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그릇(유기 鍮器) 집안 생활정도의 한 척도였던 유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맏이였던 나는 제사를 모시게 되었다. 나무로 만든 제기(祭器)는 따로 주문하였지만 놋쇠로 된 밥그릇(주발)과 국그릇(대접)은 어머니가 물려주셨다. 나중에 어머니 돌아가시면 쓰라고 어머니 것까지 같이 주셨다. 예전에 집에는 놋그릇이 많았다. 종류별 식기류는 물론이고, 주걱, 화로, 부젓가락, 요강, 촛대, 재떨이 등이 놋쇠로 만든 생활용품이었다. 감자를 긁던 놋숟가락은 반쯤 닳았고, 놋 국자는 들기가 무거웠고, 널마루 밑에 들어가도 떨어진 놋젓가락을 주을 수 있었다. 놋그릇은 연탄이 들어오면서 녹청이 생기고 변질되어 관리하기가 힘들었다. 어느 날 그릇 장사들이 다니며 스테인리스 그릇과 바꿔준다 하니 어머니는 집안에 있던 놋그릇을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