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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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꽃술을 마시며

진달래 꽃술을 마시며               4월 초 산에 오르면 온산이 진달래로 불붙는다.두견새가 피를 토하여 핀 꽃이 진달래라 하는데,한겨울 눈보라를 견딘 정숙하고 화사한 봄처녀이며,맑은 분홍 물빛이 뚝뚝 묻어나는 봄의 화신이다.  어릴 때 삼월 삼짇날 어른들 따라 화전놀이 가서 진달래 화전을 부쳐 먹은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하며,친구들과 산에 올라서 진달래 꽃잎을 술잔에 띄워 마셨다.아름다운 봄빛이 내 몸 안으로 쑥 들어왔다.                                    - 2008.4.13. 삼성산에서 -                          진달래 / 북한산 우이동길                                          진달래 / 북한산 비봉

바리깡 / 추억의 바리깡

바리깡 추억의 바리깡 이발기계인 바리깡(Bariquant)은 프랑스어이자 제조회사 이름이기도 하다. 얼핏 들으면 바리깡이 일본말로 오해하기 쉬운데, 우리말에 섞여 있어서 국적을 찾기가 어려운 말들이 꽤 있다. 빵과 덴뿌라(튀김)가 포루투갈어에서 왔듯이 말이다. 빡빡머리를 하고 다녔던 중고등학생 때 바리깡은 생활과 밀접하였다. 중학교 때 외가에 갔을 때, 큰외삼촌이 머리를 깎아준다 하여 머리를 내밀었다. 나무 손잡이로 된 골동품 바리깡으로 내 머리를 깎다가 기름을 덜 먹였는지 머리 꼭대기만 조금 남았을 때 바리깡이 머리카락을 물어뜯기만 하고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아파서 눈물이 날 정도라 더 이상 안 깎겠다고 버텼더니 거울을 보여주었다. 정말 조금 남은 머리카락 모습이 가관이었다. 할 수 없이 다..

북한산 / 인수봉을 오르는 사람들

인수봉을 오르는 사람들 북한산 인수봉 고양 ,서울 (2008.4.9) 밤골-사기막골-숨은벽능선-인수봉-인수산장-하루재-우이동(4시간반) 오늘 북한산숨은벽 하늘길은 바람길이다. 그래도 바윗꾼들은 인수봉 바윗길을 오른다. 늘 열려있는 하늘인데 오늘도 오른다. 오늘도 신령님 세상을 엿보고 싶은 모양이다. 숨은벽능선-인수봉 사잇길에서 인수봉 북사면을 오르는 바윗꾼 인수봉 남사면을 오르는 바윗꾼 인수봉 / 하루재에서

삼신산 / 청학동과 쌍계사가 있는 산

청학동과 쌍계사가 있는 산 삼신산(三神山. 1354.7m) 경남 하동군 화개면 (2008.4.5) 원묵계-정골-외삼신봉(1280)-삼신봉(1284)-삼신산(1354.7)-쇠통바위-상불재- 불일계곡-불일폭포-쌍계사-쌍계교(5시간 반) 물소리를 엮어 대숲에서 새들이 노래하고 매화향이 바람에 스치는 지리산 봄이다. 고로쇠나무는 옆구리에 수액을 한 봉지씩 차고 바람이 조릿대 사이에서 졸고 있어 봄볕이 덥다. 봄볕 탓인가, 세세년년 산행 걸음걸이가 다르다. 산꾼들은 걸음걸이에서 세월을 읽는다. 청학동을 감싸며 삼신산 능선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멀리 성삼재 노고단 반야봉에서 영신봉 천왕봉까지 지리산 장대능선이 길게 뻗어 움틀 움틀 한다. 지눌선사가 도를 닦았다는 불일폭포는 하늘에서 내리꽂고 고은 최치원이 학을 ..

