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 825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다 / 타초경사 (打草驚蛇)

말속에 자연 9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다 타초경사 (打草驚蛇)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다 (打草驚蛇. 타초경사) '는 말이 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원래는 한쪽을 징벌해서 다른 한쪽을 경계하도록 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그렇게 상대방의 심리를 조정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동쪽에서 소리를 내어 서쪽에서 적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와 같은 말이다. 당나라에서 부패한 현령을 보고 백성이 부하를 고발하자 현령이 겁을 먹고 더 이상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예가 그것이다. 병법에서 뱀을 찾기 위해 풀밭을 두드린다는 것은 적정을 미리 살피는 것을 말한다. 변죽을 울려서 적의 정체를 드러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오래전에 포천 불무산에 갔었다. 엉겅퀴가 우거진 경사가 있는..

조강지처(糟糠之妻) / 어려울 때 함께 고생한 아내

말속에 자연 8 조강지처(糟糠之妻)어려울 때 함께 고생한 아내  조강지처(糟糠之妻)란 말이 있다. 조(糟)는 술지게미를 말한다. 쌀로 술을 빚을 때 술이 익으면 남은 지게미를 베에 싸서 꼭 짠다. 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가 조(糟)이다. 가축의 사료로 쓴다. 강(糠)은 쌀겨이다. 벼를 수확한 후에 겉껍질인 왕겨를 벗겨낸 쌀이 현미(玄米)이다. 현미를 정미소에 가서 정미(精米)하면 흰쌀이 된다. 정미 과정에서 나오는 껍질 부스러기가  쌀겨이다. 왕겨는 연료로 쓰거나 사과 상자 완충제로 썼다. 쌀겨도 가축사료로 썼는데, 배고픈 시절에는 죽도 쑤어 먹었다. 쌀겨는 변질이 잘 되어 실온에 오래 둘 수가 없다. 쌀겨는 쌀겨기름인 미강유(米糠油)를 만드는 데도 쓴다.  조강지처는 먹을 것이 없어서 술지게미와 쌀겨를..

사이비(似而非) / 비슷하면서 아닌 것

말속에 자연 7 사이비(似而非) 비슷하면서 아닌 것  《맹자》 진심 편(盡心編)에  "비슷하면서도 아닌 것을 미워한다. 가라지를 미워하는 것은 벼 싹을 어지럽힐까 염려하기 때문이다"라고 공자가 한 말을 인용한 문구가 있다. 여기서 사이비(似而非)가 나왔다. 비슷하면서 아닌 것이 사이비(似而非)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사이비를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본질은 아주 다른 것'이라 나온다. 공자가 비슷하면서도 아닌 것을 미워한 것은 참된 것과 혼동을 주기 때문이라 하고, 사이비를 도덕의 적'으로 규정하였다. 맹자는 '사이비는 사람을 현혹하게 해서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 했다.  여기서 예를 든 가라지가 있다. 논에서 벼와 피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고, 보리밭에서 보리와 가라지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공자와 맹자..

갈등(葛藤) / 칡과 등나무가 엉키듯 깊은 골

말속에 자연 6 갈등(葛藤) 칡과 등나무가 엉키듯 깊은 골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이다. 갈등은 일이나 사정이 칡과 등나무가 얽힌 것과 같이 복잡하게 엉켜서 풀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칡이나 등나무가 다른 나무를 감고 있어 얽혀 있는 것도 풀기 어렵다. 그런 두 나무들이 서로 엉켰으니 더 어렵다. 세상에는 갈등이 많다. 고부 갈등, 세대 갈등, 빈부 갈등, 정치적 갈등, 종교적 갈등 등 사람 사는 데에는 갈등이 참으로 많다.  칡(葛)은 콩과인 덩굴식물이다. 칡의 옛말 츩은 칭칭 감는다는 칠기에서 유래한 것으로도 본다. 칡이 뻗어나가고 굵어지는 것은 해마다 다르다. 생장에 필요한 거친 땅에서도 질소를 고정할 수 있어 잘 산다. 줄기는 건조하여 물이 잘 나오지도 않는다. 건조한 곳에서 잘 사는 이유는..

어사화(御賜花) / 임금이 급제자에게 내린 꽃

말속에 자연 5 어사화(御賜花) 임금이 급제자에게 내린 꽃  우리나라 과거제도는 오래되었다. 고려 때 중국의 귀화인 쌍기의 건의에 의해 고려 때 처음 시작하여 조선시대 고종 31년(1894년) 갑오경장에 의해 폐지할 때까지 이어갔다. 능력에 의해 관리를 뽑는 과거제도는 벼슬과 양반을 이어가는 발판이었다. 식년(式年: 3년마다 과거를 보는 해) 봄에 초시합격자를 대상으로 대과를 치러 33명을 뽑고, 등급을 매기는 전시를 거쳐 최종 합격 하였다. 대과인 문·무과에 합격한 것을 급제(及第)라 했다. 그중에 최우수 성적자가 장원급제(壯元及第)이다. 합격자 명단을 쓴 방(榜)에 붙지 못하면 낙방(落榜)이다. 낙제(落第)도 낙방과 같은 뜻이다. 알성급제(謁聖及第)는 임금이 문묘에 참배한 뒤 실시한 비정규적인 과거시..

