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나무 198

북한산둘레길 나무 겨울눈 2. 우이동~솔샘

겨울눈 4 북한산둘레길 나무 겨울눈 2. 우이동~솔샘 북한산우이역-우이교-솔밭공원-보광사-이준열사묘소-화계사-빨랫골-북한산생태숲-솔샘역 약 10㎞. 5시간 (2020.12.23. -0.4~8.5℃) 동지(冬至)가 지나가면 낮의 길이가 길어진다. 모든 생물은 생체시계가 있으니 나무도 더 분주해질 것이다. 아직 몇 차례 추위가 더 남았을 텐데 성질 급한 나무는 조바심이 날지도 모르겠다. 진작에 준비한 봄단장을 선 보일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겨울눈은 나무의 창문이다. 나무는 몸으로 자신의 뜻을 나타낸다. 창문을 열고서 잎을 내고 추우면 몸을 떨기도 한다. 경이로운 몸짓이다. 나무를 바라보는 시간은 고마운 시간이다. 사람이 나무를 바라볼 시간이 없다는 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경이로운 선물을 마..

낙상홍 / 서리가 내리면 붉은 열매는 더욱 빛나

낙상홍(落霜紅) 서리가 내리면 붉은 열매는 더욱 빛나 목, 과 : 노박덩굴목, 감탕나무과 개화 : 6월 결실 : 9~10월 높이 : 2~3m 이번 겨울 들어 첫추위가 오던 날, 볼 일이 있어 밖으로 나갈 일이 있었다. 동네 어귀를 돌아 나가는데 빨강 열매를 달고 있는 낙상홍이 서 있었다. 겨울 추위에 붉은 열매가 더욱 빛이 났다. 서리(霜)가 내려(落)도 붉은(紅) 열매가 더욱 빛난다고 붙은 이름이 낙상홍(落霜紅)이다. 중국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일본에서 수입해서 열매를 보기 위해 조경수로 심고 있다. 그래서 산이나 들에서는 볼 수 없다. 일본에서 쓰는 이름은 '매화 닮은 나무'란 뜻인 '우메모도키(梅擬)이다. 암수딴그루이고 연한 분홍색 꽃은 6월에 핀다. 잎은 긴 타원형인데 가장자리에 잔 톱니..

북한산둘레길 나무 겨울눈 1. 우이령길

겨울눈 3 북한산둘레길 나무 겨울눈 1. 우이령길 이동거리 약 7㎞. 이동시간 2시간 50분 (2020.12.9. 기온 -4.1~6.2℃)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면 산길에 들꽃은 지고 나뭇잎이 떨어져 하늘은 훤하다. 겨울 북한산둘레길에서 풀과 나무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재넘이 바람도 없고, 춥지도 않아 산길에 온기를 모아둔 듯하다. 들꽃과 나뭇잎은 졌지만 그 자취는 남아 있다. 풀은 빛이 바래어 휑하지만 형체는 남아 있고, 나무는 벌써 겨울눈을 준비하고 있었다. 풀에는 겨울눈이 없고 나무는 겨울눈이 있다. 나무는 꽃과 열매가 다 떨어지고 나서도 나무의 족보를 찾을 수 있는 귀중한 단서가 겨울눈이다. 겨울눈은 가지 끝이나, 가지 옆, 줄기나 잎 사이에 있다. 겨울눈은 보송보송한 털로 싸여 있거나, 끈끈한 ..

주엽나무 / 험상궂은 가시를 내는 이유가 있다

주엽나무 험상궂은 가시를 내는 이유가 있다 과, 속 : 콩과, 주엽나무속 다른 이름 : 쥐엄나무, 쥐엽, 주염 개화 : 5~6월 결실 : 10~11월 높이 : 10~20m 집에서 가까운 산길에 주엽나무가 있어 자주 볼 수 있다. 주엽나무는 줄기나 가지에 난 가시가 험상궂다. 쳐다보면 위엄이 드높다. 주엽나무 열매를 조협(皁莢. 쭉정이 조, 쥐엄나무 협)이라 하는데, 조협이 달린다고 조협나무라 하다가 주엽나무가 되었다. 다른 이름으로는 쥐엄나무라고 부른다. 주엽나무 잘 익은 열매는 약간 단맛이 나는데 쥐엄떡(인절미에 소를 넣고 콩가루를 묻힌 떡)을 떠올리게 해서 붙은 이름으로 짐작한다. 주엽나무는 가시가 여기저기 붙어 있는 나무가 있고, 가시는 없고 회갈색 매끈한 껍질인 나무가 있다. 사람들 발길이 잦은 ..

칡 / 다른 나무를 못 살게 하는 덩굴나무

칡 다른 나무를 못 살게 하는 덩굴나무 과명 : 콩과. 잎 지는 덩굴나무 개화 : 7~8월 크기 : 10m 이상 칡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풀처럼 생긴 덩굴나무다. 칡은 다른 나무를 몸살 나게 하고 못 살게 하고, 방종한 자의 욕망처럼 다른 나무를 얽어 매고 사는 말썽쟁이다. 칡이 번성하면 숲 생태계를 위협한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칡이 타고 오르면 치명적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낫을 들고 다니며 드렁칡을 걷기도 하고, 나무를 타고 오르는 칡넝쿨을 보기만 하면 밑동을 잘랐다. 비뚤어진 나무는 비뚤어진 대로 쓸모가 있듯, 칡은 나무에게 말썽쟁이지만 활용을 잘하면 쓰임새가 꽤 많다. 칡에서 뽑은 실로 짠 옷감인 갈포(葛布)도 있고, 칡뿌리로 만든 갈근탕(葛根湯)은 감기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칡뿌리에..

