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 214

조오현의 시 ' 내 울음소리' 외

조오현의 시 '내 울음소리' 외 한 해가 가고 다른 한 해가 왔다. 지난해 달력을 치우려고 하였더니, 아내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오린 자리 밑에 몇 편의 글이 있었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무산(霧山) 조오현 스님의 시였다. 스님은 설악산 절에서 살면서 마음에 닿는 선시 수 편을 남겼다. '아득한 성자'에서는 '하루'에 담긴 영원을 깨닫지 못한 채 하루하루 아득바득 살기만 한다면 과연 하루라도 제대로 산 것이냐고 묻고, 본인이 죽은 후 '눈먼 뻐국새의 슬픔이라도 자아낼까'라며 채찍질하였다. 부지런히 자신을 살펴보라는 말씀이다. 물거품을 보지 말고 넓은 바다를 보라는 말씀이다. 동해 / 강원도 동해 내 울음소리 한나절은 숲 속에서 새 울음소리를 듣고 반나절은 바닷가에서 해조음 소리를 듣습니다 언제쯤 내 울음소..

자연 속 바른 말 1. 거치른 벌판이냐 거친 벌판이냐

자연 속 바른말 1 거치른 벌판이냐 거친 벌판이냐 언어는 서로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수단이다. 갈고 닦아 쓰지 않으면 표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뿐 아니라 왜곡될 수도 있다. 산에 오르고 길을 걸으며 자연에서 쓸 수 있는 말을 모아 두었다가 정리하였다. 거친 들판 / 전남 해남 (2016.11.1) 가을내(×). 가으내(○) (예) 가을내 단풍 구경을 실컷 했다 (×). 가으내 단풍 구경을 실컷 했다 (○) - 중세 국어에 초성으로 오는 'ㄴ'앞에서 'ㄹ'받침이 탈락하는 ㅎ흔적 곤색 (×) 감색 (○) (예) 감색 양복 (○). 곤색 양복 (×) - 감색(紺色)은 검푸른 남색, 곤색의 '곤'은 감(紺)의 일본어 발음 개이다(×). 개다(○) - 날이 개이면 (×). 날이 개면 (○) 거치른 ..

한겨울에 즐거운 일

한겨울에 즐거운 일 청계산 (경기 성남. 2008.1.12) 연말연시에 연하장을 보내거나 문자를 보내며 새해 건강과 다복을 빌며 늘 즐거운 일이 가득하기를 빈다. 지난 해를 보내고 새해에 덕담을 나누며 그것을 기원하는 일은 좋은 풍습이다. 그러면 한겨울에 소소한 행복과 운치를 맛볼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어릴 때는 즐거운 일이 많다. 즐거운 일이란 대부분 노는 일이다. 얼음이 꽁꽁 언 논에 가서 썰매를 타고 팽이를 치던 일이 즐거웠고, 친척 형들이 불빛을 비치며 초가지붕 밑에서 참새를 잡는 것을 따라다니던 일이 즐거웠고, 다 놀고 들어와 소죽을 끓이던 솥뚜껑을 뒤집어 그 위에 물을 데워 세수하던 일조차 즐거웠다. 눈 쌓인 김장독을 열어 살얼음 언 무김치 깨물어 아삭한 맛이 좋았고, 아무도 걷지 않..

동지에는 팥죽 / 인정을 나눌 좋은 풍습

동지에는 팥죽 인정을 나눌 좋은 풍습 동짓날 본가에 어머니를 뵈오러 내려갔더니 절에 가셨다가 막 들어왔다며 팥죽을 들고 계셨다. 새벽에 일어나 팥죽을 쑤어 이웃에 돌렸는데, 안부를 물어온 분이 팥죽을 못 먹었다고 하기에 불렀다며 팥죽을 더 쑤어야겠다고 하신다. 나도 일손을 거들었다. 팥죽은 팥앙금으로 즙을 잘 내야하는 것이 첫째이다. 팥이 반 되면 맵쌀도 반 되인데, 눌지 않게 주걱으로 계속 저어야 한다. 맵쌀이 익어갈 때면 새알을 넣는다. 새알은 찹쌀과 맵쌀을 반반씩 넣고 만든다. 새알을 한꺼번에 넣으면 엉기고, 그냥 넣으면 뜨거운 물이 튀니 주걱을 비스듬히 하고 그 위로 새알을 굴려서 넣는 것이 요령이다. 새알은 나이만큼 먹어야 한다고 했다. 새댁들은 재미로 새알을 불에 구워 그 모양을 보고 자식이 ..

