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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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기술

비움의 기술 - 박재희(한국예술 종합학교 교수) 1. 虛心實腹(허심실복) 마음을 비울수록 속은 넓어진다. 무게 중심을 머리에서 배로 낮춰야 속이 편하다. 마음을 비우고 배를 채워라. 2. 弱志强骨(약지강골) 집착을 줄이고 뼈를 강하게 하라 의지가 칼끝 같이 강해지면 마음에 상처가 된다. 3. 塞兌閉門(색태폐문) 감각기관을 닫고 정신활동을 정지하라. 욕망을 줄이고 지나친 정신활동을 중지하라는 뜻이다. 생각을 단순하게 하여 복잡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4. 挫태(金+兌)解紛(좌태 해분) 날카로움을 꺾고 복잡함을 풀어라 날카로움을 꺾고 복잡한 일상에서 단순함의 세계로 탈출하라는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있다면 그 생각을 버려라. 5. 和光同塵(화광동진) 빛나는 광채를 누그러뜨리고 세속의 눈높이에 맞춰라...

북한산 / 첫눈 내려 아름다운 산빛

첫눈 내려 아름다운 산빛 북한산 서울, 양주 (2007.12.9) 진관사-진관능선-향로봉-비봉-금선사-이북5도청(2시간 50분) 북한산을 삼각산이라 하는데, 三角山의 角은 '부리'이고, 부리는 봉우리를 뜻한다. 삼각산은 '세 부리산'이요, '세 봉우리산'이다. 오늘은 북한산을 멀리서 볼 수 있는 진관사 앞 능선으로 올라 향로봉 비봉으로 돌아 긴 타원을 그렸다. 기실 세 봉우리는 양주 쪽에서 거리를 두고 보면 그 모양새가 더 뚜렷하다. 향로봉은 초겨울 첫눈이 북사면에 남아 산빛을 아름답게 하였다. 오래전 향로봉 바위 건너뛰기가 까탈스러워 이곳을 멀리 하였는데 돌아가는 길로 산 오르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산길은 다 파이고 어려운 길로 오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샛길이 생기고 호젓함이 줄어들어 북한산..

고달사터 / 빈터 천년에도 당당한 위엄

고달사터 빈터 천년에도 당당한 위엄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2007.12.8) 도의 경지를 통달한다는 고달사(高達寺)는 사방 30리나 되는 사찰이었다. 터는 논밭으로 변하고 석물은 흩어졌지만 그 면모를 짐작할 수 있고, 향불이 꺼져 천년이 흘러도 뛰어난 문화재가 있어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크고 잘 생긴 석불 대좌에서 존재하지 않는 불상의 크기를 짐작하고, 울퉁불퉁 부도비의 귀부(龜趺)와 이수(이首)에서 늠름한 기상을 엿본다. 거북은 눈이 부리부리하고 땅을 박찰 듯 발끝이 억세며, 이무기는 하늘을 휘감듯 몸을 꿈틀거린다. 산 중턱엔 나라에서 제일 큰 부도가 앞을 막고 서 있는데 빈터를 천년이나 지키고 있는 당당한 위엄에 또 압도당한다. 고달사터 고달사터 발굴 현장 석불 대좌(보물 8호) 원종대사 부도..

신륵사 / 여강이 흐르는 품격있는 절집

유유한 여강이 흐르는 품격있는 절집 여주 신륵사 / 여주군 북내면 천송리 (2007.12.8) 나옹선사가 양주 회암사에서 밀양땅으로 가다가 잠시 머물던 신륵사에서 그만 입적하였고, 대모산에 있던 세종릉이 이곳 여주에 오면서 이 곳을 왕실 원찰로 삼아 절집 살림이 커졌다. 신력(神力)으로 다스릴(勒:륵) ..

제천 진소천 풍경 / 영화 '박하사탕'촬영지

제천 진소천 풍경 영화 '박하사탕' 촬영지 충북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 (2007.12.1) 제천 봉양에서 충주로 가자면 '울고 넘는 박달재'로 잘 알려진 박달재가 있다. 경상도 선비 박달이 과거길 하룻밤 묵은 집에서 금봉이를 만나 정분이 생겼는데, 과거에 낙방하고 늦게야 돌아와 보니 금봉이는 기다림에 애태우다 죽어 박달도 따라 죽었다는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애닯은 얘기다. 그래서 애련리인가? 박달재를 넘으면 백운면이고, 면 입구에서 도로 밑 왼편으로 난 굴다리를 따라 애련리 쪽으로 10여분 들어가면 진소마을이다. 교회당을 지나 큰 느티나무를 돌아 내려서면 진소천이 느릿느릿 흐르고 있다. 냇물을 가로지른 진소천 철교엔 이따끔 충북선 열차가 철거덕철거덕 지나간다. 레일 위로 바퀴 구르는 소리를 내며 기적소리..

안성 미륵불 / 소박한 백성의 꿈이 있는 곳

안성 미륵불 소박한 백성의 꿈이 있는 곳 미륵당의 태평 미륵-기솔리 쌍 미륵과 궁예 미륵-아양동 미륵 경기도 안성 일원 (2007.11.24) 안성지역 미륵불을 찾아 길을 나섰다.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서 허생이 장보기를 나선 곳이 안성이요, 홍명희가 지은 임꺽정의 무대가 안성이요, 남사당과 장길산의 무대가 안성이다. 이곳은 이상 세계를 기다리는 소박한 백성의 숨결이 있는 곳이다. 미륵불은 미래의 부처다. 지금은 하늘나라 도솔천에서 중생의 구제를 바라며 기도하는 보살이지만, 미래에 부처가 되어 이 땅에 내려와 석가모니가 못다 구제한 중생들을 구제하는 부처가 미륵불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어려운 백성들을 구제하고자 스스로 자처한 미륵도 있었고, 좋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며 백성들이 만든 미륵도 있었다. 그만..

칠장사 /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절집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절집 칠장사(七長寺) / 안성군 이죽면 칠장리 (2007.11.24) 고려 때 해소국사가 일곱 도적을 제도하여 도를 닦게 했다 하여 칠장사라 한다. 벽초 홍명희가 임꺽정의 스승 갖바치를 은둔시킨 곳이라고도 한다. 그 만큼 역사가 있는 절이요 고색 창연하다. 절 오르기 전 철당간..

봉업사터 / 고려태조 진영을 모셨던 절터

봉업사터 고려 태조 진영을 모셨던 절터 안성군 이죽면 죽산리 (2007.11.24) 중부고속도로 일죽 IC를 빠져나와 안성으로 가는 길 2.2㎞ 지점에 봉업사터가 있다. 주변이 논밭이고 축사여서 절터인 것을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석물이 흩어져 있어서 절터인 것을 금방 알 수가 있었다. 창건과 폐사의 기록은 없지만 고려 태조의 진영을 모신 절이었다고 한다. 소박하면서도 검푸른 이끼 낀 당간지주가 앞에서 자리하고 있고, 석탑과 석불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어서 넓은 가람의 배치를 일러주고 있다. 당간지주 뒷편 5층 석탑은 우묵하게 우뚝 솟아 위용이 있다. 조성 시기로 보아 고려 중기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을에 들어서서 낮은 구릉을 돌아 오른편으로 넘어가면 소박한 삼층석탑이 있고 그 뒤로 세월의 풍파로 마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