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식물 비교 52

봄망초와 개망초

봄망초와 개망초 북미 원산인 귀화식물 집 부근 공원을 산책하다가 보니 누가 개망초를 뽑아 놓았다. 꽃이 채 피지도 못하고 뽑혔다. 개망초는 생김새에 비해 이름이 억울하게 붙은 풀이다. 아주 몹쓸 풀로 여겨지는 이름인데, 농사를 다 망친 풀이라고 개망초(皆亡草)란 얘기도 있다. 북미가 원산인 이 풀이 일제강점기에 철도를 놓는 침목에 묻혀 들어와 퍼지면서 나라를 망했다는 얘기가 전하면서 몹쓸 풀이름이 되었다. 개망초를 뽑는 사람도 그런 생각에서 뽑았을 것 같다. 개망초는 풀밭이나 산비탈이나 들판 어디서나 잘 자라는 풀이다. 아무 데나 잘 자라서 이름 앞에 '개-'가 붙었을 것이다. 개망초보다 조금 앞서 피는 봄망초가 있다. 개망초에 비해 숫자가 적은 봄망초는 4월부터 피어 6월까지 피고, 개망초가 6월부터 ..

후박나무와 일본목련

후박나무와 일본목련  후박나무는 우리나라 남쪽 섬지방에서 자라는 난대림을 대표하는 나무다.  녹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고유 수종이다. 나무의 껍질이 위장을 치료하는 '후박(厚朴)'이라는 한약재로 쓰여 '후박이 나는 나무'라 후박나무가 되었다. 혹은 잎이 넓고 두꺼워 넓고 편안한 느낌이 들어 두텁고 거짓이 없다는 뜻의 후박(厚朴)을 일러 후박나무가 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일본목련은 목련과 인 낙엽교목으로 일본이 원산지인 식물이다. 조경수로 심기 위해 들여왔는데 근교 산기슭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목련은 꽃이 피고 난 뒤에 잎이 나는데, 일본목련은 잎이 핀 다음에 꽃이 핀다. 일본에서는 '호오노기'라 부르고 학명만 후박(厚朴)이라 하는 것을 수입하면서 후박나무와 혼용하여 잘못 쓴 것이..

모과와 명자

모과와 명자 모과와 작은 모과 사람들이 과일을 다 좋아하지만, 과일 중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못난이라고 말하는 과일이 모과이다. 그래도 요즈음에는 잘 키우는지, 품종을 개량하였는지, 못난이 모과가 많이 없어졌다. 수요가 적으니 많이 심지는 않는 편이다. 모과는 나무에 달린 참외란 뜻인 목과(木瓜)에서 이름이 유래하였듯 참외처럼 노랗고 향긋하다. 그래서 결실의 계절이 지나면 집안 한편에 따로 두고 향을 음미하는 과일이 모과이다. 모과나무와 비슷한 열매가 달리는 나무가 명자나무다. 열매를 명사자(榠樝子)라 하는데 줄여서 명자가 되었고, 나무이름이 되었다. 두 나무 이름은 모두 열매에서 유래되었다. 명자는 꼭 모과처럼 생겨서 작은 모과라 부른다. 모양으로 구분하자면 모과가 좀 길쭉하고, 명자는 사과 모양으로..

아그배나무와 야광나무

아그배나무와 야광나무 꽃과 열매는 비슷하고 잎이 다른 사과나무속 나무 사과나무속 나무는 봄에 하얀 꽃이 피고, 가을이면 굵은 콩알만 한 열매를 맺는 잎 지는 넓은 잎 중간 키 나무이다. 종류가 여럿으로 사과나무, 꽃사과나무, 능금나무, 아그배나무, 서부해당화, 야광나무가 그것이다. 그중에서 꽃과 열매까지 비슷한 나무가 아그배나무와 야광나무다. 아그배나무는 긴 자루를 가진 열매가 대여섯 개씩 모여서 달린다. 그 열매가 아기 배 같다고 해서 '아기배'라 부르다가 아그배가 되었다. '악(兒)+으(매개모음)+배'의 구조다. 열매를 보면 배 보다는 사과를 더 닮았다. 야광나무는 봄에 피는 하얀 꽃이 어두운 데서도 빛을 내는 야광주(夜光珠)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역시 사과나무속이다. 야광나무 열매는 아그배나무와..

무궁화와 부용

무궁화와 부용 아욱과 무궁화속 나무들 무궁화는 우리나라 꽃이다. 무궁화를 국화(國花)로 한다는 것은 법률이나 어디에 근거가 되는 조항은 없지만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나무로 삼고서 국가를 나타내는 각종 도안에 무궁화를 쓰고 있다. 그런데 무궁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가꾸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무궁화는 새 가지에서 꽃이 피기에 꽃을 많이 보기 위해서 가지치기를 많이 한다. 그냥 두면 키가 큰 나무가 될 것 같은데 줄기도 자르고 가지도 자른다. 무궁화라 부르게 된 것은 고려시대부터다. 중국에서는 무궁화를 목근화(木槿花)라 하고, 우리나라를 근역(槿域) 또는 근향(槿鄕)이라 불러 무궁화가 많은 땅이라고 하였다. 무궁화는 단군 때부터 피었다고 하는데, 무궁화란 말은 고려시대에 문인 이규보가 동국이상국집에서 무..

