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 828

등대풀과 등대시호 / 등잔걸이처럼 생긴 풀

등대풀과 등대시호 등잔걸이처럼 생긴 풀 산길을 다니며 등잔걸이를 닮은 풀을 보았다. 등대시호와 등잔풀이 그것인데, 강원도 이북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는 등대시호는 정선 두리봉에서 보았고, 경기 이남 들에서 볼 수 있는 등대풀은 보령 장고도에서 보았다. 등잔(燈盞)은 동식물성 기름이나 석유를 연료로 등불을 켜는 그릇이다. 그 등잔에 불이 등잔불이다. 등잔불은 어두움을 밝히는 불이요, 신과 교감을 가지는 불이다. 호롱불은 어두움을 밝히는 것이며, 무덤을 밝히는 장명등(長明燈)은 제사를 지낼 때 켜는 불이다. 등대풀은 대극과의 한두해살이풀로 4~5월에 등잔 모양의 꽃이 핀다. 등대풀은 등잔을 거는 등잔걸이를 닮은 풀이란 뜻으로 등대(등을 거는 대)와 연관시켜 지은 이름이다. 그러나 다른 주장으로는 '등대풀의 ..

4월, 가평 논남기계곡 식물

4월, 가평 논남기계곡 식물경기도 가평군 북면 적목리 (2021.4.15)  4월 중순에 자라는 식물을 보러 가평에 있는 논남기계곡으로 갔다. 논남기계곡은 강씨봉 동쪽에 있는 계곡으로 봄에 피는 들꽃을 보러 숲 동호인들이 찾는 계곡 중 하나이다. 산행을 할 때는 광덕고개에서 출발하여 국망봉을 거쳐 강씨봉으로 내려오거나, 포천 일동에 있는 오뚜기고개로 오르던 산인데, 오늘은 강씨봉휴양림으로 들어갔다. 강씨봉은 이곳을 지나는 한북정맥에서도 깊은 속살의 산이다. 산은 동고서저로 한반도 지형구조와 비슷하다. 강씨봉은 궁예의 후궁인 강(康)씨 성을 가진 연화라는 여인이 궁예의 폭정에 못 이겨 이곳 텃골로 도망 나와 지내다가 생을 마쳐 강씨봉이라 했다는데, 강씨봉과 귀목봉 사이 논남기계곡 위쪽 끄트머리인 텃골에 강..

서울둘레길 나무와 풀 4. 대모산-우면산-관악산(낙성대)

서울둘레길 나무와 풀 4. 대모산-우면산-관악산(낙성대)2021.4.7 (맑음 8.1~20.4℃) 수서역-불국사-양재시민의숲.           이동거리 10.9㎞. 이동시간 4:24, 휴식시간 1:01. 계 5:252021.4.14 (맑음 3.1~13.3℃) 양재시민의숲-대성사-사당-관음사-낙성대           이동거리 12.7㎞. 이동시간 5:01, 휴식시간 0:17. 계 5:18   4월의 숲은 봄바람처럼 변화가 심하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가 하면 새잎이 나와서 산하를 푸르게 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다른 해보다 기온이 더 올라가서 벚꽃이 피고 지는 것도 빨라서 사람들은 계절이 지나가는 것이 순식간임을 알았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3월 삼짇날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쳐 먹는..

3월에 피는 꽃 / 꽃은 봄을 깨우고

꽃은 봄을 깨우고 향곡 꽃은 봄을 깨우고 목을 길쭉 내밀어 저마다 궁리로 피워낸 자랑스러움이다. 언 땅에서도 꿈꾸던 간절한 바람이 이제는 둘도 없는 꽃이 되어 웃는다. 빛나는 햇살을 받아 꽃등불이 되고 하늘을 열어서 봄 풍경이 되었다. 이제는 세상에 그윽한 향기이고 싶고 날마다 보아도 그리운 꽃이고 싶다. 3월에 피는 꽃은 봄을 깨워서 피어낸 꽃이다. 생명에 대한 눈물겨운 열정이요 저마다 빼어난 방법으로 이 세상에 온 것이다. 지나온 시간은 들꽃에겐 야무진 인내로 이룬 첫 결실이다. 온 산하를 덮은 들꽃의 봄 풍경은 그 자체가 경탄이다. 이제 그 열정이 향기로 다가오고 더 큰 결실로 다가올 것이다. 산과 들을 다니며 본 3월의 꽃을 모아보았다. ※ 3월에 핀 꽃 (예봉산, 남한산성, 수리산, 화야산, 올..

서울둘레길 나무와 풀 3. 고덕산-일자산-거여공원

서울둘레길 나무와 풀 3. 고덕산-일자산-거여공원암사역-고덕산-일자산-방이동-성내천-거여공원-장지천-탄천-수서역2021.3.24 (맑음. 5.7~16.9℃) 암사역~방이동. 이동거리 15.6㎞. 이동시간 5:24. 휴식시간 1:09. 계 6:332021.3.31 (맑음. 5.9~22.9℃) 방이동~수서역. 이동거리 9.7㎞. 이동시간 3:22. 휴식시간 0:38. 계 4:00   몇 송이 피던 벚꽃이 한꺼번에 피었으니 오는 봄을 주체할 수 없었던가 보다. 늘 보는 진달래. 산수유, 살구나무는 진작에 피었지만, 보름 전까지는 망울로 있던 조팝나무, 앵두나무, 명자나무, 배나무는 꽃빛이 화려하다. 보기 어려운 복자기, 뜰보리수, 느티나무 꽃도 한참을 보았다. 키를 낮추면 봄맞이, 광대나물, 말냉이, 씀바귀도..

