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나무 183

잎이 늦게 나오는 나무

잎이 늦게 나오는 나무 대추나무, 배롱나무, 자귀나무 봄이 한참 되었는데 싹이 늦게 나는 나무들이 있다. 대추나무가 그런 나무다. 4월 하순에서 5월 초순이 되어야 가지에서 겨우 싹이 나오니 사람들은 이 나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가지를 꺾어보기도 한다. 꽃도 6~7월이 되어야 피니 늦다. 원래 더운 곳에서 자랐던 나무라 기온이 올라가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대추나무 꽃은 개화가 늦어 도리깨질을 할 때쯤 꽃이 맺히고, 대추나무 꽃이 피면 모내기를 서둘러야 한다. 대추나무 순이 늦게 나오니 다른 나무의 눈을 밖으로 쫓아내고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싹이 늦게 나고 느릿느릿 움직인다고 양반 나무라고도 한다. 작은 연황록색 꽃은 비바람이 불어도 꿈쩍도 않고, 열매를 맺고서야 꽃이 떨어진다. 싹은 늦게 나도 열매는 ..

껍질이 얼룩덜룩한 나무

껍질이 얼룩덜룩한 나무 양버즘나무, 모과나무, 노각나무, 육박나무, 백송   사람의 얼굴에 주름이 사람의 연륜을 나타낸다면 나무는 껍질로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나무 나이테는 껍질 바로 아래서 만들어지기에 나무껍질은 팽창을 못 이기어 갈라진다. 그러기에 나무줄기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나무 중심에서 가장 먼 곳이다. 이런 부분은 햇볕이나 추위나 바람 등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껍질로 보호하고 있다. 그런 껍질 중에서 얼룩덜룩한 것이 있다. 오래되면 벗겨져서 알록달록한 나무는 양버즘나무, 모과나무, 노각나무, 육박나무, 백송 등이 있다. 매화오리나무나 상동나무도 있는데 보기 힘들다.    □ 양버즘나무 (버즘나무과) 양버즘나무는 나무껍질 큰 조각이 암회색이나 회백색을 띠어 마치 피부에 버짐이 핀 ..

멀구슬나무 꽃바람에 봄은 가고

멀구슬나무 꽃바람에 봄은 가고 봄소식은 꽃소식이요, 봄바람은 꽃바람이다. 꽃이 피는 소식을 알려주는 바람이 화신풍(花信風)이다. 소한(小寒)에서 곡우(穀雨)까지 여덟 절기 120일 동안 매 5일을 일후(一後)로 해서 5일마다 새로운 꽃이 피는 소식을 전하는 바람을 정리한 것이 있다. 소한에 매화에서 시작하여 곡우에 멀구슬나무 꽃까지 24가지 꽃바람을 제시하였다. 중국 고대 세시 잡기와 여러 구구한 출처를 조선 중기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정리하여 소개하였다. 다만 절기가 우리와 맞지 않고, 우리 땅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진달래나 철쭉, 생강나무는 없다. 꽃이 피는 순서는 맞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이 전남 강진에 귀양 가서 멀구슬나무를 보았다. 한양 부근에서는 자라지 않는 나무이고 보라색 꽃이 드물어 눈..

갯버들 / 버들강아지 눈 떴다

갯버들 버들강아지 눈 떴다 봄꽃이 채 피기 전 3월 초가 되면 내(川)가 흐르는 물가에 가장 먼저 움트는 나무가 갯버들이다. 갯버들은 물이 흐르는 상류 하천에 산다. 강이나 바다 가장자리에 물이 드나드는 곳을 '개'라고 한다. 그런 갯가에서 자라는 버들이라 갯버들이 되었다. '개+ㅅ+버들'이 갯버들이 된 것이다. 강아지 꼬리처럼 부드러워 버들강아지라 하기도 하고, 강아지가 줄어 가야지가 된 후, 다시 버들+가야지에서 '야'가 탈락하고 발음하기 좋은 버들개지가 되었다. 버들강아지나 버들개지 모두 표준말이다. 갯버들은 물가에 뿌리를 내리면 가지를 풍성하게 뻗는다. 갯버들은 냇가로 바람이 불어오면 흔들흔들 춤추며 꽃가루받이를 하는 풍매화이다. 물론 벌이 와서 거들기는 하지만 바람이 반갑기만 하다. 꽃이삭은 그..

소태나무 / 지독히 쓴맛 소태맛이 나는 나무

소태나무 지독히 쓴맛 소태맛이 나는 나무 과명 : 소태나무과 개화 : 5~6월 결실 : 9~10월 높이 : 10~15m 분포 : 전국 산지 약이나 음식을 먹다가 지독히 쓰면 '소태 같다'라고 표현하고, 찡그린 표정에는 '소태 씹는 얼굴을 하고 있다'라고 한다. 여러 맛 중에서 가장 쓴맛이 소태맛이다. 소태나무 잎이나 가지를 씹으면 지독한 쓴맛이 난다. 소태나무껍질이 소태이고, 소태맛이 나는 나무라고 소태나무다. 또는 나무를 자르면 안쪽에 노란 심재가 별을 박아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을 소태라고도 한다. 즉 소태는 '별박이'가 있는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도 한다. 소태나무는 잎, 나무껍질, 줄기, 뿌리가 다 쓰다. 특히 줄기나 가지의 속껍질이 가장 쓰다. 소태나무 속명 Picrasma는 쓴맛을 뜻하는 그..