산사나무 / 서양은 꽃을 귀하게 여기고, 우리는 열매를 유용하게 쓴다

산사나무 서양은 꽃을 귀하게 여기고, 우리는 열매를 유용하게 쓴다 분류 : 장미목, 장미과 다른 이름 : 아가위나무, 야광나무, 이광나무, 뚱광나무 개화, 결실 : 5~6월. 9~10월 꽃말 : 유일한 사랑, 희망 만물은 봄빛을 머금어 꽃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른 봄꽃은 일러서 반갑고, 늦은 봄꽃은 꽃이 귀한 철이라 반갑다. 5월이면 전국의 산에서 피는 산사나무 꽃은 하얗고 아름답다. 서양에서는 5월의 여신에게 바치는 꽃이라 5월의 꽃, 즉 메이플라워(mayflower)라 한다. 산사나무 꽃은 희망과 시작을 뜻하기에 신대륙으로 떠나가는 배 이름을 메이플라워라 했고, 결혼식장에도 산사나무 꽃을 썼다. 산사나무는 서양에서는 꽃을 귀하게 여기고, 우리는 열매를 유용하게 쓰고 있다. 쑥잎처럼 생긴 잎은 톱니..

족제비싸리 / 꽃대는 족제비 꼬리, 잎은 싸리를 닮아

족제비싸리 꽃대는 족제비 꼬리, 잎은 싸리를 닮아 과, 속 : 콩과, 족제비싸리 속 개화 : 5~6월 결실 : 8~9월 얼마 전 아이들과 레일바이크를 타러 양평으로 갔다. 지금은 쓰지 않는 철로를 이용한 시설이다. 그 철로변에서 어른 키 보다 더 큰 족제비싸리가 자라고 있다. 뿌리가 잘 발달하는 식물이어서 철로변, 고속도로, 제방 등 사방공사용으로 많이 심어 산하를 복구하는데 썼던 나무다. 일제강점기에 미국 원산의 족제비싸리를 철로변에 많이 심어 널리 퍼졌다. 꿀이 많아서 꿀 채취용으로 유용하게 쓰는 나무이기도 하다. 족제비는 날렵한 생김새에 긴 꼬리가 특징인데, 족제비싸리가 꽃을 피울 때 보면 곧추 선 꽃대가 족제비 꼬리를 닮았다. 족제비 꼬리가 황갈색인데, 족제비싸리는 자줏빛 보라색 꽃을 피우고 열매..

시로미 / 한라산과 백두산에만 있는 식물

시로미 한라산과 백두산에만 있는 식물 과명 : 시로미과 개화 4~5월, 결실 10월 분포 : 한라산,백두산 시로미는 키가 다 커도 10㎝ 정도 되는 늘 푸른 나무다. 한라산 영실에서 어리목으로 산행을 하다가 보면 윗세오름 부근과 만세동산 부근에서 만날 수 있다. 잎은 주목이나 전나무와 닮았으나 길이나 너비가 그것보다는 짧고 좁다. 잎에 살이 많아 조금 통통하게는 보인다. 한라산과 백두산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나무로, 멸종위기식물로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만나기 어려운 이 귀한 나무는 이른 봄에 꽃이 피는데, 그때 산에 오르는 사람도 적지만 꽃이 작아 꽃인 줄 모르고서 지나치고 만다. 가을에는 둥글고 검붉은 열매를 맺는데, 까마귀가 좋아하는 열매라 한자로는 오리(烏李). 즉 '까마귀의 오얏'이고, 영어로..

하늘을 덮은 층층나무 잎

하늘을 덮은 층층나무 잎 새로 나는 나뭇잎을 보면 아름답지 않은 잎이 없다. 초록은 늘 싱그러운 생명의 빛이다. 습관대로 나무 위를 쳐다보았는데, 층층나무 잎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궁금하여 며칠 뒤 다시 찾아갔다. 그 사이 비가 와서 잎이 무성하여 넓게 보이던 하늘 공간은 좁아졌다. 층층나무는 가지가 뻗을 때 거의 수평으로 돌려서 난다. 층층이나무라고 부르다가 층층나무가 되었다. 아예 계단나무라고도 한다. 숲 속에서 다른 나무를 제치고 너무 빨리 자라서 '폭군 나무'라고도 한다는데, 다시 가보니 다른 나무들도 많이 자라 넓던 하늘이 좁아졌다. 폭군 나무가 아니라 그냥 층층나무다. 층층나무 (2020.4.14) 층층나무 (2020.4.18) 층층나무 (2020.4.20) 층층나무 (2020.4.23)

산에서 만난 목련

산에서 만난 목련(木蓮) 목련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0.3.27) 뒷산에 올랐다가 목련을 보았다. 그제 산길을 지나다가 숲에서 희끗희끗 보이는 꽃이 목련이었다. 다음날, 그다음 날까지 찾아갔다. 산에서도 목련이 자라지만 보기가 쉽지 않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백목련은 꽃 조각이 9개이고 적당히 펼쳐진 후 뒤로 젖혀지지는 않는데, 목련은 꽃 조각이 6개이고 춤을 추듯 자연스럽게 젖혀진다. 목련은 원시식물이다. 1억 4천만 년 전 활엽수종인 피자식물이 번성을 시작할 때 화석에 나온 식물이 목련이니 말이다. 꽃 중에서는 살아있는 화석이 목련이다. 원시적 활엽수종 식물은 꽃잎, 수술, 암술이 뚝뚝 떨어진 것이 특징인데, 목련이 대표적이다. 산에서 목련을 만난 것은 산에서 산신령을 만난 것처럼 귀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