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 833

오대산에서 사는 할아버지 나무

오대산에서 사는 할아버지 나무 오대산 두로봉-동대산 (강원도 평창 2012.6.6) 오대산엔 할아버지 나무들이 많다. 나무껍질이 딱딱해짐은 늙어가는 과정이다. 이는 사람과 마찬가지이다. 나무 둥지가 갈라지고 속이 비어도 나무는 살아간다. 껍질 안쪽에 순환기능이 있어 자양분을 나누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설적이게도 나무의 생명의 중심부는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에 있는 것이다. 나이 들어 기력이 다해 주저앉음은 생명이 있는 나무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동물에게 안식처을 주고, 먹이를 제공하고, 세상을 맑게 하고 살아온 세월이지만 쓰러짐도 숲을 풍성하게 하는 일이다. 그 자리에 벌레가 자리 잡고, 그 벌레를 따라 새가 찾아 들고, 땅을 기름지게 하고 ……. 아름다운 인연을 그렇게 만들어 간다.

소사나무 / 울퉁불퉁 사는 나무

소사나무 울퉁불퉁 사는 나무 자작나무과 서울에서 가까운 서해안 섬 산행을 하면 소사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강화도 마리산에서 참성단 옆에서 지키고 있는 나무가 소사나무며, 무의도 호룡곡산, 석모도 해명산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나무가 소사나무이다. 비뚤게 자라서 바로 서 있는 법이 없으며, 회갈색 줄기는 메말라 보여도 울퉁불퉁 잘도 자란다. 척박하고 소금기가 많은 땅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다. 울퉁불퉁 자라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여 사람들은 분재나무로 쓰는 모양인데, 좀 가혹한 생각이 든다. 어렵게 사는 나무를 또 어렵게 만드니 말이다. 소사나무 / 석모도 해명산 (2012.4.28) 소사나무(천연기념물) / 강화도 마리산 (2005.12.3)

애기똥풀 / 겉과 속이 다 노란 귀여운 이름풀

애기똥풀 겉과 속이 다 노란 귀여운 이름풀 산이나 들에 가면 봄부터 제일 많이 눈에 띄는 풀꽃이 애기똥풀이며, 날씨가 조금 더워지면 개망초이다. 초봄부터 새순이 나기 시작하여 산을 노랗게 물드는 애기똥풀은 이름만큼 귀엽다. 줄기를 잘라 보면 애기똥 같이 노란 진액이 나온다 하여 애기똥풀이다. 겉과 속이 다 노랗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풀과 나무는 이름이 재미있고 정감이 간다. 서양에서는 이 풀을 제비와 연관 지어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 이 풀의 유액으로 제비 눈을 씻어 주었더니 나았다고 이름을 그리 지었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들에 가다가 애기똥풀을 가르쳐 주었더니 그 이름을 잊어먹지도 않는다. 애기똥은 냄새도 나지 않는다. 오히려 코 끝을 대면 향기가 난다고 얘기하는 것이 억지일까. 양귀비과의 독..

민들레 / 생명의 꽃, 향수의 꽃

민들레 생명의 꽃, 향수의 꽃 소설가 박완서 씨가 러시아에 갔다가 길가에 핀 민들레를 보고, 시인 이해인수녀가 생각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해인의 시집 「민들레의 영토」 발간 30년을 축하해 주기 위한 편지였다. 태초부터 좁은 영토에서 고독의 진주를 캐며 피는 (이해인의 시 「민들레의 영토」에서 인용) 민들레는 추운 지방에서도 잘 크는 여러해살이 풀로,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이요, 들길이나 사람 사는 부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향수가 묻어나는 꽃이다. 민들레는 길가에서 키 낮은 풀과 같이 자라며, 키 큰 풀에는 비집고 들어설 자리가 없다. 천상 민들레의 영토는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다. 원줄기는 없고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갈퀴가 있어 영어이름은 '사자의 이빨'이다. 생긴 모습으로 보면 표현이 거칠..

버드나무 / 봄바람에 한들한들

버드나무 봄바람에 한들한들 봄이 되면 생강나무와 산수유, 개나리, 벚나무가 먼저 꽃을 피우는데, 나무 중에는 봄 입김이 조금만 불어도 초록빛 생기가 움트는 나무가 버드나무이다. 버들강아지가 움트는 갯버들이 있고, 강가나 우물가에서 산들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실가지가 일렁이는 능수버들은 봄의 정취가 묻어난다. 버드나무의 라틴어 속명도 물과 가깝다는 뜻이고, 가늘고 아름다운 여인을 실버들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자로 버들 유(柳)는 나무(木)에 토끼(卯)를 합한 글씨이다. 토끼는 12지로 보면 2월이어서 음력 2월에 움트는 나무가 버드나무인 것이다. 버드나무도 종류가 많아 버드나무, 수양버들, 능수버들, 왕버들, 갯버들 등 우리나라에 30여 종류가 넘는다. 갯버들이야 작은 키 나무지만, 대부분 버드나무들은 키가..

