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계곡산행 59

소백산 새밭계곡 / 깊어서 한적한 계곡

소백산 새밭계곡 깊어서 한적한 계곡 을전-새밭계곡-늦은맥이재(1272)-신선봉(1420) (왕복 12㎞. 약 8시간) 소백산은 이름부터 작다고 겸양을 부렸지만 능선을 다 종주하자면 하루 해가 빠듯하다. 소백산은 고대로부터 고구려와 신라의 경계였고, 충청과 경상의 경계이며, 물도 나누어져 물줄기가 북으로는 가면 한강이요, 남으로는 낙동강이 되어 흘러간다. 그러니 소백산이란 이름은 겸양일 수밖에 없다. 유연하고 부드러워 이중환도 택리지에서 소백산을 인자하고 부드러운 산이라 하였다. 소백산은 험준하지는 않으나 높고 넓고 깊다. 산이 높아 골도 깊다. 이 산에 있는 골짜기로 치자면, 죽계구곡 희방계곡 천동계곡 어의계곡 등 골골이 깊고 아름다운 계곡이 참 많다. 산뜻한 신록과 요란하지도 않으면서 풍성한 계곡을 구..

지리산 종주 5. 셋째날, 장터목에서 천왕봉을 지나 칠선계곡으로

지리산 9 지리산 종주 5셋째 날, 장터목에서 천왕봉을 지나 칠선계곡으로  장터목-제석봉(1808)-천왕봉(1915)-칠선계곡-추성리 (11.4㎞. 8시간 40분)2013.5.21 (맑음)   새벽부터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잠자리가 수런거린다. 새벽밥을 지어먹고 4시에 대피소를 나섰다. 북두칠성과 북극성이 놓인 방향으로 보아 우리가 움직이는 방향은 북동쪽이다. 산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제석봉을 지나 어둑한 천왕봉 쪽으로 오른다. 앙상한 나무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이곳은 자유당 시절에 침엽수림이 울창했는데, 권력을 등에 업고 도벌하던 사람들이 이것이 문제가 되자 증거를 없애려고 이곳에 불을 내어 나무를 불태웠다는 곳이다. 일출의 참맛은 여명 한참 전부터 기다렸다 보는 보는 것인데, 여의치 못하여 일출 직..

북한산 계곡산행 1. 북한산계곡 겨울 풍경

북한산 계곡산행 1. 북한산계곡 겨울 풍경 북한산 계곡산행 (북한산성계곡-구천계곡) / 2012.12.29 (흐린 후 눈 조금. -1.9~0.6℃) 북한산성입구-중성문-중성사-행궁터-대동문-구천계곡-아카데미하우스 (4시간) 북한산계곡은 산에 오른다는 표현 보다는 산에 든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이다. 깊숙히 들어 편안한 곳이다. 마음이 한가로워진다.적어도 대동문까지는 그러하다. 하산길은 가파른 얼음길이어서 쉽지 않지만, 눈 덮힌 산과 얼음 계곡을 보며 걷는 겨울 풍경이 참 좋다. 사계절 이 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얼음은 차가움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드러나는 것을 얼음의 속성에 비유한다. "숯이나 얼음은 제 능력을 자랑하지 않아도, 얼음은 차갑고, 숯은 스스로 뜨겁다"라..

설악산 시원한 가을 산맛

설악산 28 설악산 시원한 가을 산맛 설악산(1708m) 강원도 인제,속초 (2012.10.14~10.15. 맑음. 4~13℃) 첫날(10/14) 한계령-서북능선-끝청-중청산장-대청봉-중청산장 (8.9㎞.7시간) 둘째날(10/15) 중청산장-대청봉-중청산장-소청봉-희운각-천불동계곡-설악동 (11.6㎞.7시간) 시월 중순 천 고지 이상 설악산 나무들른 잎은 다 떨구고 가지만 덜렁 남겼다. 백여 일 전에 공룡능선을 넘을 때만 하여도 심록으로 가득 차 있더니, 귀때기청봉 신선봉 화채봉이 구름발치 아래허옇게 너설이 다 드러나서 오히려 시원하다. 설악산이 가진 깊은 속을 다 내놓았다. 가을 단풍이 산 아래로 다 내려가 산은 보기에도 시원하다. 날이 어스름해져 겨울 외투를 꺼내 입고도 으슬으슬하다. 어둠이 드리워지..

중원산 / 한여름 시원한 계곡산행

한여름 시원한 계곡산행 중원산 (中元山 800m)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2012.7.28. 맑음 22.2~32.4℃) 용문사 주차장-용계골-합수곡-중원산-너덜지대-합수곡-용계골-주차장(약 5시간20분) 중원산은 용문산과 도일봉 사이에 있는 산으로 계곡이 좋다. 올해 더위가 18년만이라는데 그래도 산속은 다르다. 산행 중에 땀 흘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계곡이 있는 산은 시원하다. 사람들과 더불어 맑은 대화를 나누기에는 눈속이 좋고 빗속이 좋고 달빛속이 좋다고 하는데, 맑은 계곡 또한 그러하다. 계곡에 들어 오면 시름은 잊어 버리고 세상에 구하는 것이 없게 되니 말이다. 잊으니 좋고 구할 것이 없어 좋다. 막걸리를 시원하게 하려고 작은 계곡에 풍덩 빠트렸는데 아예 찾을 길이 없다. 신령님도 같이..