비 오는 날에 산수유

비 오는 날에 산수유 산수유는 이른 봄날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대표적인 봄꽃이다. 산(山)은 산에서 자라고, 수(茱)는 열매가 빨갛다는 뜻이고, 유(萸)는 열매를 그냥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열매는 귀한 약재로 여겼다. 시인 김종길의 시 '성탄제'에서 산수유가 나온다. 할머니는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아버지는 한밤중 산길에서 눈을 헤치어 산수유 열매를 따왔다. 산수유 열매는 그렇게 목숨을 구하였던 귀한 약재였다. 삼국유사 경문왕 편에 산수유가 나온다. 국선(國仙)이었던 청년 낭(郎)은 현안왕의 사위가 되었다가 왕위를 이어받아 경문왕이 되었다. 왕의 귀는 점점 길어 나귀의 귀처럼 되어갔다. 이때 아랫사람 중 하나가 그 사실을 알고 참지 못하였다. 그는 절 뒤에 있는 대나무 밭에 들어가 ..

왜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을 가지고 오나?

왜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을 가지고 오나?       아버지 산소에서 내려오는 산길 옆에는 대추나무가 있다. 추석이 보름 정도 남았을 무렵에는 아직 대추가 퍼렇다. 어머니는 대추를 보고 안 먹으면 늙는다며 따서 드셨다.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한다고 대추나무엔 가시가 많아서 조심스레 가지를 잡고 덜 익은 대추를 따서 우물우물 씹었다. 강원도 어느 산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대추나무가 있는 집을 지나갔다. 어떤 아주머니가 지나가는 나를 부르면서 대추나무를 보고 그냥 지나가면 안 된다며 서너 개 따 주었다. 다른 과일에 비해 유난히 대추만큼은 정을 더 베풀었던 과일이다. 대추나무는 성질이 천하태평인지 늦봄이 되어서야 가지에 싹이 돋아나니,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아보느라 죄 없는 가지를 꺾어보기도 한다.  그것을..

노루귀 / 봄이 오는 소리에 귀를 쫑긋

노루귀 봄이 오는 소리에 귀를 쫑긋 과명 : 미나리아재비과 개화 : 3~5월 결실 : 8월 겨울이 지나고 바람결이 달라지며 언 땅이 녹는다. 나무는 움트고 풀들은 기다린 듯 파릇하다. 아직도 바람결 끄트머리에 겨울 자락이 남았는데, 눈 녹기가 무섭게 피는 들꽃에 바람꽃이 있고 노루귀가 있다. 노루귀는 숲 속 응달에서 봄바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가녀린 꽃대를 올려서 피는 꽃이다. 다른 이름으로 파설초(破雪草)라 하는데, 눈을 헤치고 나온다기보다는 잔설이 있을 때 나오는 것을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한겨울에 낙엽이 덮고 보호한 덕이 크다. 노루귀 종류에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숲 속에서 자라는 노루귀가 있고, 전남과 제주도 숲 속에서 사는 노루귀 보다 작은 새끼노루귀가 있고, 울릉도 숲 속에서 자라는 상록..

서울둘레길 나무와 풀 2. 용마산 아차산길, 한강 암사지구

서울둘레길 나무와 풀 2양원역에서 망우공원과 아차산을 넘어 한강 암사지구까지양원역-망우공원묘지-봉화산 깔딱고개-아차산길-광나루역-광진교-암사나들목2021.3.17 (맑음. 1.8~17.5℃) 이동거리 14.7㎞. 이동시간 4:43, 휴식시간 0:53. 계 5:36  경의중앙선 양원역을 나서면 복사나무와 배나무가 있는 작은 과수원을 만난다. 꽃이 피려면 제법 남았지만 그런 과일나무밭을 지나는 것만도 푸근한 발걸음이다. 산수유와 개나리는 벌써 피었고, 귀룽나무는 잎이 파릇파릇 나오고, 버드나무는 암수 꽃차례가 제법 자기 색깔을 낸다. 산빛을 윤기 있게 하는 데는 귀룽나무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낮은 곳에는 조팝나무가 이제 초록빛 싹이 나오고, 하산하면 산수유와 매화가 길을 화사하게 한다. 봄은 낮은 곳에서 ..

변산바람꽃 /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바람꽃

변산바람꽃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바람꽃 과, 속명 : 미나리아재비과 너도바람속 개화 : 2~4월 겨울 추위가 가면 모두가 봄을 기다린다.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이나 나무와 풀도 봄을 기다린다. 집 가까이 산 입구나 들판에서 피는 풀꽃에는 별꽃이나 냉이, 개불알풀도 있지만, 산 깊은 골짜기에서 봄을 전하는 풀꽃이 변산바람꽃이다. 바람꽃 중에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꽃이다.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하여 변산바람꽃인데, 잔설이 남아 있는 2월에 바람결을 이겨내고 꽃을 피운다. 제주도에서 봄소식을 전하고 올라오며 마지막으로 설악산에서 3월 중순에 꽃을 피운다. 중부지방에서 그즈음 피는 꽃에는 너도바람꽃이 있다. 중부지방에서는 두 꽃이 비슷하게 피는 셈이다. 바람꽃 종류는 모두 17종류가 있는데, 크게 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