고 남편 때문에 못살겠다, 아내 때문에 못살겠다 이렇게 해서 마음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다투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결혼하기를 원해 놓고는 살면서 아이고 괜히 결혼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하는 게 나았을걸 후회하는 ..

술이 있는 옛시조 1

술이 있는 옛시조 1  10월 네번째주 목요일은 막걸리 날로 정했다고 한다. 기념하는 날도 많은데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귀가 번쩍 뜨일 얘기다. 2011.10.27(목요일)은 첫번째 생긴 막걸리 날이다. 막걸리는 삼국시대 이전 벼농사가 이루어진 때에 빚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막'은 '함부로' 또는 '마구'라는 뜻이고, '걸이'는 '거르다'는 뜻이니 막걸리는 마구 거른 술이다.     단원 김홍도 「주막」          짚방석 내지 말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 불 혀지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희야 박주 산채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 한호(韓濩)           천지로 이불로 삼고    강하로 술연못을 만들어    천 일 동안 계속 마셔서    취한 채 ..

걸어서 편안하다

걸어서 편안하다 아침 저녁으로 걸어서 출퇴근한지 석 달이 되었다. 하늘을 보고 강물을 보고 풀밭을 보고 걷는다. 한강길과 뚝방길과 동네길을 아침 저녁 한 시간씩 걸어서 간다. 팔은 앞뒤로 가볍게 한다. 아침에는 동으로 저녁에는 서쪽으로 해를 향해 걷는다. 그래서 색안경을 껴야하고 배낭을 짊어지고 등산복이라 늘 산에 가는 차림이다. 아들이 그런다 '아버지 요즈음 회사 안 나가세요?" 사무실에서 입을 옷은 아예 갖다 두었다. 발에서 심장으로 가는 피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발이 제2의 심장이라 한 말을 느낀다. 느리게 가는 차들이 보이고, 철교 위로 지나가는 전철 속 사람들 모습이 차창에 어렴풋하다. 종종걸음 칠 것도 없고, 지하철에 시달릴 일도 없다. 걸어가며 노래를 지어 불러보기도 한다. 지은 노래는 ..

표준색이름

표준색이름 빨강 주황 노랑 연두 초록 청록 파랑 남색 보라 자주 분홍 갈색 하양 회색 검정 많은 색깔이 있지만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는 색이름과 색상 분류에 사용하는 기본색을 정하여서 색종이, 색연필, 그림물감, 크레파스를 만드는 데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기본색은 15가지이고 색이름도 위와 같다. 녹색이 아니라 초록이며, 흰색이 아니라 하양이 표준색 이름이 되었다. 학교 다닐 때 얼굴색을 살색으로 표현했지만, 지금은 살구색이다. PC에서 색깔을 찾아서 작성하였는데 쉽지가 않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미술시간에 쓰는 크레파스나 그림물감에는 가장 작은 것이 13가지 기본색이었고, 아래 위로 두 줄로 된 것도 있었다. 미술시간에 노래를 흥얼거리고 부르면, 선생님이 '그래, 그렇게 흥얼거리며 부르면 그림이..

청아한 일

청아한 일(淸課)   장혼(1759~1828)은 조선시대 후기 문인으로 학술사와 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가요, 전문 편집인이다. 그가 남긴 글을 읽다가 감칠맛 나는 내용이 있어 옮긴다. 이름하여 '청아한 일 서른네 가지'이다. (출처 : 안대회 지음 '고전산문산책').  그것을 기본으로 지금에 되살려서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보았다.   (장혼이 정한 청아한 일)                                 ( 내가 수정해 본 청아한 일)  * 향 피우기                                                    * 풀향기 맡기                 * 차 달이기                                              ..

황희 정승 아들 술버릇 고치기

황희 정승 아들 술버릇 고치기 조선 세종 때 명재상 황희(黃喜)는 아들이 넷이 있었다. 그중 한 아들이 술을 많이 하였다. 아무리 타일러도 아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하루는 밤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황희 정승이 마당에서 기다렸다. 옷자락이 이슬에 다 젖도록 서 있는데 술 취한 아들이 그제야 비틀거리며 마당에 들어섰다. 황희 정승은 머리를 숙여 정중하게 아들을 맞이 하였다. "어서 오십시요" 술에 취한 아들이 인사를 받고 보니 아버지였다. 정신이 버뜩 들었다. "아버님 안 주무시고 어인 일이십니까?" 황희는 아들을 정중히 맞아들이며 답하길, "세상에 자식이 아버지 말을 듣지 않으면 한집안의 식구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는 자식이 아니라 내 집에 들어온 손님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내 집에 들어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