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나무 198

산수유 / 이른 봄 노란 꽃, 생명의 붉은 열매

산수유 이른 봄 노란 꽃, 생명의 붉은 열매 분류 : 층층나무과 개화 : 3~4월 결실 : 9~11월 산수유 / 경기도 성남 (2020.3.9) 산수유는 이른 봄 개나리와 진달래가 나오기 전에 샛노란 꽃이 핀다. 매화를 제외하면 가장 먼저 피고, 이어서 목련과 개나리가 핀다. 산에 피는 것은 생강나무, 동네에 피는 것은 산수유다. 생강나무는 자생하지만 산수유는 사람이 심는다. 생강나무는 꽃자루가 뭉툭한데, 산수유는 꽃자루가 길다. 생강나무 꽃은 줄기에 붙어서 피지만, 산수유는 꽃자루 끝에서 핀다. 생강나무 줄기는 매끈하지만 산수유나무 줄기는 껍질이 불규칙하게 벗겨진다. 산수유 꽃은 꽃자루에서 짧게 올라오다가 꽃송이가 커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산수유는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라고 추위에도 잘 견디는 데..

히어리 / 이른 봄 주렁주렁 꽃차례

히어리 이른 봄 주렁주렁 꽃차례 과명 : 조록나무과 학명 : Corylopsis coreana 분포 : 지리산. 경남 남해안, 백운산(광양), 백운산(포천). 광교산(수원) 개화 3월, 결실 9월 2009년 여름, 경기도 포천에 있는 백운산에 갔다가 광덕고개에서 내려오는 산길에서 귀한 식물인 히어리를 보았다. 온난화로 서식지가 위협받는 멸종위기 식물로 학명에 coreana가 들어가 있는 우리나라 특산 식물이다. 그곳 히어리는 가장 북한계선에서 사는 히어리일 것 같다. 히어리는 전남 순천에서 처음 발견하였는데, 인근 주민들이 뜻을 알 수 없는 사투리로 '히어리'라고 한 것이 정식 이름이 되었다. 받침과 턱잎은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이 특징인데, 마치 밀랍을 먹인 것 같아 납판화(蠟瓣花. 밀:납, 외씨:..

노각나무 / 사슴뿔나무

노각나무 껍질이 갓 돋아난 사슴뿔 같다는 나무 우리나라는 다른 온대 지역 국가들보다 많은 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지구 빙하기가 한반도를 비켜 지나가서 다양한 종들이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었고, 우리 자연환경도 그러한 다양성에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백산 부근과 남부지방 산에 가서 우리나라 특산종인 노각나무를 만났다. 학명(Stewartia Koreana)이나 영문명(Korean Stewartia)이나 모두 '한국'임을 표기하는 고유종이다. 소백산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지리산까지 볼 수 있다는데, 우리가 갔던 월출산이나 천관산도 그 연장선상이다. 노각나무는 차나무과로 낙엽 지는 큰 키 나무다. 껍질이 마치 갓 돋아난 사슴뿔 같다는 뜻인 녹각(鹿角)나무가 노각나무가 되었다. 껍질을 보면 왜 ..

남한산성 나무 겨울눈 2

남한산성 나무 겨울눈 2 겨울눈은 저마다 색깔과 모양이 다르다 남한산성 (2020.2.14-2.16) 나무는 영양분을 모아서 겨울눈을 만든다. 겨울눈이 꽃이나 잎, 가지가 되어서 나가면, 얼마 뒤 겨울눈을 다시 만든다. 겨울눈을 키워 세상으로 내보내는데 공이 들어서 그렇지, 밖에 나오면 인생에 봄날이 쉬 지나가듯 금방 자라서 꽃이 되고 잎이 된다. 어린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듯 그렇게 큰다. 나무의 겨울눈은 잎이나 턱잎이 변해서 발달한 것인데, 비늘처럼 보이는 작은 조각인 인편으로 둘러 싸여 있다. 인편은 그 나무의 재질로 만든 천연 외투다. 목련의 겨울눈은 목련처럼 부드럽고, 잣나무 겨울눈은 송진처럼 끈끈한 점액으로 덮고 있고, 참나무류는 껍질이 매끈하며 단단하다. 겨울눈을 씹어보았다. 쌉싸름하다. 나무가..

남한산성 나무 겨울눈 1

남한산성 나무 겨울눈 1 겨울눈은 꽃과 잎이 세상으로 나오는 문 남한산성 (경기도 광주. 2020.2.13-2.14) 한겨울이 지나고 기온이 따스해지면 겨울눈이 보인다. 풀에는 겨울눈이 없고 나무는 겨울눈이 있다. 나무는 꽃과 열매로 무슨 나무인지 알아낼 수 있는데, 겨울에 잎과 열매가 다 떨어지고 나면 나무를 알 수 있는 귀중한 단서가 겨울눈이다. 겨울눈은 가지 끝이나, 가지 옆, 줄기나 잎 사이에 있다. 겨울눈은 보송보송한 털로 싸여 있거나, 끈끈한 점액으로 덮여 있거나, 매끄러운 껍질에 싸여 있다. 나무들은 한눈에 꽃눈과 잎눈이 같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어떤 것은 그 눈이 따로 있다. 딱총나무는 겨울눈이 같이 있고, 생강나무나 산수유는 그 눈이 따로 있다. 생강나무 잎눈은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

