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 213

넉넉하게 사는 법 / 팔여거사(八餘居士) 김정국(金正國) 이야기

넉넉하게 사는 법 - 팔여거사(八餘居士) 김정국(金正國) 이야기 인생의 봄날은 쉬 지나간다. 지나간 일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그 아쉬움을 대신하기 위해서 다시 살아보고 싶느냐고 묻는다면 그리 쉬운 대답이 나오기 어렵다. 조선초기 김안국의 동생인 김정국(1485~1541)이 황해도 관찰사를 하다가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삭탈관직되었다. 그는 이에 연연치 않고 현실을 있는대로 받아들이고 여유롭게 지냈다. 그의 자호가 팔여거사(八餘居士)이다. 친구가 팔여(八餘)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가 대답하기를, "토란국과 보리밥을 배불리 먹으니 먹는데 남음이 있고, 부들자리와 온돌에서 누우니 누움에 남음이 있고, 맑은 샘물을 마실 수 있으니 마심에 남음이 있고, 시렁에 가득한 책들로 보기에..

착한 일 하는 사람 / 명심보감에서

착한 일 하는 사람 명심보감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쓴 작가 이윤기 님은 어릴 때 명심보감의 다음 글을 읽고 살아가는 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마음에 새길 글이다. 동악성제께서 내리신 교훈은 이러하다. 하루 착한 일을 한다고 해서 복을 금방 받는 것은 아니지만 화는 스스로 멀어진다. 하루 나쁜 일을 한다고 해서 화를 금방 입는 것은 아니지만 복은 스스로 멀어진다.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봄동산의 풀과 같아서 그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나날이 자라는 것이 있고,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은 칼 가는 숫돌과 같아서 그 닳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나날이 이지러지는 것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을 꺼내서 그 글을 다시 찾아본다. 동악성제(東岳聖帝)-수훈(垂訓)에 왈(曰) 일일 행선(一日行..

여섯 가지 도둑

여섯 가지 도둑 세상에서 제일 고약한 도둑은 바로 자기 몸 안에 있는 여섯 가지 도둑 일세 눈 도둑은 보이는 것마다 가지려고 성화를 하지 귀 도둑은 그저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하네. 콧구멍 도둑은 좋은 냄새는 제가 맡으려 하고 혓바닥 도둑은 온갖 거짓말에 맛난 것만 먹으려 하지. 제일 큰 도둑은 훔치고 못된 짓 골라하는 몸뚱이 도둑. 마지막 도둑은 생각 도둑. 이놈은 싫다, 저놈은 없애야 한다, 혼자 화내고 떠들고 난리를 치지. 그대들 복 받기를 바라거든 우선 이 여섯 가지 도둑부터 잡으시게나. - 일연. 〈 고승 열전 〉 얼굴박물관 / 경기도 광주 2009.12.12

잘 되는 집안은 뭐가 다른 걸까?

잘 되는 집안은 뭐가 다른 걸까? -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그림] 현재 심사정의 연지유압 어떤 색시가 시집을 갔습니다. 하루는 시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빨래 앉힌 솥에다 불을 땠습니다. 그런데 조금 냄새가 이상하다 했더니, 밑에 깔린 빨래가 그만 누렇게 타고 말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덜컥 겁이 난 새색시가 빨래를 꺼내놓고는 어쩔 줄을 몰라 울고 있으려니 시어머니가 들어왔습니다. 며느리가 빨래 태운 얘기를 하면서 자꾸 우니까, " 아니다. 괜찮다. 내가 늙은 게 정신이 없어 잘못 앉혀 그렇단다. 네 잘못이 아니니 아가야, 울지 마라." 하고 달래는데 신랑이 들어왔습니다. "아니 왜들 그러셔요?" 어린 색시가 울면서 빨래를 태운 사연을 이야기하니까, "내가 아침에 들에 나가기가 바빠 물을 조금 길어다 놓아..

상례에 관한 한자

상례(喪禮)에 관한 한자 상례에 관한 한자 성인식(成人式), 결혼(結婚), 장례(葬禮), 제사(祭祀)를 사례(四禮)라 하는데, 전통적인 용어로 관례(冠禮), 혼례(婚禮), 상례(喪禮), 제례(祭禮)라 하여 줄여서 관혼상제(冠婚喪祭)라 하였다. 그중 상례에 대한 한자를 찾아보았다. 장례(葬禮)와 상례(喪禮) 장례는 '장사를 지내는 예'를 말하며, 운명하여 망자를 매장하는 것까지 이르는 것이고, 상례는 장례를 포함하여, 남은 사람들의 일, 돌아가신 분의 일을 모두 정리하는 것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운명(殞命) '숨이 끊어지다'는 뜻이다. 죽음도 신분에 따라 다르게 썼다. 임금은 붕(崩), 대신 등 고급 관리는 졸(卒), 일반 사람은 사(死)로 썼다. 임종(臨終) 죽음을 한자말로 종(終)이라 표현하는데, 부모..

강물이 흐르듯 나도야 간다

강물이 흐르듯 나도야 간다 - 한강길 뚝방길 걸어서 1년 수필가 피천득은 세월이 빠르다는 표현을 새색시 시집와서 김장 서른 번만 담그면 할머니 된다고 하였다. 나야말로 아침 저녁 이 강길을 걸어서 출퇴근하니, 한 달이 가고 쌓여 1년이 후딱 지나갔다. 여름날 뙤약볕을 이고, 겨울엔 콧날이 시큰거리며 걸었다. 아침 햇볕이 그립다 싶으면 어느 새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와 있었다. 꽃이 피어서 지고, 잎이 나고 자라는 것을 보며 한 해가 지나기 금방이다. 무상이란 변화한다는 말이니, 한 해 동안 같은 길을 걷다보면 무상함을 알 수 있다. 변화를 생생하게 느끼려면 매일같이 걸어볼 일이다. 1년 내내 거의 같은 시간에 다니니 길에서 만나는 사람도 익숙하고, 새들도 비슷한 자리에서 아침마다 만난다. 넓은 강쪽 버드..

닭 이야기

닭 이야기 내가 닭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나서다.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학교가 없어지는 바람에 어린이저금을 모두 받아 중닭을 스무 마리나 샀다. 닭장 아래쪽에는 산짐승이 못들어 오게 판자로 막고 위쪽은 마름모꼴로 된 철망을 둘러쳤다. 그 안에 닭우리는 비바람을 막을 수 있게 지붕이 있는 송판집을 높게 지어 횃대에는 스무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설 수 있고, 닭둥우리도 짚으로 두어 개 만들고 북더기도 깔아 횃대 한쪽에 걸어 놓으니 닭집 치고는 제법 잘 지어 놓은 편이다. 학교 갔다오면 터밭에 남은 푸성귀를 넣어주거나 산에서 아카시잎을 뜯어 넣고 벌레를 잡아 넣기도 하였다. 닭은 울어 새벽을 알리고, 알 낳았다고 울어 가보면 따스한 온기가 달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닭이 알을 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