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 833

배꽃 그 하얀 꽃 아래서

배꽃 그 하얀 꽃 아래서 배밭에 배꽃이 가득한 5월 초순이다. 작년에는 배꽃이 필 때 날씨가 추워서 벌이 나오지 않아 수분을 못하여 다들 '금배'라고 불렀다. 예로부터 누룩은 6월 유두에 담그기 좋다고 하는데, 배꽃이 필 무렵에 담은 누룩으로 빚은 술을 이화주(梨花酒)라 하였듯, 배꽃 필 무렵은 따사로워 술을 담그기 시작한 계절이었다. 자두라고도 부르는 '오얏'이 한자로는 이화(李花)이고, 배꽃은 이화(梨花)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마라'는 '오얏'이 바로 성씨 '이(李)'의 '오얏 리'이고, 이화여대에서 '이화'나, 고등학교 때 국어책에 나오는 고려말 이조년이 지은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에서 '이화'는 '배나무 꽃'이다. 헷갈리니 그냥 우리말로 불렀..

우산나물과 삿갓나물

우산나물과 삿갓나물 나물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기는 곡우 때(4월 20일)로부터 모심기할 때까지 한 달 정도 된다고 한다. 대체로 옛날에 산나물 하던 때가 보릿고개와 겹치고, 지난해에 만들어 놓은 묵나물을 다 먹은 때이기도 하다. 6월이 되면 잎이 뻣뻣해져 먹을 수가 없어서 대개 단오 이후는 산나물을 하지 않게 된다. 우산나물은 생긴 모양새가 우산처럼 생겼다 하여 붙인 이름인데, 땅에서 나올 때는 우산을 접은 모습이고 시간이 지나면 우산을 펼친 모습이 된다.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 전에 숲속 그늘에서 올라 와 쉽게 눈에 띈다. 우산나물은 데쳐서 먹거나 말려서 묵나물로 쓰는 나물이다. 데치면 쌉싸름한 향기가 입속에 퍼지는 맛이다. 우산나물은 국화과이고 삿갓나물은 백합과로 모양이 조금 다르다. 일부 지방에..

수수꽃다리 / 코끝에 스치는 은은한 꽃 향기

수수꽃다리 코끝에 스치는 은은한 꽃 향기 수수꽃다리꽃은 코끝에 스치는 향기가 은은하다. 아침이나 밤엔 향기가 더 짙어 발길을 머물게 한다. 영어로는 라일락이고, 프랑스어로는 리라이다. 이름을 붙여 둔 것을 보면 어떤 곳은 라일락, 어떤 곳은 수수꽃다리 수수꽃다리인데 헷갈리게 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래 '베사메 무초'에서 '리라꽃 피는 밤에 /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 다오' 하는 가사가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이 꽃에 비유하여 사랑의 마음을 전하였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수수꽃다리가 있었고, 서양에서 온 라일락이 있는데 전문가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물의 잎, 꽃, 뿌리를 구하여 술을 담그는데 그중에 백화주(百花酒)가 있다. 연중 많은 꽃을 구하여 말렸다가 중..

나리 나리 개나리

나리 나리 개나리 과명 : 물푸레나무과 개화 : 4월 키 : 3m 다른 이름 : 튀밥꽃, 연교, 어리자나무 개나리는 봄에 피어 마을과 도시를 밝게 한다. 봄에 피어나는 대표 꽃이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우리나라 대표 꽃 중 하나이다. 그러나, 개나리는 산에는 드물다. 산에 옮겨 놓으면 살 수는 있겠지만, 자식을 낳고 살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린 나무다. 꽃이고 나무고 후손을 키우는데 모두가 열심이다. 동물이고 식물이고 열성으로 후손을 만든다. 그러나, 개나리는 사람이 꺾어서 심는 것에 익숙하여 열매 맺기를 잊어버린 나무다. 사람도 그러하다. 자식을 굳건하게 키우려면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는 것과 같다. 꽃말이 희망인데, 희망을 얘기하긴 너무 여린 나무요, 과보호 나무가 개나리이다. 개나리 / 서울..

벚꽃 / 구름처럼 와서 꽃비로 지는 꽃

벚나무 구름처럼 와서 꽃비로 지는 꽃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에서 (2011.4.19) 벚꽃은 한 때 일본 국화라 하여 배척한 적이 있었는데, 한라산 왕벚꽃이 일본 벚꽃보다 훨씬 오래되었고,일본 벚나무의 자생지가 우리나라라는 것이 알려지고는 그러한 분위기가 수그러들었다. 아침 운동을 나가다 보면 언제 벚꽃이 피었는지 모르게 꽃차례가 구름처럼 피어 벚나무를 감추는데, 성글어지는 것도 한 순간이다. 벚꽃 구경은 한 주를 미뤘다간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그 순간을 놓칠세라 꽃술을 쳐다보며 감상에 나선다. 벚꽃은 꽃잎을 하나씩 감상하기보다는 멀찌감치 보는 것이 제맛이다. 벗과 잔 놓고 마주 앉아 꽃비를 맞으며 감상한다면 더욱 좋다.