집을 짓는 딱따구리

집을 짓는 딱따구리 도봉산 원도봉계곡에서 (2012.3.31) 산등성이 바람이 아직은 찬 3월 말. 그래도 어김없이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는 그 역할을 놓치지 않고 노란 꽃망울을 피운다. 가지마다 노란 봄빛이 화사하다.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파며 집 건축이 한창이다. 새타령에서는 딱따구리 울음소리를 '딱 딱으르'라 하였다는데 들어보지는 못하였다. 딱따구리가 애꿎은 나무를 파헤치며 집 짓는 소리가 빈 산을 울린다. 딱따구리는 번식기가 되면 높은 나무에 구멍을 파서 둥지를 마련한다. 집을 지어 비바람 피할 걱정은 없겠지만 나무 부러지면 그 집도 없어진다. 딱따구리 소리는 나무의 죽음을 알리는 소리다. 가장 최근에 죽은 나무에 집을 짓는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멀쩡한 소나무에서 집을 짓고 있다. 시속 20~25..

마가목 / 말의 이빨처럼 힘차게 솟은 나무

마가목 말의 이빨처럼 힘차게 솟은 나무 마가목은 말의 이빨처럼 힘차게 솟아난다 하여 마아목(馬牙木)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이름난 높은 산에 가야 구경할 수 있다. 군자산,설악산,함백산,성인봉에서 볼 수 있었다. 톱니가 있는 잎은 가지런하여 끄트머리가 뾰족하다. 적갈색 껍질은 반질반질하고, 연노란 빛 꽃과 빨간 열매는 앙중맞다. 건강에 좋다면 사람들에 의해 남아나는 게 없는데, 껍질은 벗겨지고,열매는 술 담그느라 정말 남아나지 못한다. 나무 도움을 받는 만큼 나무를 아낄 줄도 알아야 한다. 마가목 / 군자산 (2007.8.16) 마가목 / 설악산 (2005.8.28) 마가목 / 설악산 (2011.5.30) 마가목 / 함백산 (2011.4.3)

박각시 / 공중 부양 흡입술을 가진 나비

박각시 공중 부양 흡입술을 가진 나비 박각시는 나비의 한 종류다. 낮에 다니는 박각시가 있고, 밤에 다니는 박각시하늘나방이 있다. 박은 밤에 꽃이 피는데 박각시가 찾아와서 주둥이를 쭉 내밀고 입맞춤을 한다. 신랑으로 삼은 박을 찾아온 각시라서 박각시이다. 낮에 꽃으로 다가온 박각시는 꽃에 앉지는 않고 공중에서 빨대처럼 구부러진 긴 주둥이를 꽃술에 잠깐잠깐 집어넣고 꿀을 빨아들인다. 마치 공중 주유하는 비행기같다. 앉지는 않고 쉴 새 없이 날개를 파닥이니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그렇게 움직이니 사진 모델로는 어울리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오늘 꽃밭 주인공은 검정꼬리박각시이다. 박각시 / 안동시 풍천면 가일마을 (2011.10.1)

벌이 안 보인다.

벌이 안 보인다 요즈음 벌이 안 보인다. 꽃은 있는데 벌이 없다. 논에 나가도 메뚜기 보기도 어려워졌다. 어릴 때 우리 집 꽃밭에는 꽃이 많았고 더불어 벌도 많이 왔다. 채송화나 국화 등에 벌이 많이 모였다. 벌이 흰색이나 노란색 등 밝은 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야외에 나가도 벌이 없다. 도대체 벌이 어디 갔을까? 기본적으로 일벌은 6주를 산다는데,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벌이 나오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화학약품과 스트레스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요즈음 얼마나 많은 농약을 치는가. 농약에 의한 피해도 있고 양봉업자들이 트럭에 싣고 다니는 벌은 엄청난 스트레스도 받거니와 항생제를 놓아서 면역 결핍까지 생긴다고 한다. 식물이 열매를 맺는데 필수 불가결한 것이 가루받이인데 위기가 다가..

나비야 나비야

나비야 나비야 '나비야 청산 가자'는 옛시조가 있다.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시조에 등장하는 나비는 사랑 나비다. 나풀나풀 이리저리 나는 나비는 금실이 좋아 꽃향기 실컷 맡으며 춤추며 다니는 나비이다. 춤추며 다니면 좋은 일이고 말고다. 추석 아침 산소 가는 길에 물방울 비가 뿌리더니 나비 몇 마리가 팔랑팔랑 이리저리 다녔다. 나비가 나오면 날씨가 좋아질 징조이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나비로 환생하는 얘기가 있는데 산소 가는 길에 나타난 나비가 그러해 보였다. 비가 그치고 예상대로 하늘이 맑아졌다. 나비는 들길을 건너 멀리 날아 갔다. (2011.9.12. 산소 가는 길에) 배추흰나비 / 남한산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