더위를 피하는 법

더위를 피하는 법  연일 엄청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태양은 뜨겁고, 뜨거워진 공기는 빠져나가지 못하여 폭염은 연일 기록을 만들고 있다. 기상 관측 이래로 더위로 온도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최고의 더위를 겪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이 각가지 더위를 피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마나님께 팥빙수를 사 가지고 간다. 패트병을 얼려서 수건에 싸서 끼고서 잔다. 이열치열로 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 대야에 찬물을 받아 발을 담근다. 북극 빙하나 폭포 동영상을 본다. 에어컨이 잘 된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을 본다. 등등.  어릴 때는 집에 우물이 있어서 등목을 하였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시원하였다. 등목을 하고 뒷마루 문을 열어 놓으면 산바람이 들어와 엄청 시원하였다. 감나무..

조오현의 시 '아득한 성자' 외

조오현의 시 '아득한 성자' 외  조오현시인이 2018.5.26 돌아가셨다. 설악산 절에서 지내고 시를 읊었던 선승이셨다.만해를 알린 시인스님이셨다. "항상 진리에 배고파하고, 어리석어라" 하시며 아름다운 선시를 남겼다. '밤하늘 먼 바다 울음소리를 듣노라면 천경(千經) 만론(萬論)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라 하였다. 그의 시가 좋아서 몇 수를 적어서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이 계절에 훌륭한 선승 시인이 그의 법명 무산(霧山)처럼 홀연히 가셨다.     설악산 수렴동계곡 (2011.8.4)       아득한 성자 하루라는 오늘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나는 살아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

조심해야 할 인사말

조심해야 할 인사말 문병을 간 사람이 말을 잘못하면 받는 사람이 당황스럽다. 말을 잘못하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문병이나 문상을 가서 인사를 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특히 어려운 경우에는 더욱 말을 조심을 해야 한다. ○ 인사말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수고하세요'는 어른에게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히 계십시오' '다음에 뵙겠습니다'가 바른 표현이다. '수고'는 고통을 받으라는 말이니 '수고하세요' 대신에 '애쓰셨습니다'가 바른 표현이다. ○ 배웅 인사 회사에 출근하시는 아버지에게는 '다녀오십시오'라 표현한다. 어른에게는 '잘' '안녕히'란 말은 붙이지 않는다. '안녕히'란 말은 멀리 가실 때 쓰는 인사말이다. ○ 문안 인사 깍듯이 높여야 할 상대에게는 '잘' ..

먹는 것에 대한 바른 말 / 곱배기냐 곱빼기냐

먹는 것에 대한 바른말 곱배기냐 곱빼기냐 수능시험에 표준말을 고르는 사지선다형 시험문제가 있었다. 부모가 사투리를 쓰는 수험생은 정답을 고르기가 어려웠던 문제였다. 한 문제가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세상이다. 늘 쓰는 틀린 말도 바른말인 줄 알고 쓰는 일이 있다. 언어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틀린 말을 그대로 써서 굳어지게 되고, 자녀들에게 이어지게 된다. (사실은 틀린 말이 아니고 다른 말이다) 글을 쓸 때는 애매한 경우에는 이런 말인지 아닌지 사전을 찾아보고 써야 한다. 그동안 정리하였던 내용 중에서 먹는 것에 대해서 따로 골랐다. △ 짜장면 곱배기 (×) 짜장면 곱빼기 (0) - '-빼기'는 두 그릇의 몫을 담은 특성이 있는 사람이나 물건에 쓰는 접미사 △ 돼지고기 갈은 것 (×) 돼지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