국망봉은 아직도 겨울 입니다

개이빨산(1120), 민드기봉(1023), 강씨봉(830) 국망봉은 아직도 겨울 입니다 경기도 포천 (2008.3.30) 이동-등산표지판-국망봉능선-개이빨산-민드기봉-도성고개-강씨봉-무리울-일동(10시간 45분) 산으로 봄을 맞으러 나섰는데 국망봉은 아직도 겨울이다. 산 아래는 어제 비 왔는데 산정은 눈 쌓여 등산화 등을 덮을 정도이다. 산 아래와 위가 이렇게 다르다. 그러니 天下의 군상들이 天上의 일을 어찌 알겠는가. 이른 봄 비 올 때 산에 오르면 상고대나 눈꽃 장관을 보는 경우는 있지만 그걸 잊고 올랐다간 추위에 떨기 십상이다. 개이빨산 용맹스러운 모습에 나뭇가지 눈떨기는 더욱 찼지만 민드기봉 강씨봉을 넘어서자 비로소 봄이 오고 있었다. 해는 저무는데 생강나무 향기가 발길을 잡는다. 코끝을 생강나무..

택호(宅號)를 지어 불러라

택호(宅號)를 지어 불러라 어머니가 재작년 고향에 가셨다가 타성 사람들이 쉰이 넘은 당신 아들 이름을 마구 부르는데 언짢으셨는지, 설에 오시더니 전부 택호를 지어 알리고 그리 부르라고 부탁하라며 종방들에게 시켰다. 예로부터 자(字), 호(號), 택호(宅號)를 불러 어른 대접을 하였는데, 나이 먹은 아들이 대접 못받는 것이 못마땅 하셨던 것이었다. 관례(冠禮)를 치루면 본이름 외에 자(字)를 만들어 불렀는데,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르거나 동년배가 서로를 부를 때 쓴 이름인 것이다. 호(號)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부를 때 쓰는 이름이니, 우리가 퇴계,다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결코 무례가 되지 않는다. 문인,화가,학자들은 고상하다는 의미로 아호(雅號)라고 부르기도 한다. 족보에 보면 나는 자(字)가 경대(景大)..

사패산 봄맞이

사패산(賜牌山 552m) 생강나무는 봄바람을 만들어내는 봄빛 나무 의정부시 회룡동 (2008.3.22) 회룡역-범골능선-사패산-사패능선-망월사-망월사역(4시간 반) 집 나서는데 앞집 총각이 어느 산에 가느냐고 묻는다. 가는 행선지를 이르니 사패산은 어디 있는지 모른다며 겸연쩍게 웃는다. 그 겸연쩍은 웃음이 좋다. 봄은 노란빛으로 시작한다. 산수유, 개나리가 그러하고 생강나무가 그러하다. 서둘러 나온 생강나무가 노란 꽃망울로 봄을 맞는다. 동네 총각처럼 신선한 봄빛 웃음을 선사한다. 사시장철 임 그리워 못살겠다는 정선아리랑의 처녀 총각도 싸리골 올동박 주우러 간다는 핑계로 만난다. 그 올동박이 생강나무다. 생강나무는 봄바람을 만들어 내는 봄빛 나무다. ※가는 방법 : 1호선 의정부행 열차를 타고 회룡역 3..

호박에 대한 단상

호박에 대한 단상 호박 정약용 호박으로 죽을 쑤어 근근이 때웠는데 어린 호박 다 따먹고 늦게 핀 꽃 지지 않아 호박 아직 안 맺으니 이 일을 어찌 하랴 詩로 보아 茶山도 호박에 대한 깊은 연민이 있었던 모양이다. 넉넉치 못한 백성에 대한 깊은 사랑의 표현일 수도 있다. 어릴 때 뒷마당 터밭과 이어진 산에 구덩이를 깊게 파고 거름 한번 넣고 호박씨를 군데군데 되는대로 심어놔도 강하고 모질어서 덤벙범벙 잘 자란다. 우리 식구에겐 호박에 대한 깊은 사연이 있다. 아버지의 월급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때가 있어서 양식 걱정이 현실로 되었다. 그래서 호박범벅이 구황책으로 우리 집 밥상에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밥상에 그리 오랜 기간을 올라온 것은 아니나 그 뒤 호박범벅을 싫어하는 동생이 생겼다. 산후 부기를 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