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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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상방리 호랑가시나무 / 임진왜란 후 심은 가장 큰 호랑가시나무

2025 남도 탐방 ②남부지방에서 사는 식물 (5)  나주 상방리 호랑가시나무 임진왜란 후 심은 가장 큰 호랑가시나무천연기념물 제516호나주시 공상면 상방리 469-2 (2025.2.18)      호랑가시나무 잎은 오각형 또는 육각형인데 모서리마다 가시가 튀어나와 있다. 잎은 두툼하고 가시는 단단하고 날카롭다. 호랑가시나무는 잎에 난 가시가 호랑이 발톱처럼 날카로워서 붙인 이름이다. 등을 긁기 좋다고 하여 '등긁기나무'라고도 한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언덕을 오르던 예수에게 씌운 가시관이 호랑가시나무 잎이었다고 한다.  나주에 있는 천연기념물인 호랑가시나무를 보러 공상면 상방리로 갔다. 나주역에서는 15㎞ 이고, 금사정 동백나무에서는 6㎞ 떨어져 있다. 상구마을회관 앞에 잘 생긴 호랑가시나무가 서 있다..

나주 송죽리 금사정 동백나무 / 조광조를 따르던 유생들이 심은 나무

2025 남도 탐방 ①남부지방에서 사는 식물 (4)   나주 송죽리 금사정 동백나무조광조를 따르던 유생들이 심은 나무천연기념물 제515호나주시 왕곡면 송죽리 130 (2025.2.18)      조선 중종 14년(1519년) 기묘사화에 조광조(趙光祖. 1482-1519)는 죽고 개혁세력 선비들은 숙청되었다. 조광조를 따르던 개혁 세력 중에서 나주가 고향인 유생 11명은 금강계(錦江禊)를 조직하였다. 영산강 아래 터에 정자를 짓고 금사정(錦社亭)이라 하고, 그 앞에 동백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세상이 변해도 사철 푸른 동백나무처럼 이루고자 했던 뜻을 잊지 말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개혁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동백나무 한 그루만 남았다.  용산역에서 새벽에 떠나는 KTX열차를 타고 나주로 갔다. 나주역..

우수(雨水) 뒤 얼음같이

말속에 자연 41 우수(雨水) 뒤 얼음같이   우수(雨水)는 입춘(立春) 다음에 오는 새해 두 번째 절기다. 날짜로는 양력 2월 19일 경이다. 우수는 얼음이 녹고 싹이 트는 때이다. 우수는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물이 많아진다는 의미를 가졌다. 땅을 갈아야 할 시기에 물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수 무렵부터 날씨가 서서히 따뜻해지고 만물은 소생할 준비를 한다. 얼었던 대동강 물이 풀려 물고기가 올라오고, 기러기는 추운 곳을 찾아 날아가며, 초목은 싹이 트기 시작한다.       우수는 눈 대신 비가 내리고 강에 얼음은 녹아 물이 되어 흐른다. 그래서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라고 한다. 제아무리 추워도 우수 경칩이 지나면 누그러진다는 것을 뜻하는 속담이다. '우수 뒤 얼음같이'란 속담이 있다..

심심풀이 땅콩

말속에 자연 40  심심풀이 땅콩   땅콩은 땅과 콩이 어우러진 말인데, 콩처럼 생긴 과실이 땅속에서 생겼다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남미를 탐사하던 유럽인들이 안데스산맥 동쪽에서 4천 년 전부터 재배하던 땅콩을 발견하였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것을 알고 가져와서 재배하였다. 지금은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가 생산과 소비에서 1,2,3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 정조 때 중국에 사신으로 간 이덕무가 소개하였으나 지금의 땅콩은 1836년 중국에서 들여왔다.  정월 대보름에 견과류와 더불어 땅콩을 부럼으로 깨문다. 전래의 부럼은 밤, 호두, 잣, 은행이었다. 최남선이 1930년대에 쓴 글을 보면 요즈음 땅콩을 부럼으로 쓰기도 한다고 썼다. 우리가 실제 땅콩을 먹기 시작한 ..

정월 대보름, '부럼 깨물자'

말속에 자연 39  정월 대보름, '부럼 깨물자'   정월 대보름은 음력 1월 보름날이다. 정월 대보름은 전통 명절로 예전에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가 축제였다. 대보름까지 세배를 다녔으니, 원거리에 계시는 어른을 찾아다니며 세배도 이때까지 하였다.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설에는 못 오더라도 보름까지는 와야 한다는 뜻이다. 대보름까지는 돌아와서 농사 준비를 도우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보름은 새해를 맞이하고 한해를 준비하는 명절이다. 정월 대보름 아침에 일어나면 부럼을 깨물고 귀밝이술을 마신다. 부럼은 밤 호두 잣 은행 등 딱딱한 견과류와 땅콩을 이르는데, '부럼 깨물자' 그러면서 깨문다. 부럼을 깨무는 것은 부스럼이나 종기가 나지 않고 이가 튼튼하도록 바라는..