함백산에서 사는 나무

함백산에서 사는 나무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2011.4.3) 겨울나기는 산에서 살아가는 나무에게도 힘든 계절이다. 혹독한 설한풍을 헤치고 살아가는 나무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찬 바람에 꺾일세라 설해목이 될세라 마음 단단히 먹고 산다. 그래도 풍설 끝에 얻은 덕지덕지 투박함은 살아온 날의 위엄이다. 박달나무 피나무 마가목 자작나무 자작나무 피나무 / 겨울에 손등이 터지듯 껍질이 갈라진 모습이 특징이다 소사나무 주목 주목 / 줄기 아래가 텅 비게 파였다 주목 주목 상고대가 아름다운 나무

동고비, 귀여운 요놈들아!

동고비, 귀여운 요놈들아! 예빈산(禮賓山 590m) / 경기도 남양주군 (2011.2.26. 맑음) 팔당역-율리고개-예빈산-견우봉(590)-조개울-팔당역(4시간) 다산이 걷던 산길 예빈산으로 갔다. 고려시대 외국 사신을 접대하던 관아인 예빈시(禮賓寺)에서 나무 벌채권이 있었는데, 예빈시에서 관리하던 산이라 하여 예빈산이라 부른다. 지금은 바로 옆에 견우봉이 있어 예빈산을 직녀봉으로도 부른다. 예빈산에 오르면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붙어 있는 푸른 한강과 하남시가 눈앞에 아름답다. 예빈산 전망바위터에 동고비가 날아와 사람들과 어울렸다. 박새·곤줄박이·동고비는 모두 참새목 박새과 새들로 우리나라 산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텃새이다. 박새가 회색 깃털, 검은 머리에 흰색 뺨을 하고 있고 배는 회색빛을 살짝 ..

소나무야 소나무야 8

소나무야 소나무야 8 2009-2010년에 만난 소나무 소나무 학명 Pinus는 '산에 사는' 또는 '송진이 많이 나오는 나무'란 뜻이다. 소나무에 솔방울은 2개씩 매달려 있는데 각도가 45도 정도 된다.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소나무의 지혜다. - 책「나무와 숲」(남효창지음 · 계명사) 에서 - 소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신선한 공기이다. 한 사람이 하루동안 소모하는 산소량은 30년생 소나무 5그루가 하루에 만들어내는 산소량과 같다는 통계가 있다. - 책「생태기행 3 권 (김재일지음 · 당대)에서 - 소나무 / 청평산 (춘천. 2009.11.1) 소나무 / 청평산 (춘천 2009.11.17) 소나무 / 청평산 (춘천 2009.11.17) 소나무 / 설악산 (울산바위 부근 2010.2...

담쟁이가 사는 법

담쟁이가 사는 법 사람은 사람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식물은 식물대로 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식물이 무슨 살아가는 방법이 있는냐고 할런지 모르지만 사는 방법을 알고나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이한 냄새를 피우는 생강나무나 오동나무나 누리장나무는 벌레를 물리치려는 것이고, 단풍나무가 한겨울에도 끝까지 잎을 떨꾸지 않는 것은 어린 눈을 지키려는 애절한 몸부림이고, 자귀나무가 열매를 딸그락거리며 소리 내는 것은 새들을 유혹하여 자손을 퍼뜨리고 살아가기 위한 눈물겨운 방편이다. 담쟁이는 담을 타는 기술 하나로만 담쟁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 아니다. 땅 바닥에서 올라오는 담쟁이 잎을 보면 세 잎이 올라오는 모습이 앙증맞다. 무엇이 있으면 붙잡고 올라가는 속도도 빠르지만 일단 그 무엇을 붙들고 나면 그 다음엔 잎이..

팥배나무 / 팥처럼 생긴 열매, 배꽃처럼 생긴 꽃

팥배나무 팥처럼 생긴 열매, 배꽃처럼 생긴 꽃 과 이름 : 장미과 분포 : 전국 산지 개화 : 5~6월 흰꽃 결실 : 9~10월 붉은 열매 용도 : 관상수, 기구재 팥배나무는 열매는 팥처럼 작고, 꽃은 배꽃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흰점이 띄엄띄엄 박힌 열매를 씹어 보면 별맛은 없다. 산새들 먹잇감으로나 쓸 만하다. 팥배나무를 몰라보던 사람들도 가을에 푸른 하늘에 알알이 박힌 빨강 열매를 보면 감탄할 수밖에 없다. 오리나무처럼 생긴 잎은 반짝반짝 빛나 윤기가 나는데, 잎맥은 윤곽이 뚜렷하고 간격도 일정하다. 잎 끄트머리는 불규칙한 톱니가 날카롭게 생겼고 잎 가장자리는 비뚝하게 기울어졌다. 줄기는 몸을 부딪히면 튕겨나갈 정도로 단단한데 각종 기구나 건축재료로 쓴다. 산에 흔한 나무라서 비옥하지 않는 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