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 183

착한 일 하는 사람 / 명심보감에서

착한 일 하는 사람 명심보감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쓴 작가 이윤기 님은 어릴 때 명심보감의 다음 글을 읽고 살아가는 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마음에 새길 글이다. 동악성제께서 내리신 교훈은 이러하다. 하루 착한 일을 한다고 해서 복을 금방 받는 것은 아니지만 화는 스스로 멀어진다. 하루 나쁜 일을 한다고 해서 화를 금방 입는 것은 아니지만 복은 스스로 멀어진다.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봄동산의 풀과 같아서 그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나날이 자라는 것이 있고,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은 칼 가는 숫돌과 같아서 그 닳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나날이 이지러지는 것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을 꺼내서 그 글을 다시 찾아본다. 동악성제(東岳聖帝)-수훈(垂訓)에 왈(曰) 일일 행선(一日行..

여섯 가지 도둑

여섯 가지 도둑 세상에서 제일 고약한 도둑은 바로 자기 몸 안에 있는 여섯 가지 도둑 일세 눈 도둑은 보이는 것마다 가지려고 성화를 하지 귀 도둑은 그저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하네. 콧구멍 도둑은 좋은 냄새는 제가 맡으려 하고 혓바닥 도둑은 온갖 거짓말에 맛난 것만 먹으려 하지. 제일 큰 도둑은 훔치고 못된 짓 골라하는 몸뚱이 도둑. 마지막 도둑은 생각 도둑. 이놈은 싫다, 저놈은 없애야 한다, 혼자 화내고 떠들고 난리를 치지. 그대들 복 받기를 바라거든 우선 이 여섯 가지 도둑부터 잡으시게나. - 일연. 〈 고승 열전 〉 얼굴박물관 / 경기도 광주 2009.12.12

잘 되는 집안은 뭐가 다른 걸까?

잘 되는 집안은 뭐가 다른 걸까? -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그림] 현재 심사정의 연지유압 어떤 색시가 시집을 갔습니다. 하루는 시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빨래 앉힌 솥에다 불을 땠습니다. 그런데 조금 냄새가 이상하다 했더니, 밑에 깔린 빨래가 그만 누렇게 타고 말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덜컥 겁이 난 새색시가 빨래를 꺼내놓고는 어쩔 줄을 몰라 울고 있으려니 시어머니가 들어왔습니다. 며느리가 빨래 태운 얘기를 하면서 자꾸 우니까, " 아니다. 괜찮다. 내가 늙은 게 정신이 없어 잘못 앉혀 그렇단다. 네 잘못이 아니니 아가야, 울지 마라." 하고 달래는데 신랑이 들어왔습니다. "아니 왜들 그러셔요?" 어린 색시가 울면서 빨래를 태운 사연을 이야기하니까, "내가 아침에 들에 나가기가 바빠 물을 조금 길어다 놓아..

상례에 관한 한자

상례(喪禮)에 관한 한자 상례에 관한 한자 성인식(成人式), 결혼(結婚), 장례(葬禮), 제사(祭祀)를 사례(四禮)라 하는데, 전통적인 용어로 관례(冠禮), 혼례(婚禮), 상례(喪禮), 제례(祭禮)라 하여 줄여서 관혼상제(冠婚喪祭)라 하였다. 그중 상례에 대한 한자를 찾아보았다. 장례(葬禮)와 상례(喪禮) 장례는 '장사를 지내는 예'를 말하며, 운명하여 망자를 매장하는 것까지 이르는 것이고, 상례는 장례를 포함하여, 남은 사람들의 일, 돌아가신 분의 일을 모두 정리하는 것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운명(殞命) '숨이 끊어지다'는 뜻이다. 죽음도 신분에 따라 다르게 썼다. 임금은 붕(崩), 대신 등 고급 관리는 졸(卒), 일반 사람은 사(死)로 썼다. 임종(臨終) 죽음을 한자말로 종(終)이라 표현하는데, 부모..