입춘(立春), 봄추위가 장독을 깬다

말속에 자연 38 입춘(立春), 봄추위가 장독을 깬다   입춘(立春)은 봄이 들어선다는 절기이다. 양력 2월 4일경으로 1년 24 절기에서 첫 번째 절기다. 입춘이 되면 동풍이 불고 얼음이 풀려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깨어난다. 하지만 아직 겨울은 덜 가고 추위는 남아 있다. 음력으로는 정월이어서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이기도 하고, 입춘을 기준으로 띠가 바뀌고, 농경사회에서는 농사를 준비하는 상징성이 있어서 입춘이 중요한 절기였다.     입춘이 되면 대문이나 기둥에 입춘첩(立春帖)을 붙였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은 '입춘을 맞아 크게 길하다'는 뜻으로, 한해 시작이 순조롭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글이다. 건양다경(建陽多慶)은 '밝은 태양의 기운을 받아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기원한다'는 뜻으로, 좋은 일과 ..

추위를 겪어야 봄꽃을 얻는다

추위를 겪어야 봄꽃을 얻는다        겨울에는 추위가 찾아온다. 한겨울 추위가 지나면 죽는 식물이 있고 어떤 식물은 그대로 살아간다. 식물은 태어나서 살고 죽으며 균형을 이룬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 어려운 시간이 지나 얻은 행복이 귀하듯, 겨울이 있어서 봄은 더 반갑고 귀하다. 한겨울을 겪고서 꽃이 피는 걸 보면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추위가 싫다고 이번 겨울은 덜 추웠으면 싶지만 식물은 꼭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겨울을 준비하듯 나무도 그러하다. 나무는 미리 겨울눈을 만들고 싹을 감쌀 단단한 껍질을 만든다. 추위가 스며들 틈을 막기 위해 낙엽을 떨어뜨리고, 얼지 않도록 수분 농도는 낮추고 당분 농도를 높인다. 그렇게 나무는 겨울을 대비한 몸을 만들고 봄을 준비한다. ..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      설을 쇠면 모두 한 살씩 더 먹는다. '먹는다'는 것은 채운다는 말이다. 밥을 먹는 것은 배를 채우는 것이요,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은 나이를 채운는 것이다.  한자 년(年)은 사람(人)이 해를 넘긴다는 뜻의 글자로 나이가 든다는 말이다. 원래는 벼 화(禾)를 써서 볏단을 업고 가는 모습으로 만들었다. 볏단을 지고 가는 것은 벼를 잘라 수확을 끝냈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 해가 끝났다는 말이다.  해를 넘기고 설이 되면 나이 얘기가 나온다. 나이를 대면 '만 나이인가? 한국나이인가?' 또 묻는다. 얼마 전 정부에서  쓰는 나이를 법령으로 '만 나이'로 정하였지만, 아직은 늘 하던 방식대로 '한국식 나이'로 쓰는 경우가 많다. 나이는 입학한 사람을 같이 묶는 '사회적 나이'가 있..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 이정록 시 '의자'

명시에서 찾는 장면 4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 이정록 시 '의자'에서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어머니께서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꽃도 열매도, 그게 다의자에 앉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그래도 큰애 네가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의자 몇 개 내놓은 거야    사진 : 향곡

대한(大寒)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

말속에 자연 37 대한(大寒)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   대한(大寒)은 큰 추위란 뜻을 가진 절기다. 양력으로는 1월 20일경으로 소한(小寒) 보름 뒤에 온다. 사람들은 대한보다 소한이 추울 때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소한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거나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란 말을  한다. '소한이 대한 집에 몸 녹이러 간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얼마나 추울까 싶어 최근 10년간(2015~2024년) 기상청 자료로 비교하였다. 소한이 추운 경우도 있었으나 대한이 추운 경우가 조금 많았다.   대한은 한해 24 절기를 매듭짓는 절기이다. 그래서 대한 밤을 해넘이라고도 말한다. 어려운 시기가 넘어간다는 말도 된다. 이 시기는 농한기라 일을 안 하니 점심을 건너뛰거나 죽으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