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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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나무 198

갯버들 / 버들강아지 눈 떴다

갯버들 버들강아지 눈 떴다 봄꽃이 채 피기 전 3월 초가 되면 내(川)가 흐르는 물가에 가장 먼저 움트는 나무가 갯버들이다. 갯버들은 물이 흐르는 상류 하천에 산다. 강이나 바다 가장자리에 물이 드나드는 곳을 '개'라고 한다. 그런 갯가에서 자라는 버들이라 갯버들이 되었다. '개+ㅅ+버들'이 갯버들이 된 것이다. 강아지 꼬리처럼 부드러워 버들강아지라 하기도 하고, 강아지가 줄어 가야지가 된 후, 다시 버들+가야지에서 '야'가 탈락하고 발음하기 좋은 버들개지가 되었다. 버들강아지나 버들개지 모두 표준말이다. 갯버들은 물가에 뿌리를 내리면 가지를 풍성하게 뻗는다. 갯버들은 냇가로 바람이 불어오면 흔들흔들 춤추며 꽃가루받이를 하는 풍매화이다. 물론 벌이 와서 거들기는 하지만 바람이 반갑기만 하다. 꽃이삭은 그..

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8. 산길에서 ④

겨울눈 21 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8. 산길에서 ④ 피어나는 꽃들은 5억 년 전 이 땅에서 생명체가 이룩한 진화의 증거다. 꽃을 피우는 식물 중 300년 이상 살아가는 경우가 없다고 하지만, 사는 동안 지구를 아름답게 하였고 비옥하게 한 공로가 충분하다. 생애가 짧고 다양하게 번식하기에 세상이 풍성하다. 꽃과 나무가 경쟁하며 사는 것이 대단하고, 그렇게 크는 것을 보면 고맙고 대견하다. 꽃과 잎을 내는 시간은 경이로운 시간이다. 카메라를 가지고 산길에서 나무의 겨울눈을 찾으며 생명이 움트는 현장을 발견하는 것은 기쁨의 시간이다. ▼ 능수버들 (버드나무과) : 버드나무는 가늘고 길게 늘어져 산들바람에도 길게 쉽게 흔들린다. 능수버들(한국 원산)은 잔 가지가 황록색이고, 수양버들(중국 원산)은 잔 가지가..

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7. 집 부근 꽃나무 ②

겨울눈 20 위례에서 본 나무 겨울눈 7. 집 부근 꽃나무 ② 봄이 오고 있는지 기온은 올라가는데, 나무에 겨울눈은 언제 열릴까 수시로 찾아가 본다. 겨울눈은 이전 봄부터 준비하는 것이라 조바심은 사람이 미리 내고 있다. 2월이 지나면 겨울눈 속에서는 한창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새 생명이 꽃과 잎을 내미는 그날을 기다리며 겨울눈은 생명을 품고 기다린다. ▼ 목련(목련과) : 목련은 꽃의 크기와 모양이 연꽃과 닮고 아름다운 꽃이 나무에 달린다고 목련(木蓮)이라 하였다. 목련은 한라산에서 자라는 우리 토종 나무다. 백목련에 비해 화피 조각이 좁고 수평으로 펼쳐지며 잎끝이 서서히 좁아지고 꽃 밑에 1개의 잎이 달리는 점이 다르다. 잎눈은 작고 털이 없으며 꽃눈은 크고 긴 황갈색 털이 밀생 한..

소태나무 / 지독히 쓴맛 소태맛이 나는 나무

소태나무 지독히 쓴맛 소태맛이 나는 나무 과명 : 소태나무과 개화 : 5~6월 결실 : 9~10월 높이 : 10~15m 분포 : 전국 산지 약이나 음식을 먹다가 지독히 쓰면 '소태 같다'라고 표현하고, 찡그린 표정에는 '소태 씹는 얼굴을 하고 있다'라고 한다. 여러 맛 중에서 가장 쓴맛이 소태맛이다. 소태나무 잎이나 가지를 씹으면 지독한 쓴맛이 난다. 소태나무껍질이 소태이고, 소태맛이 나는 나무라고 소태나무다. 또는 나무를 자르면 안쪽에 노란 심재가 별을 박아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을 소태라고도 한다. 즉 소태는 '별박이'가 있는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도 한다. 소태나무는 잎, 나무껍질, 줄기, 뿌리가 다 쓰다. 특히 줄기나 가지의 속껍질이 가장 쓰다. 소태나무 속명 Picrasma는 쓴맛을 뜻하는 그..

2021년 '올해의 나무'

2021년 '올해의 나무' 나무도 생명의 굴레로 살아가는 생명체라 생로병사의 바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산길과 섬, 들길에서 그리고 왕릉에서 줄기차게 살아서 우뚝 선 나무를 만났다. 온누리에 화사한 봄바람도 찌는듯한 여름 더위도 높고 푸른 가을 하늘도 시리게 건너온 차가운 골바람도 나무를 살아 숨 쉬게 한 물결이었다. 감동의 물결처럼 나무가 아름다운 날이다. ▲ 주목(주목과) : 주목은 나이가 들면서 세로로 벗겨지며 붉은빛을 띤다. 목재도 속살이 붉다. 열매도 붉고 잎을 제외한 모든 것이 붉다. 붉은빛은 나이를 먹었다는 주목의 자기표현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그 나무를 태백산에서 만났다. 태백에 오른 보람이 주목을 만난 것에도 있다. ▲ 꽃개회나무(물푸레나무과) : 지리산 이북의 높은 능선이나 정상..

