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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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둔봉 / 부드럽고 둥근 산속에 산

백둔봉(974m) 부드럽고 둥근 산속에 산 가평군 북면 백둔리 (2008.5.11) 백둔리-잣나무숲-전망바위(950)-백둔봉-명지 2봉(1250.2)-명지 3봉(1199)-아재비고개-대골-평반리 버스종점(6시간 반) 백둔봉은 가평 큰 산들 속에 자리 잡은 부드럽고 둥근 산이다. 가평천이 있는 백둔교에서 방향을 틀어 이십여 리 백둔계곡 끄트머리로 갔다. 며느리주머니꽃(금낭화)이 초입에서 늘어서서 산꾼을 맞았다. 들머리를 찾지 못하여 방향만 잡고 산을 치고 올라갔다. 길 없는 길을 미끄러지며 올라선 능선이 편안하다. 속 세상을 벗어나면 모두 이런 편안함이 있을까? 어린 새싹들이 땅을 내밀고 올라와서 발 딛기가 조심스럽다.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난 여인'(얼레지꽃의 꽃말)이 붙잡고, 산정에 서면 끝없는 능선이..

금낭화 / 며느리주머니

금낭화 며느리주머니 과명 : 양귀비과 속명 : 며느리주머니, 며늘취 분포지 : 남부, 중부지방 개화 4-6월, 결실 6월 용도 : 식용, 관상용, 약용 여러해살이풀 꽃말 :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봄날 깊은 산에 들어가면 꽃대롱 종종종 금낭화를 만날 수 있다. 사랑의 표시등처럼 심장 모양 꽃 모양이 대롱대롱 귀엽다. 며느리주머니란 귀여운 이름을 얻었는데, 며느리 치마 속에 매달고 다니던 주머니와 닮아 그렇게 불렀던 모양이다. 노인들은 금낭화를 며늘취라고도 부르는데, 독성이 있어 함부로 먹을 수는 없지만 봄에 어린 눈은 물에 담갔다가 독성을 빼고 먹을 수 있다. 금낭화도 그렇지만 봄산에 올라보면 양귀비과 친척들이 많다. 애기똥풀, 매미꽃, 피나물, 금영화도 양귀비과 봄꽃이고, 모양은 다르지만 현호색, 괴불주머..

상장봉 신록성찬

상장봉 신록성찬 북한산 상장봉 고양,서울 (2008.5.5) 솔고개-상장봉-구봉-육모정고개-영봉-하루재-우이동(4시간반) 내 좋아하는 산자리에서 신록성찬을 즐긴다. 눈 앞에 펼쳐진 산자락은 황홀하고 초록 산빛이 부드럽게 가슴으로 다가온다. 한 줄기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면 가슴도 맑은 하늘처럼 같이 푸르다. 상장봉 상장능선 상장능선 오봉 / 상장능선에서 영봉 만경대 인수봉 백운대(좌로 부터) / 상장능선에서 상장능선 / 영봉을 오르며

아버지

※ 어느 일간 신문에 기고한 글을 감명 깊게 읽은 분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아버지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아버지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 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 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 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

화야산 들꽃

화야산 들꽃 화야산(禾也山. 754.9m) 가평군 외서면 삼회리 (2008.5.1) 삼회리-큰골-운곡암-안부-화야산-안부-안골고개-큰골-삼회리(5시간) 화야산 큰골 지나면 들꽃이 가득하여 산빛이 밝아진다. 애기똥풀 조팝나무 병꽃 둥굴레꽃 제비붓꽃 노랑제비꽃 금붓꽃 봄맞이꽃 현호색 제비꽃 홀아비꽃대 ‥ 큰골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곳곳이 피나물인데, 숲 속 양귀비인 피나물꽃은 고운만큼 독이 있다. 미나리아재비과 백작약도 외따로 피었다. 이 놈도 역시 이쁜 만큼 유독하다. 모름지기 이쁜 것들은 조심하여야 할 일이다.

북한산 / 산빛이 초록으로 물들었다

북한산이 초록으로 물들었다 북한산 문수봉(715.7m) 서울 (2008.4.27) 북한산초등학교-중성문-부왕사지-부왕동암문-삼천사계곡-나한봉-청수동암문-문수봉-대남문-구기동탐방관리소-이북5도청(5시간반) 지난 주 절정이었던 진달래가 지고 산꽃이 철쭉으로 바뀌고 있었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질 때를 아는 까닭이다. 북한산 산빛이 초록으로 물들었다. 산빛이 고운 계절 산내음이 풋풋한 계절 부왕사지 오르는 길은 산빛이 늘 고운 길인데 이번에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원효봉,만경대,노적봉(좌로부터) / 북한산성 입구에서 부왕동암문 가는 길 부왕동암문 가는 길 부왕사지 부왕사지 나한봉에서 문수봉 가는 길 대남문 부근 / 남장대에서 문수사 가는 길 / 대남문에서

아버지의 기다림

아버지의 기다림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인 초여름 마루에서 식구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아버지께서 자전거에 두루말이를 매달고 집으로 들어오셨다. 우리 더러 식사를 마저 하라며 뒷마루 문을 열어놓고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셨다. 저녁상을 치우고 나니 모두 옷을 입고 마루로 나와 상을 준비하고 돗자리를 펴게하셨다. 모두 북쪽을 향해 서라며 그제야 상에 올린 두루말이를 폈다. 삼베였다. 오늘 너희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어른이 계신 서울을 향해 절을 하라는 말씀을 채 마치지 못하고 당신이 먼저 목이 매었다. 어머니도 우시며 곡을 하시고, 우리도 눈물을 찔끔거리고 따라서 절을 하였다. 식구들이 저녁을 마치도록 하여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그 기다림이 아버지에게는 늘 있었다. 화가 나는 일이 있든 어떤 일..

도일봉 / 산길 거칠고 계곡 깊은 산

도일봉(道一峰. 864m) 산길 거칠고 계곡 깊은 산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중원리 (2008.3.20) 입산통제소-중원계곡-초지-안부-도일봉-먹뱅이골-합수곡-중원계곡-입산통제소(6시간) 도일봉은 무림고수들이 도를 닦을만한 이름을 지녔다. 산이야 말로 마음을 놓을 공간이요, 마음을 닦을 터이다. 중원계곡 들어서면 산길이 예사롭지 않다. 산길은 거칠고 계곡은 깊어 가히 도를 닦을만한 곳이다. 한동안 길을 찾지 못해 같이 간 사람들을 힘들게 하였다. 길 걷는 것도 도를 이루는 것처럼 집중이 필요하고, 도는 호흡지간에 있다 하였는데, 산길 찾기가 그러하다. 뒤에 오는 자를 위해 눈길을 함부로 가지 말라는 어느 님의 말씀을 다시 마음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