점봉산 곰배령 2. 곰배령에서 본 여름 꽃

점봉산 곰배령 2곰배령에서 본 여름 꽃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2024.7.25)진동리 주차장 - 강선리계곡 - 곰배령 - 쉼터 - 전망대 - 능선길 - 진동리 주차장 (10.8km)    점봉산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존구역이다.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20% 정도 되는 850여 종 식물이 이곳에서 자라고 있다. 점봉산 곰배령 산길은 대부분 강선리계곡으로 올라가서 능선길로 하산하는 길을 이용한다. 강선리계곡은 습기가 있는 계곡이고, 능선길은 계곡에서 조금 떨어진 산길이다. 식물 분포로 보면 능선 정상부까지는 풀과 나무가 고루 분포하고, 곰배령에는 바람이 부는 곳이라 나무가 살 수 없는 지형이라서 풀이 대부분이고, 정상부에서 하산지점까지는 나무가 많다.  계곡길로 오르며 눈에 자주 들어오는 여름꽃으로는..

결초보은(結草報恩) /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

말속에 자연 4 결초보은(結草報恩)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   결초보은(結草報恩)은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는 말이다. 살아 있는 동안은 죽음을 돌보지 않고 은혜에 보답하며, 죽으면 풀을 묶어 은혜에 보답한다는 것이다. 거기엔 이런 고사가 있다. 진(晋)나라 위무자(魏武子)란 사람이 병으로 누워 있을 때에 아들 위과(魏顆)를 불렀다. 자기가 죽거든 자기 첩을 다른 곳으로 시집보내라 했다. 그러나 죽을 임시에 정신이 혼미할 때에는 시집보내지 말고 자기와 같이 묻으라고 유언했다. 아들은 그의 부친이 병석에 누워 있을 때 말대로 위무자의 첩을 다른 곳으로 시집보내주었다. 얼마 후 진진(秦晋)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위과의 군대가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을 때 풀을 묶어 진(秦) 나라 군사가 걸려서 넘어지게 하..

삼밭에서 자라는 쑥은 삼처럼 곧게 자란다

말속에 자연 3  삼밭에서 자라는 쑥은 삼처럼 곧게 자란다  쑥이란 이름은 '쓰다(苦)'와 어근이 같은데, 약용이나 식용을 할 때 조금 쓴맛이 난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쑥쑥 잘 자라서 쑥이란 말도 있다. 쑥은 몇 종류(넓은잎외쑥, 맑은대쑥 등)를 제외하면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산다. 쑥은 잎 뒤에 하얀 털이 빽빽하다. 쑥이 메마른 땅에서 잘 자라는 이유는 잎 뒷면에 털이 있어 통기성을 떨어뜨려 수분이 없어지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국화과 식물은 꽃이 화려하여 곤충이 꽃가루받이를 하는 것이 많다. 그러나 쑥은 국화과식물인데도 꽃이 화려하지 않다. 7~10월에 피는 꽃은 잎색과 비슷한 노란색으로 수수하다. 바람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풍매화라 화려할 필요가 없다.  쑥은 자라는 속도가 빨라 무성하게 크면 ..

오곡(五穀) /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말속에 자연 2 오곡(五穀) /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오곡엔 두 가지 뜻이 있다  곡식 중에 고대로부터 중요하게 여긴 5대 작물을 오곡이라 한다. 오곡은 중국 주례(周禮)에 처음 등장하였다. 주례에서는 벼, 기장, 피, 보리, 콩을 오곡으로 기록하였다. 오곡은 시대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쌀, 보리, 콩, 조, 기장을 오곡이라 한다. 기장은 요즈음 생산량이 적어 대신 팥을 넣기도 한다. 단순히 오곡이 무르익었다고 할 때 오곡은 온갖 곡식이고,  오곡백과(五穀百果)는 온갖 곡식과 과일이다. 오곡밥이라 할 때 오곡은 〈동국세시기〉에 찹쌀, 팥, 수수, 차조, 콩으로 실었다. 앞서 쓴  '옛말 속 자연 1'에서 숙맥(菽麥. 콩과 보리)을 얘기하였기에 여기서는 나머지 곡식에 대해서 쓴다.   벼는 ..

숙맥(菽麥) /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말속에 자연 1  숙맥 (菽麥)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식생 공부를 하면 자연과 관련 있는 속담, 고사성어, 관용어구가 가끔 나온다. 그래서 옛말에 있는 자연을 정리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것을 잘 아는 것도 아닌 내가 이것을 정리한다는 것이 어쭙잖은 생각이 들었다. 어떤 동식물을 만나서는 구분에 어려움을 겪던 내가 아니던가. 옛말에 콩(菽. 숙)과 보리(麥. 맥)도 구분 못하는 무식한 사람을 숙맥(菽麥)이라 했다. '콩을 보고 팥이라 그런다'는 말과 같다. 숙맥은 사리 분별을 못하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을 모르니 숙맥이란 말이 생겼을 것이다.  콩에 대한 속담은 참으로 많다. 남의 말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보고 '콩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