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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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 시 '答中山人'

答山中人                                                 李  白    나에게 무슨 뜻으로 푸른 산에 사느냐고 묻기에 웃으며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절로 한가롭네                               복사꽃이 흐르는 물에 아득히 떠나별천지요 인간세상이 아니라네  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挑花流水요然去別有天地非人間

류시화 시 '길위에서의 생각' 외

류시화의 시    길 위에서의 생각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새와 나무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 서면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어떤 나뭇..

조지훈 시 '산중문답'

산중문답 조지훈 (새벽닭 울 때 들에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 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아능가) (마당 가 멍석자리 쌉살개오 같이 앉아 저녁을 먹네 아무데나 누워서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심심하면 퉁소나 한 가락 부는 그런 멋을 자네가 아능가) (구름 속에 들어가 아내랑 밭을 매면 늙은 아내도 이뻐 뵈네 비온 뒤 앞개울 고기 아이들 데리고 난는 맛을 자네 태고太古적 살림이라꼬 웃을라능가) (큰일 한다고 고장 버리고 떠나간 사람 잘 되어 오는 놈 하나 없네 소원이 뭐가 있능고 해매다 해마다 시절이나 틀림없으라고 비는 것뿐이제) (마음 편케 살 수 있도록 그 사람들 나라일이나 잘 하라꼬 하게 내사 다른 소원 아무것도 없네 자네 이 마음을 아능가) 노인은 눈을 감고 환하게 웃으며 막걸리 한 잔을 따..

김소월 시 '진달래꽃'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寧邊에 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1902∼1935 본명 정식(廷湜). 평안북도 구성 출생. 오산학교과 배재고보를 거쳐 동경상대 중퇴. 오산학교 시절 스승인 김억에게 지도를 받음. 시집으로 『진달래꽃』이 있음.

도연명의 '귀거래사'

歸去來辭 도연명       돌아가야지논 밭이 묵히고 있으니 빨리 돌아가야지마음은 스스로 몸의 부림 받았거니혼자 근심에 슬퍼하고 있겠는가지난 날은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앞으로는 후회 하는 일 없으리라길을 잘못 들었으나 아주 멀지는 않다지난 시간은 후회지만 이제부터 바르리고운 물결 흔들흔들 배를 드놓이고바람은 가벼이 불어 옷자락을 날리네지나는 이에게 앞길 물어 가야 하니희미한 새벽빛에 절로 한숨이 나네어느 덧 저 멀리 집이 바라다 보이니기쁜 마음에 달리듯이 집으로 간다.사내아이 종 나와 반가이 맞이하고어린 아들 문 앞에 기다려 서 있네세 갈래 오솔길에 잡초 우거졌어도소나무와 국화는 그대로 남아 있네어린 아들 손잡고 방으로 들어서니항아리 가득히 술이 나를 반기네술병과 술잔 끌어당겨 혼자 마시며뜰의 나무를 지..

김영랑 시 '수풀 아래 작은 샘'

수풀 아래 작은 샘 김영랑 수풀 아래 작은 샘 언제나 흰구름 떠가는 높은 하늘만 내어다보는 수풀 속의 작은 샘 넓은 하늘의 수만 별을 그대로 총총 가슴에 박은 작은 샘 두레박을 쏟아져 동이 가를 깨지는 찬란한 떼별의 흩는 소리 얼켜져 잠긴 구름 손결이 온 별나라 휘흔들어버리어도 맑은 샘 해도 저물녘 그대 종종걸음 훤듯 다녀갈 뿐 샘은 외로워도 그 밤 또 그대 날과 샘과 셋이 도른도른 무슨 그리 향그런 이야기 날을 세웠나 샘은 애끈한 젊은 꿈 이제도 그저 지녔으리 이 밤 내 혼자 나려가볼꺼나 나려가볼꺼나 (1903-1950) 본명은 윤식(允植) 전남 강진 출생. 1915 강진보통학교 졸업 1917 휘문의숙(徽文義塾) 입학 1919 3·1 운동 직후 휘문의숙 중퇴, 강진에서 일경에 체포되어 6개월간 옥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