도마치봉-백운산-무학봉 / 청정계곡이 있는 깊은 산

도마치봉(道馬峙峰 925.1)-백운산(白雲山 903.1)-무학봉(舞鶴峰 800m) 청정계곡이 있는 깊은 산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2012.7.20. 맑음. 21.5~28.7℃) 덕골-임도-번암계곡-도마봉(883)-도마치봉-삼각봉(918)-백운산-860봉-무학봉-번암계곡-임도-덕골 (14.4㎞. 7시간 반) 광덕고개에서 오르내리는 산줄기는 한북정맥으로 경기도와 강원도를 나눈다. 광덕고개를 넘어서면 골짜기로 내려오는 물줄기가 쏟아져 뙤약볕도 이곳에선 부드럽다. 번암계곡으로 곧장 들어서면 물소리가 우렁차다. 덕골에서 도마치로 가는 임도는 구불구불 길지만 더위를 느낄 겨를이 없다. 다래와 산딸기를 따 먹으며 설렁설렁 걸으면서 물소리를 듣고서 가는 곳이 이곳 계곡 산길이다. 도마치에서 북으로 갈라지는 능선에 서..

주금산 / 아름답고 부드러운 비단산

주금산(鑄錦山 813.6m) 아름답고 부드러운 비단산 경기도 남양주 수동, 포천 내촌 (2011.9.24) 몽골문화촌-비금계곡-합수점(왼쪽길)-헬기장-독바위-주금산-독바위-돼지우물-능골-내촌 (약 9.4㎞. 점심 1시간 포함 5시간 10분) 부을 주(鑄) 비단 금(錦). 주금산은 비단을 펼친 듯이 아름답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몽골문화촌 뒤비금계곡은 깊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다. 속삭이듯 얘기하며 산에 오르면 분위기가 더 나는 계곡이다. 계곡 물소리는 부드럽고 벌레들과 새들은 높은 소프라노 목소리로 목청을 돋운다. 공기도 청량하고 햇볕이 따스하여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독바위 앞 너른 터에서 어젯밤별을 보고 가는 사람들이 짐을 싸고 있었다. 밤하늘에 별이 쏟아져 신나게 감상하였다고 한다. 갑자기 텐트를 지..

백운봉 / 여름 산정에서 맛보는 호쾌함

백운봉(白雲峰 941m) 여름 산정에서 맛보는 호쾌함 연수리-수도골-백운암-형제우물-백운봉-구름재-사나사계곡-사나사-용천리 (5시간) 경기도 양평군 (2011.8.27) 여름 산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산이 뾰족하여 히말라야의 푸모리봉을 닮았다고 하여 용문의 푸모리봉이라 부르는 백운봉이다. 긴 깔딱고개에서 땀을 많이 쏟았다. 지구에서 위도 25~30도는 무풍지대로 건조하고 더운 날씨여서 지구상 거대한 사막도 대부분 이 지역에 있다는데, 계곡에서 비껴나면 그런 자락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오르막 오르고 나면 좀 낫고, 형제우물 올라서 마신 석간수는 몸속까지 서늘하다. 감로수가 따로 없다. 형제우물에 오르면 이번 산행 반은 다 한 것이다. 남쪽 산등성이 오르며 보는 산 경치는 호쾌하다. 이 맛에 우..

신선봉 / 신선이 머물만한 산봉

신선봉(635), 용조봉(635) 신선이 머물만한 산봉 용문사주차장-용조봉-신선봉-815봉-안부-합수곡-용계골-용문사주차장 (5시간 반)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2011.8.20) 용조봉과 신선봉은 용문봉과 중원산 사이에 자리 잡고 앉은 또 하나의 숨은 산봉이다. 한강기맥이 중원산으로 내려오며 옆으로 내려온 산등성이가 용조봉인데 신선봉이 바로 그 위에 신선처럼 앉아 있다. 이 산등성이가 갈라놓은 물줄기가 조계골과 용계골로 신선세계에서 흘려보낸 물줄기가 이런 곳이구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깊다. 예로부터 산은 만물을 창성하는 장소요 하늘과 교통 하는 신성한 공간으로 여겼는데, 용조봉 신선봉이야말로 때 묻지 않은 곳이다. 보통 신성한 산봉에 돌무더기를 세우거나 신성한 나무를 심어 신단수를 마련하였는데, 이곳..

화야산 / 연일 비 내려 매미 울 시간이 없다

화야산(禾也山 754.9) 연일 비 내려 매미 울 시간이 없다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2011.8.15) 큰골-운곡암-화야산산장-화야산-절고개-화야산산장-운곡암-큰골(5시간 반) 7월 들어서부터 비가 연일 내리고 있다. 아무래도 하늘이 뚫린 것 같다. 오늘도 우중 산행이다. 매미는 맵다고 울고, 쓰르라미 쓰다 운다 하였는데, 수년을 땅 속에서 살다가 세상에 나왔더니 연일 비가 내려 울 시간이 없다. 매미도 세상에 나와 신나는 울음을 울어야 하고 짝을 찾아야 하는데, 야속하게도 연일 비 내려 그럴 시간이 없다. 매미가 지닌 다섯 가지 덕에 허물을 벗고 틀림없이 울며 절도를 지킨다는 덕을 신(信)이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 이슬만 먹고 바람만 쐬어 맑을 청(淸) 자 짊어지고 떠날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