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 183

권하는 책 2016~2020

권하는 책 2016~2020    - 2016~2020년에 읽은 책 중에서 권할만 한 책을 골랐다.  - 이 책들은 본 블로그에 있는 글곳간-좋은책-권하는책 2004~2020에 포함시켰다.         ☆ 식물 나무탐독. 박상진. 샘터. 2015신갈나무 투쟁기. 차윤정,전승훈. 지성사. 2009차윤정의 우리숲 산책. 차윤정. 웅진닷컴. 2002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변현단. 들녘. 2010나무수업. 페터 블레벤. 이마. 2016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이윤옥. 인물과 사상사. 2015식물의 왕국. 윌벤슨. 까치. 2013 사랑하면 보이는 나무. 허예섭,허두영. 궁리. 2012 사계절 꽃산행. 현진오. 궁리. 2005. 정원생활자. 오경아. 궁리. 2017들꽃 편지. 백승훈. 여성신문사. 2014.우리..

가을이 있는 옛시조

가을이 있는 옛시조 억새 / 북배산 (경기도 가평. 2008.10.4) 쓰르라미 새벽에 선탈했는지 그 허물 청산 속에 남겨뒀기에 초동이 주워온 걸 바라봤더니 온 세상에 가을바람 일어나더라 - 황오(1816~1863), 쓰르라미 껍질 시골집이 조그맣게 밭 사이 있어 감, 대추와 밤나무로 둘리어 있네 서릿바람 불어와 무르 익으니 말과 소의 눈에는 온통 붉은 빛 - 황오, 농가의 이런저런 일을 읊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였는가 아마도 오상고절(傲霜高節)은 너 뿐인가 하노라 - 이정보, 국화

어느 농사꾼의 집

어느 농사꾼의 집 충남 아산시 염치읍 (2016.6.12) 아산에 있는 영인산(364m)에 갔다가 농사꾼 선배가 사는 집으로 찾아갔다. 등목을 하고 시원한 수박을 먹었다. 외손자가 올 때 물릴까봐 모기를 없앤다는 구문초를 심었는데, 이따끔 날파리는 있다며 파리채를 들고 주변을 주시한다. 나무들이 집을 에워싸서 숲이 울창하고, 몇 년마다 하나씩 구하여 마당에 심은 귀한 나무들은 주인의 정성으로 윤기가 난다. 집 앞에는 얕은 냇물이 졸졸졸 흐르고, 오리떼가 헤엄쳐 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오래 전 선대부터 살아온 집 바깥 채 널문은 낡을대로 낡았지만, 농기구는 전시물처럼 가지런하다. 선배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40여 년 전부터 주말에는 꼭 내려와 농사를 지었는데, 수 년 전에는 퇴직하고서 아예 부부가 이곳에 눌..

권하는 책 2004~2020

권하는 책 2004-2020     - 2004년~2020년에 읽은 책 중에서 선별하였다. - 책 뒤에 적은 년도는 읽은 책의 발행년도이다            ☆ 식물 우리나무 백 가지. 이유미. 현암사. 1995우리꽃 백 가지 1,2,3.  김태정. 현암사. 1999한국의 야생화. 늪 습지에 피는 꽃. 김태정. 국일미디어. 1997나의 꽃문화 산책. 손광성. 을유문화사. 1996삼림욕, 숲으로의 여행. 차윤정. 동학사. 1995숲의 생활사. 차윤정. 웅진닷컴. 2004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 차윤정. 지오북. 2009 궁궐의 우리나무. 박상진. 눌와. 2001야생초 편지. 황대권. 도솔. 2002한국의 야생화. 이유미. 다른세상. 2003광릉숲에서 보내는 편지. 이유미. 지오북. 2004역사가 새겨..

서애 유성룡 인생의 수수께끼

서애 유성룡 인생의 수수께끼 충효당 / 서애 유성룡 종가 (서애선생 사후에 지은 집이다) 유성룡은 선조가 도성을 버리고 도주하려 할 때 도성 사수론을 주장하고, 선조가 평양을 버리려 할 때 평양결전론을 주장하고, 선조가 요동으로 도주하려 할 때 "대가(大駕)가 우리 국토 밖으로 한 걸음만 떠나면 조선은 우리나라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저지한 강경 주전론 자이다. 이런 유성룡에게 주화 혐의를 씌우고 이를 빌미로 실각시킨 데는 다른 배경이 있다. 선조도 그런 배경의 한 부분이다. 전쟁기간 내내 도주하기 바빴던 선조는 종전되기 전에 유성룡을 제거해야 했다. 종전 후 선조의 권위는 끝없이 추락할 것인 반면 유성룡의 진가는 하늘을 찌를 것이기 때문이다. 선조는 탄핵을 유도해 그의 실각을 부추겼다. 그런데도 유성룡이..

정희성 시 '태백산행'

태백산행 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살이야 열아홉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 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 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홀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태백산 (2007.2.3)

이원규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으로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

재물을 숨겨 두는 방법 / 정약용의 편지

재물을 숨겨 두는 방법 다산 정약용은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재물을 숨겨 두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일렀다. 〈 두 아들에게 보여 주는 가계(家誡) 〉 형체가 있는 것은 부서지기 쉽고, 형체가 없는 것은 없애기가 어렵다. 스스로 자기 재물을 쓰는 것은 형체로 쓰는 것이다. 남에게 재물을 베푸는 것은 마음으로 쓰는 것이다. 형체를 형체로 누리면 다 닳아 없어지기에 이르나, 형체 없는 것을 마음으로 누리면 변하거나 없어지는 법이 없다. 무릇 재물을 비밀스레 간직하는 것은 베풂만한 것이 없다. 도둑이 뺏어갈까 염려하지도 않고, 불에 타 없어질까 걱정하지도 않는다. 소나 말에 운반하는 수고로움도 없다. 그런데도 내가 능히 죽은 뒤에까지 지니고 가서 아름다운 이름이 천년토록 전해진다. 천하에 이같은 큰 이..

넉넉하게 사는 법 / 팔여거사(八餘居士) 김정국(金正國) 이야기

넉넉하게 사는 법  - 팔여거사(八餘居士) 김정국(金正國) 이야기       인생의 봄날은 쉬 지나간다. 지나간 일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그 아쉬움을 대신하기 위해서 다시 살아보고 싶느냐고 묻는다면 그리 쉬운 대답이 나오기 어렵다.  조선초기 김안국의 동생인 김정국(1485~1541)이 황해도 관찰사를 하다가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삭탈관직되었다. 그는 이에 연연치 않고 현실을 있는대로 받아들이고 여유롭게 지냈다. 그의 자호가 팔여거사(八餘居士)이다. 친구가 팔여(八餘)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가 대답하기를, "토란국과 보리밥을 배불리 먹으니 먹는데 남음이 있고, 부들자리와 온돌에서 누우니 누움에 남음이 있고, 맑은 샘물을 마실 수 있으니 마심에 남음이 있고, 시렁에 가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