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 855

서울 신림동 굴참나무

서울 신림동 굴참나무천연기념물 217호   참나무과 나무 중에서 잎이 길고 가는 나무가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이다. 다른 참나무과 나무 보다는 하늘로 치솟는 수형이다. 굴참나무는 나무껍질에 코르크가 발달하였고, 잎 뒤에 별모양의 털이 밀생하고 회백색이다. 반면에 상수리나무 잎 뒷면은 광택이 나는 연녹색이다. 굴참나무의 '굴'은 '골'을 가리킨다. 나무껍질에 골이 있다. 코르크 성분의 굴피는 두껍고 거칠다. 굴참나무는 참나무 중에서 가장 무겁고 단단하다. 보온성도 좋아 산중에서 지붕으로 쓴다. 전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굴참나무는 네 군데 있다. 서울 신림동에 있는 천연기념물 굴참나무를 찾아갔다. 신림역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남강중고교 입구에서 내려서 걸었다. 천연기념물 굴참나무는 아파트와 개인주택 사이 철..

울진 · 삼척에서 찾아본 나무

울진 · 삼척에서 찾아본 나무  - 2024.9.16~9.17  ○ 울진 행곡리 처진소나무    -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 672 (천연기념물. 노거수)      ○ 울진 수산리 굴참나무  - 울진군 근남면 수산리 381-1 (천연기념물. 노거수)      ○ 울진 후정리 향나무  - 울진군 울진읍 후정리 272-2 (천연기념물. 노거수)       ○ 삼척 궁촌리 음나무  -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452 (천연기념물. 노거수)      ○ 삼척 성내동 회화나무  - 삼척시 죽서루길 37 (성내동) (보호수, 노거수)

백로(白露)가 지나면 기러기 날아와 가을을 전한다

말속에 자연 27 백로(白露) 가 지나면 기러기 날아와 가을을 전한다   백로(白露)는 양력 9.8경으로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서 풀잎에 이슬이 보일 정도로 기온이 차가워진다. 새벽 산길을 걷다가 보면 풀잎에 송골송골 맺힌 이슬이 보인다. 대체로 백로를 깃점으로 가을이 시작된다. 백로는 벌초를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추수를 앞두고 숨을 고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백로에서 추분 사이에 기러기가 날아오며, 제비는 남쪽으로 돌아간다. 이제야 더위에 혼쭐이 난 정신을 되돌릴 수 있을 것 같다..  새들은 때가 되면 저 왔던 곳으로 움직인다. 기러기는 이동할 때 대오가 정연하다. 경험이 있는 기러기가 앞장서서 V자 대열로 날아간다.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다. 기러기들은 서로 힘을 합하고, 신의가 있으며, ..

처서(處暑)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말속에 자연 26 처서(處暑)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처서(處暑)가 지났다. 처서는 양력 8.23 경으로 뜻을 새기면 '아직은 더위가 있다' 쯤으로 될 테지만 더위(暑)가 차츰 물러나기(處) 시작하는 시기다. 백로(白露)도 지나 여름이 어느 정도 끝나고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기온이 들기 시작한다. 아침에 가까운 산을 한 바퀴 돌면서도 확실히 달려드는 숲모기가 줄어들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이 있다. 더위가 끝나고 모기 활동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처서가 되면 풀들도 자라기를 멈춘다. 그래서 처서 이후 벌초를 한다. 모기는 1억 7천만 년 전 공룡이 번성하던 쥐라기 때 처음 등장했다. 암컷 모기는 산란기가 되면 단백질을 보충하러 사람에게 달려든다. 처음에는 동물의 피..

부평초 인생 /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말속에 자연 25 부평초 인생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부평초(浮萍草) 같은 인생'은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도는 인생을 말한다. 부평초가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떠다니듯 정처 없이 떠다니는 인생을 부평초라 한다. 부평초 인생이란 허무한 존재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고, 얽매임 없이 다니는 자유로운 삶을 가리키기도 한다. '인생은 평초(苹草)란 말도 하는데, 평(萍)이 부평초 평이다. 평초에 부(浮)를 붙였다. 부평초는 우리말로 개구리밥이다. 개구리밥은 개구리가 많이 사는 논이나 못에서 자라고 개구리의 먹이로 될만한 크기라서 붙인 이름이다. 뿌리는 있으되 흙에 내리지 않아 자유로운 듯 보인다. 개구리밥에 비해 개체가 작은 좀개구리밥도 있다. 개구리밥은 뿌리가 여러 개이고 잎 아..

