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산 넘고 산 614

북한산 비봉 / 새로 만든 진흥왕순수비를 찾아

북한산 비봉(560m)새로 만든 진흥왕순수비를 찾아 진관사-향로봉-비봉-사모바위-청수동암문-대남문-대성문-영추사-정릉매표소(3시간35분) (2006.10.22)    옛날 옛날 비류와 온조가  부아악에 올라가 살만한 지형을 살폈다. 그리고 수백 년 뒤 신라가 이 땅을 차지하고 비를 세웠다.그 무거운 바윗돌을 어찌 올렸으며, 백성의 고통은 어떠하였을까. 비 내려 사방이 보이지 않아도 좋다. 후드득 후드득 빗방울이 나뭇잎을 때리는 소리가 좋다. 묵집에 들러 막걸리 한잔으로 오랜만에 내린 비를 기뻐하였다.                                                           진관계곡 오르는 길       진관계곡 치마바위 부근                백운대 , 의상능선, ..

오서산 / 서해의 등대

오서산(烏棲山. 791m) 서해의 등대산 충남 홍성군 광천읍, 보령군 청소면 (2006.10.21) 상담-정암사-오서정-정상-오서정-중담능선-상담(4시간 반) 오대산에서 시작한 금북정맥이 서해로 내달리다 마지막 솟은 산이 오서산이다. 그래서 서해의 등대라 부른다. 오서산 산행 백미는 주능선 억새밭이다. 부드럽고 하늘거리는 억새야말로 가을 맛을 느끼는 산속 흥취다 까마귀 오(烏) 머무를 서(棲). 까마귀가 머무른다는 산이름. 까마귀는 어미를 끔찍이 여기는 동물이다. 이 가뭄에 정암사에서는 물을 받았다가 목마른 사람에게 주고 아름다운 시 한 수를 걸어두는 여유가 있었다. 사람에 대한 정을 흠뻑 주는 산이다.

명성산 / 망국에 목놓아 울어 울음산

명성산(鳴聲山. 923m) 망국에 목 놓아 울어 울음산 포천 영북,철원 갈말 (2006.10.7) 산정호수-등룡폭포-억새밭-삼각봉-명성산-신안고개-산정호수(5시간35분) 한 마리 소가 드러누운 와우형 산이 명성산이요, 신라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목 놓아 울었고 태봉을 잃은 궁예가 목 놓아 울었다는 울음산이 명성산이다. 그 옛날 태자가 망국에 목 놓아 온 산을 울렸다면 지금은 군 훈련 포소리가 산을 울린다. 산허리 억새밭은 하늘하늘 가을 볕에 아름답지만 포격장 흙탕물로 폭포 밑은 뿌연 물웅덩이고 산길은 가물어 흙먼지로 푸석푸석하다. 소가 물을 먹듯 이 호수물을 실컷 들이켜 온 산을 적시고 이 산하를 풍요롭게 하라. 명성산 억새밭 억새꽃밭 명성산 팔각정 부근 억새밭 억새꽃밭 등룡폭포 팔각정~삼각봉 능선길 ..

설악산 화채능선 / 설악산 절경산수

설악산⑪ 설악산 절경산수 설악산 화채봉(1320m) (2006.10.3) 설악동-화채능선-화채봉-만경대-양폭산장-천불동-설악동(7시간 10분) 설악산 절경산수를 구경하러 화채능선으로 갔다. 오르는 길이 좁아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 뒤를 계속 따라갔다. 한 시간 남짓 되었을 때 할아버지가 뒤돌아보며 말을 걸었다. '아니 기권 안하시요' 내가 '기권이 뭡니까?' 라고 대꾸하니 '아니 나가 떨어지는 것이 기권이지' 라며 웃었다. 나는 씩 웃고 계속 따라갔다. 다시 한 시간 가량 더 되었을 때 이번엔 내가 얘기했다. '아니 기권 안하십니까?' 할아버지가 싱긋 웃고 나서 길을 비켜 주었다. 철거덕거리는 할아버지 지팡이 소리가 계속 멀어졌다. 천 길 낭떠러지 만경대에서 절경산수를 조망하였다. 권금성,울산바위,대청봉,..

백화산 / 숲속 정원을 걷는 가을 산길

백화산(白華山. 1063.5m) / 숲속 정원을 걷는 가을 산길 괴산 연풍,문경 (2006.9.30) 이화령(548)-조봉-황학산(915)-백화산-뇌정산(991.4)-가은 상괴리 (7시간 15분) 이화령은 옛날 이우리고개라 하였는데, 1925년 신작로가 열리면서 이화령이란 이름으로 부른다. 이화령에서 조봉 쪽으로 조금만 올라서면 백화산 까지는 오솔길이요 숲속 정원이다.누가 이 길을 백두대간 길이라 하겠는가.가뿐 호흡 없이 황학산까지 내달을 수 있다.주섬주섬 길가에 알밤도 주을 수 있다. 날씨가 선선하다. 풀벌레 울음소리가 나고 산빛이 가을빛으로 많이 바뀌었다. 산 겨울 이부자리가 한 잎씩 쌓여간다.황학산 건너편 부봉과 주흘산이 뚜렸하고, 백화산까지 오르는 아래 쪽 멀리 문경벌은 황금빛이다. 백화산에서 뇌..

공룡능선에 올라

공룡능선에 올라 설악산 공룡능선 (2006.9.24) 희운각-무너미고개-신선봉-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설악동(9시간 40분) 어젯밤 별 구경하던 무너미고개를 지나 신선봉에 올랐다. 날씨가 좋아 공룡능선 끝자락 마등령까지 뚜렷하다. 이런 아름다운 산경을 친구와 같이 걷다니 복 받은 것이다. 공룡은 오르내리락 하는 일이 많고 길다. 우리가 공룡능선을 찾는 이유는 그 길이 어렵다는 점이요, 멋있다는 점이다. 산에 다니는 것도 세상 일과 같아서 올라가는 길이 있으면 내려가는 길도 있을 것이고, 올라가는 일이 힘들면 내려가는 일도 힘들다는 것이다. 걷고 걷다 보면 알 수 있을 것이요, 가고 가다 보면 끝자락에 이르기 마련이다.

대청봉에서

설악산⑨ 대청봉에서 설악산 대청봉(1708m) (2009.9.23) 오색-설악폭포-대청봉-소청봉-희운각(7시간 20분)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내린 한계령 삼거리는 샛별이 초롱초롱하였다. 찬 기운이 선듯하여 머무는 옷차림을 너무 가벼이 한 것 같다. 수해로 폐허가 된 한계령 길이 아직 뚫리지 않아 설악산을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돌아 오색으로 갔다. 정상은 단풍으로 화려하고, 내일 갈 공룡도 자태가 화려하다. 용아장성 굽어보며 소청봉에서 조심스레 하산하였다. 희운각대피소 철다리는 이번 수해에 흔적도 없다. 저녁 공기가 으슬하여 옷을 주섬주섬 껴 입었다. 저녁을 일찍 해 먹고 별 구경하러 무너미고개로 갔다. 신선봉 위에 북두칠성과 카시오피아가 만나는 곳 북극성이 뚜렷하다. 다시 온 대피소는 간고등어 포개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