측백나무, 편백, 화백 / 측백나무과 나무들

측백나무, 편백, 화백 측백나무과 나무들 선비의 곧은 기품을 이야기할 때 송백(松柏)을 쓴다. 백(柏)은 측백나무와 잣나무에 같이 쓰고 있는 글자인데, 중국사람들이 말하는 송백은 소나무와 측백나무를 가리키고, 우리는 소나무와 잣나무를 가리킨다. 중국 본토에서는 측백나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 피톤치드를 내뿜어 건강에 도움이 되는 나무들이다. 식물들이 각각 테르핀(Terpene)을 발산하고 테르핀이 항균작용을 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한 구 소련 토킨(B.T.Tokin) 박사가 이러한 항균물질을 통틀어 피톤치드(Phytoncide)라고 이름 붙였다. 식물을 뜻하는 피톤(Phyton)과 다른 생물을 죽인다는 치드(Cide)를 합성한 말이다. 측백나무과 나무에는 측백나무, 편백, 화백, 향나무가 있는데,..

잎 떨어지는 침엽수 / 낙우송과 낙엽송, 그리고 메타세콰이아

잎 떨어지는 침엽수 낙우송, 일본잎갈나무(낙엽송), 메타세콰이아 지구에 첫 생명체가 등장한 것은 4억 년 전이다. 지구가 생겨난 이후 41억 년 동안 생명체가 없었다. 바다 생물은 그들이 살기에 더 나은 육지에 올라와 살다가 3억 년 전쯤 침엽수가 생겨났다. 물론 지금 살고 있는 침엽수는 아니지만 오늘날 살고 있는 침엽수의 조상이다. 1억 5천만 년 전 지구의 화석이라 말하는 은행나무가 등장하였고, 1억 년 전 활엽수가 등장하였다. 인간이 등장한 것은 하루로 치면 거의 자정에 가깝다는 말이니 나무의 역사는 참으로 오래되었다. 침엽수 중에 낙우송, 메타세콰이아, 잎갈나무는 가을에 잎이 떨어지는 나무다. 낙우송은 가을에 '깃털 모양의 잎이 떨어지는 소나무' 라 하여 낙우송(落羽松)이라 하는데, 5천 년을 사..

꿩의다리와 꿩의다리아재비

꿩의다리와 꿩의다리아재비 다리 모양이 같을 뿐 다른 집안 꿩은 사람이 다가서면 놀라서 푸다닥 날아나고, 꿩이 있던 걸 몰랐던 사람도 놀라기도 한다. 무엇이 다가오면 꿩은 덤불에 숨어서 꼼짝을 안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비가 오면 꼬리가 젖을까봐 움직이지도 않는다.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자기 보호 본능이다. 꿩깃은 개선장군의 모자에 달았고, 농촌마을 행사 때 장대에 높이 매달기도 했으며, 결혼 초례상에 꿩을 놓는 것을 보면 꿩은 또 한편으론 귀한 상징이었다. 강원도나 경기도 일원 깊은 산에 다니다가 보면 한여름에 식물 '꿩의다리'를 볼 수 있다. 실제 꿩의다리만큼이나 곧게 서 있다.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관찰력이 대단하다. 덤불에 숨어 있는 습성이나 다리 모양을 보고 붙인 이름이었을 테니 말이다. 꿩의다리아..

감나무와 고욤나무

감나무와 고욤나무 감에는 고욤나무의 희생이 있다 감나무 : 감나무과. 개화 5~6월. 결실 10~11월 고욤나무 : 감나무과. 개화 6월. 결실 10~11월 집 안팎에 과일나무가 있으면 늘 계절의 풍요를 느낄 수 있다. 과일나무는 대부분 오래가지 못한다. 매년 과일을 맺는 나무가 힘들어서도 그렇고, 새 품종이 나오면 베고 새로 심어서도 그렇다. 그래서 대추나무, 호두나무, 감나무 등은 그런 바람을 덜 타게 되어 오래된 나무들이 있다. 예전에 우리 집에는 감나무 세 그루가 있었다. 다른 과일나무도 있었지만 워낙 감나무가 커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감꽃이 지고서 감이 열리기 시작하여 어느 정도 굵기 전에 벌써 감이 떨어지며 기왓장을 때렸다. 그 풋감도 두면 간식거리가 되었고, 덜 익은 땡감도 물에 담가서 침..

오이풀, 긴오이풀, 산오이풀

오이풀, 긴오이풀, 산오이풀 오이풀은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을 자르면 오이 향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오이향을 내뿜는 것을 보면 오이향을 싫어하는 곤충들이 주위에 있는 모양이다. 잎을 들여다보면, 작은 잎이 달리는 오이풀은 잎의 개수는 많은데 크기가 작고, 긴오이풀은 꽃차례나 잎이 오이풀 보다 길다. 산오이풀은 잎이 톱니바퀴처럼 오돌토돌하고 잎면은 매끈매끈하다. 꽃차례는 오이풀이나 긴오이풀은 짙고 붉은 보랏빛이라면 산오이풀은 색깔이 퇴색한 듯 옅은 보랏빛이다. 꽃은 작은 것일수록 곧추서 있는데, 꽃차례가 큰 산오이풀은 이삭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누은 듯이 서 있다. 산에 다니다보면 오이풀 종류는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이풀은 산이나 들에서 보는 것이라면, 산오이풀은 높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