호박꽃도 꽃이냐 / 이 세상 제일 큰 열매를 주었습니다

말속에 자연 24 호박꽃도 꽃이냐이 세상 제일 큰 열매를 주었습니다     호박꽃도 꽃이냐고 그런다. 너무나 흔한 꽃이라 그렇게 조롱하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그런 호박꽃을 실제로 보면 노랗고 탐스럽다. 꽃살이 통통하고 푸근하다.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면 꿀 내가 난다. 어릴 때 아버지와 인분을 구덩이에 채운 후 흙을 덮고 호박씨를 심었다. 호박은 몰라보게 잘 자랐다. 덩굴에 아까시나무 막대기를 대기도 하고 가물 때는 우물에 가서 물을 퍼 날랐다. 잎 겨드랑이에서 나온 꽃대에 노란색 꽃이 피면,  벌은 호박꽃에 들어가 꽃가루를 이곳저곳 묻히고 나온다. 호박꽃은 벌이 양식을 구할 가장 넓은 꽃밭일 것이다.   호박은 남미 원산인데 임진왜란 이후 고추, 담배와 같이 들어왔다. 호박은 북쪽 오랑캐(胡) 지역으..

나무를 낳는 새 / 나무는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하다

말속에 자연 23 나무를 낳는 새나무는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하다   시인 유하가 지은 시(詩) 중에 〈나무를 낳는 새〉가 있다. '찌르라기 한 마리 날아와 / 나무에게 키스를 했을 때 / 나무는 새의 입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주었습니다 /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 / 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는 / 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 /  바람이,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 /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 나무는 그렇듯 /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한 것입니다 / 새떼가 날아갑니다 / 울창한 숲의 내세가 날아갑니다'. 시의 전문이다. 식물이 씨앗을 퍼뜨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열매를 맺은 후에는 여러 방법으로 어미로부터 씨앗을 멀리 보내야 한다. 버..

연잎은 자기가 감당할 만큼 가진다

말속에 자연 22 연잎은 자기가 감당할 만큼 가진다   연꽃에 비가 내리면 물방울이 잎을 적시지 않고 흘러내린다. 연잎이 물에 젖지 않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자기 정화현상을 연잎효과(lotus effect)라 한다. 독일의 식물학자 빌헬름 바르트로트가 연잎 표면을 현미경으로 관찰하였다. 연잎은 작은 돌기로 덮여 있고, 돌기는 작은 솜털로 되어 있어서 물을 밀어내어 연잎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밝혔다. 연이나 토란을 가꿔 본 사람이면 다 아는 것인데 과학을 입힌 것이다. 연잎은 물을 잘 쏟아내어 먼지는 물론 병원균이 묻지 않고 광합성도 잘된다. 토란, 나비, 잠자리도 연잎효과로 자정능력이 있다. 이런 연잎효과를 이용하여 김서림방지 마이크로칩, 발수유리, 태양전지판, 자기 세정 기능을 가진 직물 제조, 건물..

연꽃이 진흙 속에서 피어난다 / 연꽃같이 살자는 말

말속에 자연 21 연꽃이 진흙 속에서 피어난다연꽃같이 살자는 말  송나라 학자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에서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면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하였듯  연꽃은 진흙 속에서 핀다. 속담에서도 '연꽃이 진흙 속에서 피어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름다움을 이루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연꽃같이 살자'라는 말은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자'는 말이다.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하기 전에 연꽃이 있었고,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되기 전에 이미 연꽃이 있었다. 연꽃은 여러해살이 식물로 아랫부분에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굵은 땅속줄기가 발달한다. 연근은 뿌리라기보다는 줄기에 해당하여 이런 것을 뿌리줄기라 한다. 연근에 구멍이 뚫린 것은 진흙 속에서 숨쉬기 위한 공기저장조직이다. 연꽃의 ..

기다리면 꽃 피는 소리도 들린다

말속에 자연 20 기다리면 꽃 피는 소리도 들린다   연꽃은 여름에 피는 꽃이다. 연꽃은 송나라 학자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로 더 잘 알려졌다. 애련설에서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면서 더럽혀지지 않고, 맑은 잔물결에 흔들리면서도 요사스럽지 않다'라고 했다. 주돈이는 성리학의 개조(開祖)로 태극이나 이기(理氣)란 말을 처음 사용하였다. 그의 학문은 정호·정이를 거쳐 주희에 이르러 주자학으로 정리되었다. 이 주자학이 조선의 성리학에 영향을 주었다. 그런 주돈이가 애련설을 얘기했으니 연꽃을 군자의 꽃으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애련설에서 연꽃은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 맑으며,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 두고는 감상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연꽃은 칠팔월 해가 뜨기 전에 핀다. 그래서 선인들은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