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 832

자벌레의 헛다리 걸음

자벌레의 헛다리 걸음 자벌레는 자나방의 애벌레다. 녹색이나 회갈색을 띤 몸뚱이를 구부렸다가 펴며 기는 모습이 특이하다. 마치 자로 재는 듯이 기어 자벌레란 이름이 붙었다. 나비목 애벌레는 다리가 8쌍인데. 나방 애벌레도 같다. 머리 부분에 3쌍, 가슴 부분에 4쌍, 배부분에 1쌍으로 구성한 다리가 정상적이라면 그렇게 기지는 않을 것이다. 자벌레는 8쌍 중 3쌍이 퇴화되어 5쌍이 남아 있다. 헛다리로 기는 다리가 있어 구부정한 걸음이 되었다. 배다리 한쌍은 꼬리 쪽에 붙이고, 퇴화한 다리는 꺾어 기어서 걸음은 더 빨라진다. 자벌레의 헛다리 걸음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이것은 자벌레가 최선을 다해 걷는 걸음이요, 자벌레로 봐서는 정상 걸음이다. 이 시간도 잠시요. 자나방으로 우화(羽化)하여 훨훨 날아다닐 수..

돌배나무를 사랑하는 이유

돌배나무를 사랑하는 이유 식물 이름에 돌이 들어간 것은 야생이란 뜻이다. 돌배는 열매는 작아도 향기롭고 맛은 시면서도 달다. 그래서 ‘떫은 배도 맛들일 탓이다.’란 속담이 있다. 돌배나무는 삼한시대부터 재배하였는데, 우리가 요즈음 먹고 있는 배는 품종 개량한 일본배다. 일본배는 한일합방 직전에 들어왔는데 서울숲 부근에 시험재배장이 있었다. 배는 꽃이 잎보다 미리 나오는데, 몇 년 전에는 배꽃이 필 때 날씨가 추워서 벌이 나오지 않았다. 벌이 안 오면 배 과수원에서는 붓으로 일일이 묻혀 꽃가루받이를 한다. 사람이 하는 꽃가루받이는 한계가 있어 배 값이 비쌌다. 그래서 다들 '금배'라고 불렀다. 금배라도 제사 지낼 때는 과일은 꼭 놓는다. 과일에도 계급이 있어서 배는 씨가 6개라 6판서를 나타낸다는데, 배를..

버드나무는 물과 바람의 나무다

버드나무는 물과 바람의 나무다 버드나무 / 마현마을 (경기도 남양주시. 2016.4.7) 버드나무는 암수 딴 그루로 암나무에는 암꽃이 수나무에는 수꽃이 핀다. 솜털을 날리는 것이 암나무다. 꽃을 들여다 보면 강아지풀처럼 생겨 작고 가느다랗다. 벌써 봄바람에 씨앗을 다 날려보냈는지 열매는 말랐다. 버드나무는 벌레가 모여드는 충매화여서 꽃가루를 날려보내지는 않는다. 솜털같이 날아다니는 것은 꽃가루가 아니라 버드나무 씨앗인데, 사람들은 꽃가루가 날린다고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해 과민반응이거나 모르고 얘기한 것일 것이다. 버드나무는 가지가 부드럽다고 부들나무가 버들나무가 되었다가 버드나무가 되었다. 가지는 부드러우면서도 질겨서 좀처럼 꺾이지 않아 '버들가지 바람에 꺾일까?' 라는 속담도 있을 정도다. 가지..

로제트식물에는 겨울나기 전략이 있다

로제트식물에는 겨울나기 전략이 있다 식물 중에는 민들레처럼 줄기를 곧바로 세우지 않고 땅에 바짝 붙어서 바닥에서 방석을 펼치듯 크는 식물들이 있다. 이렇게 방사선 잎을 펼치는 식물을 로제트식물(rosette plant)이라 부른다. 로제트란 말은 편평하게 장미꽃 모양으로 잎을 펼쳐서 자란다고 붙은 이름이다. 민들레, 냉이, 달맞이꽃, 꽃마리, 질경이, 뽀리뱅이가 그런 류의 식물이다. 일반적으로 두해살이 풀이 겨울을 나기 위해 로제트 잎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로제트식물들은 대부분 키가 작고, 이른 봄에 희거나 노란색 꽃을 피운다. 땅에 바짝 붙어 있는 것은 추운 겨울에 바람을 피하고 햇볕을 더 받기 위해 서다. 땅에 바짝 붙어 있으면 수분의 증발도 줄이고 지열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봄에 나와 싹을 틔..

때죽나무 / 작은 종모양 하얀 꽃, 반질반질한 회색 열매

때죽나무 작은 종모양 하얀 꽃, 반질반질한 회색 열매 때죽나무과 개화 5~6월 결실 : 9~10월 때죽나무 / 서울창포원 (서울 도봉구. 2019.5.20) 때죽나무는 쪽동백나무와 구별이 쉽지 않다. 나무 공부를 하자면 구분에 애를 먹이는 나무 중에 하나다. 쪽동백나무(때죽나무과)와 비슷해서 쪽동백나무의 강원도 방언인 때죽나무로 부르던 것이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유래가 있다. 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는 주로 잎과 꽃으로 구분한다. 때죽나무 잎은 길쭉하고, 쪽동백나무 잎은 달걀 모양으로 둥글다. 잎이 넓은 것이 쪽동백이다. 때죽나무 꽃은 잎겨드랑이에 2~4개씩 달리는데, 쪽동백보다는 길고 가는 꽃자루에 종모양으로 달려서 퍼진 듯이 보인다. 꽃은 그리 오래 피지 않기에 부지런히 찾아다녀야 볼 수 있다. 그 뒤..