은행나무 심은 뜻

은행나무 심은 뜻 - 문묘, 볼음도, 용문사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열매 속에 씨앗이 은백색이고, 겉모양이 살구와 비슷하여 은빛 살구란 의미로 은행(銀杏)이라 하였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세 나라에만 있는 나무다. 1억 5천만 년 전에 터 잡은 나무라서 화석 나무라 부른다.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제자를 가르쳐 행단(杏檀)이란 이름이 붙었다. 성균관에 있는 은행나무는 1519년 심었다는 안내판이 있어 600년이 넘은 나무다. 수나무에 달린 유주(乳柱)는 젖가슴에 달린 것처럼 생겼는데, 오래된 고목에만 생기는 현상으로 이곳 유주는 특히 크다. 공자의 학문을 공부하는 유생들이 학문을 닦았던 곳이어서 행단이란 말이 어울리는 나무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볼음도 안머리골에 가면 큰 은행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있다...

창경궁 온실에서 본 남부지방 나무

창경궁 온실에서 본 남부지방 나무 창경궁에서 온실을 연 것은 1909년으로 110년이 지났다. 온실은 크지 않아서 많은 수종을 들여놓지 못하였다. 왕궁의 온실이니 애당초 과욕은 부리지 못했을 것이고, 관상용으로 키우는 역할에 만족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한겨울에 몇 가지 꽃을 보거나, 희귀한 작은 나무들이나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창경궁 온실 ▼ 광나무(물푸레나무과) 윤이 나는 나무라는 뜻인 제주 방언 '꽝낭'을 바탕으로 광나무라 정하였다. 동백나무 잎과 비슷한데, 잎 표면은 햇빛이 비치면 광택이 난다. ▼ 구골나무(물푸레나무과) 열매에 구연산 성분이 있고 뼈 질환에 좋은 약재라서 구골나무라 하였다. 잎은 뾰족 나온 개수가 많고, 톱니 굴곡이 크고, 폭이 좁다. ▼ 구실잣밤나무..

2019년 '올해의 나무' / 오래된 나무

2019년 '올해의 나무' 오래된 나무 씨앗은 어미로부터 떨어져서 세상으로 나온다. 사는 위치는 저마다 다르고, 사는 곳 기온도 저마다 다르다. 어렵게 나무로 터를 잡아 홀로 살아간다. 나무는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꽃을 세상에 전하였다. 후손은 그 선한 결실이다. 나무는 겨울을 나려 잎을 벗고, 수피로 몸을 감싸서 혹독한 추위를 견딘다. 살면서 몸은 생채기가 나서 피부는 거칠어지고, 꺾이고, 퇴색이 된다. 나무는 그렇게 세월이 쌓인다. 줄기에 저승꽃이 피고 쓰러져 생명을 다 하지만, 쓰러진 나무는 세월에 분해되면서 다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 느티나무 / 창경궁 (서울 종로. 2019.6.28). 300살이 넘은 나무다 회화나무 / 창경궁 (서울 종로. 2019.6.28). 사도세자의 비극을 본 나무 ..

명자나무 / 아가씨 바람난다는 나무

명자나무 아가씨 바람난다는 나무 과명 : 장미과 개화 : 4~5월. 붉은 꽃 결실 : 9~10월. 황록색 열매 높이 : 1~2m 분포 : 중부 이남. 중국 원산 명자나무는 아가씨 이름을 붙인 나무 이름 같다. 명자꽃은 수수하게 아름다워서 아가씨 꽃이라 부를만하다. 장미꽃과 모과꽃 중간 정도 모양인 명자꽃은 공원이나 동네 화단에서 볼 수 있다. 옛사람들은 이 꽃을 집안에 심으면 아가씨가 바람난다고 하여 심지 못하게 하였는데, 꽃이 어여뻐 마음이 안정되지 못해서 그랬을 것이다. 노처녀를 시집보낼 집안에서는 오히려 심어야 할 것 같다. 노총각은 어떨까. 명자야 명자야, 노총각도 바람이 나지 않을까? 명자는 한자로 명사(榠樝)로 쓰고 명자로 읽는다. 열매가 명사자(榠樝子)인데, 중간 글자를 빼고 명자(榠子)가 ..

쥐똥나무 / 열매가 쥐똥을 닮은 나무

쥐똥나무 열매가 쥐똥을 닮은 나무 과명 : 물푸레나무과 개화 : 5~6월 결실 : 10월 쥐똥나무는 이름만 들어도 눈치를 챌 수 있는 나무이름이다. 쥐똥나무는 열매가 쥐똥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나무가 그 이름을 알아차릴까마는 참으로 얄궂은 이름이다. 심지어 나무 타령에서는 '더럽구나 쥐똥나무'라고 대놓고 말한다. 그렇지만 5월에 피는 하얀 꽃은 장난감 트럼펫처럼 생겨서 앙증맞고 아름답다. 녹색 잎과 가지 사이에서 얼굴을 내미는 꽃은 맑고 깨끗하여 나무 이름을 붙인 사람을 부끄럽게 한다. 제주도에 가면 바닷가에 쥐똥나무처럼 생긴 광나무가 있다. 나무 크기는 좀 더 크지만 꽃이나 열매나 잎이 비슷하다. 다만 광나무가 잎이 짙은 녹색이고 육질이 단단하고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는데 비해서, 쥐똥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