2021년 '올해의 나무'

2021년 '올해의 나무' 나무도 생명의 굴레로 살아가는 생명체라 생로병사의 바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산길과 섬, 들길에서 그리고 왕릉에서 줄기차게 살아서 우뚝 선 나무를 만났다. 온누리에 화사한 봄바람도 찌는듯한 여름 더위도 높고 푸른 가을 하늘도 시리게 건너온 차가운 골바람도 나무를 살아 숨 쉬게 한 물결이었다. 감동의 물결처럼 나무가 아름다운 날이다. ▲ 주목(주목과) : 주목은 나이가 들면서 세로로 벗겨지며 붉은빛을 띤다. 목재도 속살이 붉다. 열매도 붉고 잎을 제외한 모든 것이 붉다. 붉은빛은 나이를 먹었다는 주목의 자기표현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그 나무를 태백산에서 만났다. 태백에 오른 보람이 주목을 만난 것에도 있다. ▲ 꽃개회나무(물푸레나무과) : 지리산 이북의 높은 능선이나 정상..

무환자나무 / 재앙을 막아준다는 나무

진도 여행 16 무환자(無患子)나무 재앙을 막아준다는 나무 전남 진도에서 무환자나무는 재앙을 막아준다는 환상의 나무다. 세상에 근심과 걱정을 없애는 나무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걱정 없는 나무가 된 사연이 있다. 중국에 앞날을 잘 맞히는 무당이 있었는데, 그는 이 나뭇가지로 귀신을 때려죽였다. 그 뒤로 귀신들은 이 소문을 듣고 얼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환수(無患樹)가 되었다. 무환자나무는 난대나 아열대가 고향인데, 우리나라 무환자나무는 인도가 원산지로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해안과 서해안 따뜻한 지방에서 자란다. 진도에서 세방낙조를 보러 가는 길에 지산면 세방리와 가학리 해안도로에서 무환자나무와 비슷한나무를 보았다. 고욤처럼 생긴 노랑 열매가 늘어진 ..

상만리 비자나무 / 600년 된 천연기념물 비자나무

진도 여행 15 상만리 비자나무 600년 된 천연기념물(111호) 비자나무 전남 진도군 임회면 상만리 681-1 비자나무는 주목과 나무로 제주도와 남부지방 일부에만 사는 늘 푸른 바늘잎나무다. 비자나무는 짧고 뾰족한 잎이 가지를 가운데 두고 20~40개씩 서로 마주 붙어 있다. 그 모습이 한자 비(非)와 같고, 비자나무는 상자를 만들기 좋아 상자를 뜻하는 방(匚)에 목(木)을 붙여 비(榧)란 글자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나무는 열매를 구충제로 귀하게 써서 종자를 뜻하는 자(子)를 붙여 비자나무라 했다. 잎 모습과 열매의 쓰임새를 같이 나타낸 이름이다. 비자나무는 목재가 아름답고 문양이 있고, 건조에 따른 수축률과 뒤틀림이 적고, 부패에 대한 내성이 있어 보존성이 좋고, 습기에 견디는 힘이 강해 여러 모로..

쥐똥나무에 대한 변론

쥐똥나무에 대한 변론 똥의 조어(祖語)는 '돋-'인데, 더럽다의 어근 '덜-'과 어근이 같다. 똥과 더럽다는 같은 말에서 나왔다. 두엄도 '둘-'이 어근인데 이 또한 같은 어근이다. 옛날에 두엄은 짚에 인분이나 외양간에서 나온 쇠똥이나 돼지똥을 섞어 만들었다. 거름의 주재료는 똥이었다는 얘기다. 농사를 지을 때 꼭 필요한 것이 거름이었다. 똥오줌이 비료였다. 그러나 천지창조신화에서 똥은 신성한 것을 여겼으며, 우리 전설에서도 신라 지증왕이 배우자를 찾는데 똥덩이가 큰 처자를 찾아서 왕후를 삼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도 길을 가다가 똥을 밟으면 그날은 재수가 좋다고 하고, 똥꿈을 꾸면 좋은 꿈이라 하였다. 한자로 똥을 분(糞)이라 하는데, 쌀 미(米)+다를 이(異)로, '쌀이 달리 된 것'이 똥이다. 그..

귀룽나무 / 하얀 꽃이 뭉게구름처럼 피는 나무

귀룽나무 하얀 꽃이 뭉게구름처럼 피는 나무 과명 : 장미과 개화 : 4~6월 결실 : 7~9월 다른 이름 : 귀룽나무, 구룡목, 구름나무 분포 : 지리산 이북 산지나 계곡, 능선 이른 봄에 근교산을 오르자면 계곡 부근에 늘어진 나뭇가지에서 연둣빛 잎을 내미는 나무가 있다. 버드나무도 이른 봄에 잎이 나오지만 비슷한 시기에 연둣빛 잎을 내는 나무가 귀룽나무다. 멀리서 보면 우산처럼 늘어진 이 나무는 이름을 몰랐을 때는 버드나무이거니 하였다. 다른 나무들보다 더 빨리 잎을 내미는 귀룽나무는 꽃보다도 잎이 미리 나온다. 농사를 짓는 분들도 귀룽나무 잎을 보고 농사를 시작한다는 나무다. 4,5월에 꽃이 피는 귀룽나무는 하얀 꽃이 뭉게구름 같다고 하여 구름나무라 부르다가 귀룽나무가 되었다. 북한 이름은 아예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