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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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나무 183

돌배나무를 사랑하는 이유

돌배나무를 사랑하는 이유 식물 이름에 돌이 들어간 것은 야생이란 뜻이다. 돌배는 열매는 작아도 향기롭고 맛은 시면서도 달다. 그래서 ‘떫은 배도 맛들일 탓이다.’란 속담이 있다. 돌배나무는 삼한시대부터 재배하였는데, 우리가 요즈음 먹고 있는 배는 품종 개량한 일본배다. 일본배는 한일합방 직전에 들어왔는데 서울숲 부근에 시험재배장이 있었다. 배는 꽃이 잎보다 미리 나오는데, 몇 년 전에는 배꽃이 필 때 날씨가 추워서 벌이 나오지 않았다. 벌이 안 오면 배 과수원에서는 붓으로 일일이 묻혀 꽃가루받이를 한다. 사람이 하는 꽃가루받이는 한계가 있어 배 값이 비쌌다. 그래서 다들 '금배'라고 불렀다. 금배라도 제사 지낼 때는 과일은 꼭 놓는다. 과일에도 계급이 있어서 배는 씨가 6개라 6판서를 나타낸다는데, 배를..

버드나무는 물과 바람의 나무다

버드나무는 물과 바람의 나무다 버드나무 / 마현마을 (경기도 남양주시. 2016.4.7) 버드나무는 암수 딴 그루로 암나무에는 암꽃이 수나무에는 수꽃이 핀다. 솜털을 날리는 것이 암나무다. 꽃을 들여다 보면 강아지풀처럼 생겨 작고 가느다랗다. 벌써 봄바람에 씨앗을 다 날려보냈는지 열매는 말랐다. 버드나무는 벌레가 모여드는 충매화여서 꽃가루를 날려보내지는 않는다. 솜털같이 날아다니는 것은 꽃가루가 아니라 버드나무 씨앗인데, 사람들은 꽃가루가 날린다고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해 과민반응이거나 모르고 얘기한 것일 것이다. 버드나무는 가지가 부드럽다고 부들나무가 버들나무가 되었다가 버드나무가 되었다. 가지는 부드러우면서도 질겨서 좀처럼 꺾이지 않아 '버들가지 바람에 꺾일까?' 라는 속담도 있을 정도다. 가지..

때죽나무 / 작은 종모양 하얀 꽃, 반질반질한 회색 열매

때죽나무 작은 종모양 하얀 꽃, 반질반질한 회색 열매 때죽나무과 개화 5~6월 결실 : 9~10월 때죽나무 / 서울창포원 (서울 도봉구. 2019.5.20) 때죽나무는 쪽동백나무와 구별이 쉽지 않다. 나무 공부를 하자면 구분에 애를 먹이는 나무 중에 하나다. 쪽동백나무(때죽나무과)와 비슷해서 쪽동백나무의 강원도 방언인 때죽나무로 부르던 것이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유래가 있다. 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는 주로 잎과 꽃으로 구분한다. 때죽나무 잎은 길쭉하고, 쪽동백나무 잎은 달걀 모양으로 둥글다. 잎이 넓은 것이 쪽동백이다. 때죽나무 꽃은 잎겨드랑이에 2~4개씩 달리는데, 쪽동백보다는 길고 가는 꽃자루에 종모양으로 달려서 퍼진 듯이 보인다. 꽃은 그리 오래 피지 않기에 부지런히 찾아다녀야 볼 수 있다. 그 뒤..

미스김라일락 / 우리나라가 자생지로 역수입하여 돌아온 나무

미스김라일락 우리나라가 자생지로 역수입하여 돌아온 나무 미스김라일락 / 유명산 휴양림 (경기도 가평. 2019.5.11) 수수꽃다리꽃은 코끝에 스치는 향기가 은은하다. 아침이나 밤엔 향기가 더 짙어서 발길을 머물게 한다. 영어로는 라일락이고, 프랑스어로는 리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래 '베사메 무초'에서 '리라꽃 피는 밤에 /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 다오' 하는 가사가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이 꽃에 비유하여 사랑의 마음을 전하였다. 라일락이란 이름은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파랗다(blue)는 뜻이다. 당시에는 색상 때문에 생긴 이름인데, 지금은 보라색, 흰색, 분홍색 꽃잎이 핀다. 학명은 시링가(siringa)로 '구멍이 뚫린 파이프'란 뜻인데, 실제로 라일락 나무 줄기로 담배파이프를 만들..

영춘화 / 별같이 예쁜 봄맞이꽃

영춘화(迎春花) 별같이 예쁜 봄맞이꽃 과명 : 물푸레나무과 낙엽 관목 개화 : 3~4월 결실 : - 영춘화 / 한강 잠실지구 (2019.3.9) 한강에 나갔더니 예쁜 영춘화가 피었다. 비늘조각에 싸인 적갈색 눈이 남아 있는 끄트머리에 노란색 꽃이 별처럼 올망졸망하다. 개나리보다 한 달 정도는 일찍 피는 봄맞이꽃이다. 봄맞이꽃이란 풀꽃이 따로 있지만, '봄을 맞이하는 꽃'이란 뜻인 중국의 영춘화(迎春花)를 그대로 썼다. 중국이 원산지인 영춘화는 한국이 원산지인 개나리와 비슷하다. 꽃 색깔이나 모양, 가지가 늘어지는 것까지 그렇다. 영춘화는 꽃잎이 5~6장으로 갈라지고, 개나리는 꽃잎이 4장으로 더 길쭉하다. 영춘화는 잎이 깃꼴겹잎으로 3장이고, 개나리는 하나씩 달리는 홑잎이다. 영춘화는 3월초에 피는데, ..