무환자나무 / 재앙을 막아준다는 나무

진도 여행 16 무환자(無患子)나무 재앙을 막아준다는 나무 전남 진도에서 무환자나무는 재앙을 막아준다는 환상의 나무다. 세상에 근심과 걱정을 없애는 나무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걱정 없는 나무가 된 사연이 있다. 중국에 앞날을 잘 맞히는 무당이 있었는데, 그는 이 나뭇가지로 귀신을 때려죽였다. 그 뒤로 귀신들은 이 소문을 듣고 얼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환수(無患樹)가 되었다. 무환자나무는 난대나 아열대가 고향인데, 우리나라 무환자나무는 인도가 원산지로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해안과 서해안 따뜻한 지방에서 자란다. 진도에서 세방낙조를 보러 가는 길에 지산면 세방리와 가학리 해안도로에서 무환자나무와 비슷한나무를 보았다. 고욤처럼 생긴 노랑 열매가 늘어진 ..

상만리 비자나무 / 600년 된 천연기념물 비자나무

진도 여행 15 상만리 비자나무 600년 된 천연기념물(111호) 비자나무 전남 진도군 임회면 상만리 681-1 비자나무는 주목과 나무로 제주도와 남부지방 일부에만 사는 늘 푸른 바늘잎나무다. 비자나무는 짧고 뾰족한 잎이 가지를 가운데 두고 20~40개씩 서로 마주 붙어 있다. 그 모습이 한자 비(非)와 같고, 비자나무는 상자를 만들기 좋아 상자를 뜻하는 방(匚)에 목(木)을 붙여 비(榧)란 글자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나무는 열매를 구충제로 귀하게 써서 종자를 뜻하는 자(子)를 붙여 비자나무라 했다. 잎 모습과 열매의 쓰임새를 같이 나타낸 이름이다. 비자나무는 목재가 아름답고 문양이 있고, 건조에 따른 수축률과 뒤틀림이 적고, 부패에 대한 내성이 있어 보존성이 좋고, 습기에 견디는 힘이 강해 여러 모로..

쥐똥나무에 대한 변론

쥐똥나무에 대한 변론 똥의 조어(祖語)는 '돋-'인데, 더럽다의 어근 '덜-'과 어근이 같다. 똥과 더럽다는 같은 말에서 나왔다. 두엄도 '둘-'이 어근인데 이 또한 같은 어근이다. 옛날에 두엄은 짚에 인분이나 외양간에서 나온 쇠똥이나 돼지똥을 섞어 만들었다. 거름의 주재료는 똥이었다는 얘기다. 농사를 지을 때 꼭 필요한 것이 거름이었다. 똥오줌이 비료였다. 그러나 천지창조신화에서 똥은 신성한 것을 여겼으며, 우리 전설에서도 신라 지증왕이 배우자를 찾는데 똥덩이가 큰 처자를 찾아서 왕후를 삼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도 길을 가다가 똥을 밟으면 그날은 재수가 좋다고 하고, 똥꿈을 꾸면 좋은 꿈이라 하였다. 한자로 똥을 분(糞)이라 하는데, 쌀 미(米)+다를 이(異)로, '쌀이 달리 된 것'이 똥이다. 그..

귀룽나무 / 하얀 꽃이 뭉게구름처럼 피는 나무

귀룽나무 하얀 꽃이 뭉게구름처럼 피는 나무 과명 : 장미과 개화 : 4~6월 결실 : 7~9월 다른 이름 : 귀룽나무, 구룡목, 구름나무 분포 : 지리산 이북 산지나 계곡, 능선 이른 봄에 근교산을 오르자면 계곡 부근에 늘어진 나뭇가지에서 연둣빛 잎을 내미는 나무가 있다. 버드나무도 이른 봄에 잎이 나오지만 비슷한 시기에 연둣빛 잎을 내는 나무가 귀룽나무다. 멀리서 보면 우산처럼 늘어진 이 나무는 이름을 몰랐을 때는 버드나무이거니 하였다. 다른 나무들보다 더 빨리 잎을 내미는 귀룽나무는 꽃보다도 잎이 미리 나온다. 농사를 짓는 분들도 귀룽나무 잎을 보고 농사를 시작한다는 나무다. 4,5월에 꽃이 피는 귀룽나무는 하얀 꽃이 뭉게구름 같다고 하여 구름나무라 부르다가 귀룽나무가 되었다. 북한 이름은 아예 구름..

미역줄나무 / 덩굴줄기가 미역줄기처럼 뻗는 나무

미역줄나무 덩굴줄기가 미역줄기처럼 뻗는 나무 과명 : 노박덩굴과 개화 : 6~7월 결실 : 9~10월 미역줄나무란 덩굴줄기가 미역 줄기처럼 뻗으며 자라는 나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줄기 끝이 덩굴처럼 뻗는다. '줄'은 묶거나 동이는데 쓰는 물건인데, 미역 줄기는 유연하면서도 든든하여 간단한 줄로 쓸 수도 있다. 미역줄나무도 그러하다. 미역줄나무는 미역순나무, 미역줄거리나무, 메역순나무라고도 부른다. 큰 나무가 없는 산이나 숲 가장자리, 햇볕이 잘 드는 높은 산 능선에서 볼 수 있다. 흔한 나무는 아니지만 간혹 만날 수 있는 나무다. 덩굴이 길지는 않지만 우거지면 주변을 꽉 채워서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이 나무가 지나는 곳은 사람이 지나기 힘들 정도이다. 미역줄나무의 가장 큰 특성은 줄기와 열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