강물이 흐르듯 나도야 간다

강물이 흐르듯 나도야 간다 - 한강길 뚝방길 걸어서 1년 수필가 피천득은 세월이 빠르다는 표현을 새색시 시집와서 김장 서른 번만 담그면 할머니 된다고 하였다. 나야말로 아침 저녁 이 강길을 걸어서 출퇴근하니, 한 달이 가고 쌓여 1년이 후딱 지나갔다. 여름날 뙤약볕을 이고, 겨울엔 콧날이 시큰거리며 걸었다. 아침 햇볕이 그립다 싶으면 어느 새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와 있었다. 꽃이 피어서 지고, 잎이 나고 자라는 것을 보며 한 해가 지나기 금방이다. 무상이란 변화한다는 말이니, 한 해 동안 같은 길을 걷다보면 무상함을 알 수 있다. 변화를 생생하게 느끼려면 매일같이 걸어볼 일이다. 1년 내내 거의 같은 시간에 다니니 길에서 만나는 사람도 익숙하고, 새들도 비슷한 자리에서 아침마다 만난다. 넓은 강쪽 버드..

닭 이야기

닭 이야기 내가 닭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나서다.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학교가 없어지는 바람에 어린이저금을 모두 받아 중닭을 스무 마리나 샀다. 닭장 아래쪽에는 산짐승이 못들어 오게 판자로 막고 위쪽은 마름모꼴로 된 철망을 둘러쳤다. 그 안에 닭우리는 비바람을 막을 수 있게 지붕이 있는 송판집을 높게 지어 횃대에는 스무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설 수 있고, 닭둥우리도 짚으로 두어 개 만들고 북더기도 깔아 횃대 한쪽에 걸어 놓으니 닭집 치고는 제법 잘 지어 놓은 편이다. 학교 갔다오면 터밭에 남은 푸성귀를 넣어주거나 산에서 아카시잎을 뜯어 넣고 벌레를 잡아 넣기도 하였다. 닭은 울어 새벽을 알리고, 알 낳았다고 울어 가보면 따스한 온기가 달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닭이 알을 품..

정약용 '사나이 가슴속'

사나이 가슴속 요컨대 아침볕을 받는 곳은 저녁 그늘이 먼저 들고. 일찍 피는 꽃은 빨리 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람은 이리저리 옮겨 불어 한시도 멈추는 법이 없다. 이 세상에 뜻을 둔 사람은 한 때의 좌절로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 사나이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한 마리 가을 매가 하늘을 박차고 오르는 기상이 있어야 한다. 눈은 건곤을 작게 보고, 손바닥은 우주를 가볍게 보아야만 한다. - 茶山 정약용의 글 「학유(學遊)가 떠날 때 노자 삼아 준 가계(家誡) 」 봄꽃에 마음을 쏟아도 얼마 못 가 다 진다. 땅 속에 씨앗을 숨기고 있던 싹이 그제야 올라와 여름 꽃을 피운다. 추레해져 여름 잡초처럼 여겼더니 어느새 꽃을 다시 달고 제 태를 뽐내는 녀석들도 있다. 뜨락에 피고 지는 꽃에도 영고성쇠의 자..

혼례에 관한 한자

혼례에 관한 한자 성인식(成人式), 혼인(婚姻), 장례(葬禮), 제사(祭祀)를 사례(四禮)라 하는데, 전통적인 용어로 관례(冠禮), 혼례(婚禮), 상례(喪禮), 제례(祭禮)라 하여 줄여서 관혼상제(冠婚喪祭)라 하였다. 그중 혼례에 대한 한자를 찾아보았다. 혼인(婚姻) 혼인(婚姻)은 결혼인(結婚姻)의 준말로 혼(婚)과 인(姻)을 묶는다는 말이다. 혼(婚)은 여자 여(女)+어두울 혼(昏)으로 날이 어두워져야 예식을 올렸는데, 예식을 올리는 여자의 본가를 이르는 말이다. 인(姻)은 여자(女)+의지할 인(因)으로 여자가 결혼 후 의지할 신랑 또는 신랑의 부모이다. 따라서 혼인은 신부집과 신랑집, 또는 신랑 부모와 신부 부모를 묶는 것이다. 혼인을 하게 되면 사돈(査頓)을 맺는다 하는데, 이 말은 만주어 '사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