산딸기 / 가시에 다칠세라 조심스레 한 움큼

산딸기 가시에 다칠세라 조심스레 한 움큼 과명 : 장미과 낙엽관목 개화 : 5~6월 결실 : 6~8월 산딸기 / 경북 안동 (2011.6.12) 딸기는 겨울에도 비닐하우스에서 길러내는 과일이다. 그래서 딸기 철이겨울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하기야 백화점에서도 2월 말에서 3월 초에 '제철 과일 딸기축제'란 이름으로 판매행사를 하고 있다. 딸기는 재배 기간이 긴 탓에 오랜 기간 구매할 수 있어서 백화점에서 과일 매출 순위에서도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딸기는 땅에 바짝 붙어서 자라면서도 흙과 먼지를 싫어한다. 그래서 딸기밭에는 짚을 깔아준다. 짚이 아닌 다른 것을 깔면 수확량이 준다고 한다. 딸기는 영어로 'strawberry'로 지푸라기를 뜻하는 'straw'가 들어 있다. 딸기는 옛날부터 짚과 같이 ..

층층나무 / 가지가 층층이 퍼져서 자라는 나무

층층나무 가지가 층층이 퍼져서 자라는 나무 과명 : 층층나무과 낙엽교목 개화 : 5~6월 결실 : 8~10월 층층나무 / 방태산 (강원도 인제. 2018.10.4) 나무를 일정 거리에 두고 봤을 때 나무가 생긴 전체의 모양을 보고 수형(樹形)이라 한다. 포플러는 원기둥 모양이며, 전나무는 원뿔형이고, 벚나무나 느티나무는 항아리 모양이고, 자작나무는 달걀모양이다. 그런데 가지가 퍼지는 모양을 보면, 떡갈나무는 퍼짐형이고, 수양버들은 처짐형이고, 층층나무는 허수아비처럼 양팔을 벌린 수평형이다. 층층나무는 가지가 층층이 나란히 퍼져서 자란다고 층층나무란 이름이 붙었다. 잎을 넓게 펼쳐 나무탑처럼 보인다. 흔하지는 않지만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다. 층층나무는 5월이 되면 우산처럼 생긴 꽃차례가 하얗게 ..

고로쇠나무 물 / 골리수(骨利水)라 부르던 천연 건강음료

고로쇠나무 물 골리수(骨利水)라 부르던 천연 건강음료 고로쇠나무 / 축령산 (경기도 남양주) 한겨울이 지나고 나무가 물오름을 시작하는 2월부터 고로쇠나무에서 물을 받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매년 고로쇠나무에 고로쇠나무가 많은 산에 약물을 마시러 간다. 나무가 새로 난 잎새를 위해 가지에 보내는 양분을 사람들이 가로채는 것이다. 고로쇠나무 수액은 회갈색 나무껍질 1m 정도 높이에 구멍을 내고 물을 받는다. 한 나무에서 200리터나 될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이 나온다. 초봄에 고로쇠나무가 많은 마을에 가보면 고로쇠 물을 받느라 나무마다 구멍을 낸다.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 한 나무에 뚫는 구멍 수를 3개 이하로 정하였다고 하는데, 매년 뚫어서 그런지 구멍 투성이이다. 한 나무에 한 두 개 구멍을 뚫어 마시고 코..

밥이 있는 밥나무

밥이 있는 밥나무    쌀밥을 담아 놓은 것 같은 이팝나무 / 한강 잠실지구 (2015.5.6)    모두 쿵더쿵 방아를 찧어 밥을 해 먹는데, 신라의 백결선생의 거문고 소리에는 명절에 식구들에게 밥을 먹이지 못하는 애틋한 가락이 담겨 있다. 명절에 먹는 밥은 또 다르다. 예전부터 명절이나 제삿날, 생일에는 쌀밥을 먹었다. 쌀밥은 이밥이라 불렀다. 이밥에 고깃국은 없는 사람들에게는 선망하는 끼니였다. 그들에게 정월 대보름에 먹는 찰밥과 오곡밥과 약과는 그림에 떡이었다.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춘궁기를 많이 겪었다. 없이 살아서 그러한지 식물 이름에 밥이 들어가는 나무 이름이 많다. 쌀밥을 담아 놓은 것 같은 이팝나무, 꽃이 조밥을 섞은 듯 조팝나무, 나뭇가지에 밥알(밥 티) 모양이 달리는 박태기나무, ..

쉬땅나무 여름과 겨울

쉬땅나무 여름과 겨울 과명 : 장미과 낙엽관목 개화 : 7~8월 결실 : 9~10월 높이 : 2m 분포 : 중국,일본,몽골,러시아,한국(경북 이북) 쉬땅은 수수깡의 평안도 사투리다. 꽃차례가 수수이삭을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높은 산에 가다가 보면 쉬땅나무는 산의 능선이나 하천 주변에서 자란다. 쉬땅나무 보다 못하다고 하는 개쉬땅나무가 있는데, 이젠 이름을 통합해서 쓴다. 쉬땅나무는 여름에는 여러 번 봤지만 겨울에는 높은 산 갈 일이 적어서 그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한겨울에 한강에 나갔더니 공원에 심은 쉬땅나무가 있었다. 무서리가 지나가고 겨울 바람 맞으며 서 있는 모습이 허허롭다. 나무도 사람도 쉬어야 하고, 버려야 얻는다. 그리고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꽃 피울 봄날이 온다. 쉬땅나무 /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