미스김라일락 / 우리나라가 자생지로 역수입하여 돌아온 나무

미스김라일락 우리나라가 자생지로 역수입하여 돌아온 나무 미스김라일락 / 유명산 휴양림 (경기도 가평. 2019.5.11) 수수꽃다리꽃은 코끝에 스치는 향기가 은은하다. 아침이나 밤엔 향기가 더 짙어서 발길을 머물게 한다. 영어로는 라일락이고, 프랑스어로는 리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래 '베사메 무초'에서 '리라꽃 피는 밤에 /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 다오' 하는 가사가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이 꽃에 비유하여 사랑의 마음을 전하였다. 라일락이란 이름은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파랗다(blue)는 뜻이다. 당시에는 색상 때문에 생긴 이름인데, 지금은 보라색, 흰색, 분홍색 꽃잎이 핀다. 학명은 시링가(siringa)로 '구멍이 뚫린 파이프'란 뜻인데, 실제로 라일락 나무 줄기로 담배파이프를 만들..

족도리풀 / 애호랑나비가 사랑하는 풀

족도리풀 애호랑나비가 사랑하는 풀 과명 : 쥐방울덩굴과 개화 : 4~5월 족도리풀 / 천마산 (경기도 남양주. 2020.4.8) 4~5월 낙엽수림 그늘 밑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에 족도리풀이 있다. 옛날 시집 장가갈 때에 남자는 머리에 사모를 쓰고 여자는 족두리를 썼는데, 꽃 모양이 그 족두리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원래는 족도리였는데 표준어가 족도리에서 족두리로 바뀌었지만, 족도리풀은 고유명사라 그대로 쓰고 있다. 키는 20~30㎝ 정도로 나지막한데 잎이 커서 꽃은 보이지 않는다. 잎은 원 줄기 끝에서 마주 나와 퍼지므로 마치 마주 난 것처럼 보인다. 그 잎을 젖히면 예쁜 담자색 족도리꽃이 보인다. 마치 꽃을 숨겨 놓은 듯 보여서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여기에 족도리풀의 비밀이 숨어 있..

측백나무, 편백, 화백 / 측백나무과 나무들

측백나무, 편백, 화백 측백나무과 나무들 선비의 곧은 기품을 이야기할 때 송백(松柏)을 쓴다. 백(柏)은 측백나무와 잣나무에 같이 쓰고 있는 글자인데, 중국사람들이 말하는 송백은 소나무와 측백나무를 가리키고, 우리는 소나무와 잣나무를 가리킨다. 중국 본토에서는 측백나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 피톤치드를 내뿜어 건강에 도움이 되는 나무들이다. 식물들이 각각 테르핀(Terpene)을 발산하고 테르핀이 항균작용을 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한 구 소련 토킨(B.T.Tokin) 박사가 이러한 항균물질을 통틀어 피톤치드(Phytoncide)라고 이름 붙였다. 식물을 뜻하는 피톤(Phyton)과 다른 생물을 죽인다는 치드(Cide)를 합성한 말이다. 측백나무과 나무에는 측백나무, 편백, 화백, 향나무가 있는데,..

연리목 3. 한 몸으로 만나는 나무

연리목 3 한 몸으로 만나는 나무 두 나무가 맞닿아 하나로 합쳐질 경우 우리는 연리지(連理枝)라 부른다.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나무가 생장하면서 수형이나 바람 등 외부 영향으로 서로 가지가 맞닿아 접촉 부분이 벗겨지고 종(種)이나 유전학적으로 비슷한 경우 서로 가지를 파고들어들어 한 몸으로 거듭나게 된다. 나무줄기가 만나면 연리목(連理木), 나무뿌리가 만나면 연리근(連理根)이라 우리는 부른다. 나무는 같은 종끼리는 서로 햇볕을 받게 하려고 잎사귀도 서로 열어준다는데, 맞닿아 자라는 일은 참으로 드물다. 연리지가 발견되는 일은 참으로 귀해서 삼국사기 등 역사책에 기록했을 정도였다.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를 비유적으로 부르는 말로 연리지를 사용한다. 부부가 연리지에서 빌면 금실이 좋아지고, 연인이 찾아와서 ..

남산제비꽃 / 잎이 길게 갈라긴 제비꽃

남산제비꽃 잎이 길게 갈라진 제비꽃 제비꽃과 개화 : 4~5월 분포 : 전역 따스한 봄날 강남에서 겨울을 보내고 제비가 돌아올 때 피는 꽃이라서 제비꽃이라 한다. 도시가 늘어나면 제비는 줄어들었지만, 제비꽃은 번식력이 좋고 겨울에 월동이 가능하기에 햇볕이 있는 반그늘 양지에서는 어디서나 잘 자란다. 제비꽃은 키가 땅에서 한 뼘이 채 안되고, 꽃자루와 꽃대가 길게 나와 가늘지만 생명력이 강하다. 제비꽃은 종류가 많아 40종 정도 된다고 한다. 색깔도 흰색, 보라색, 노란색 꽃이 피는데, 보라색 꽃을 제비꽃이라 부른다. 영어로는 바이올렛(Violet). 흰색만 하여도 콩제비꽃, 왜제비꽃,남산제비꽃,단풍제비꽃,태백제비꽃 등이 있다. 특이한 제비꽃이 남산제비꽃과 태백제비꽃이다. 남산제비꽃은 잎이 3갈래로 갈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