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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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어디서 지내고 어디서 잘까?

새들은 어디서 지내고 어디서 잘까? 봄이 되니 새들이 많아졌다. 새들은 새벽부터 나와서 노래를 한다. 깊은 산속에 들면 새들 노랫소리는 더 청량하다. 새는 울대가 다양하여 소리가 다양하다. 새들이 소리를 내는 것은 짝짓기 상대방을 찾고 영역을 표시하는 경쟁의 목소리이다. '멧새들은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에서 지내다가 보오얀 봄길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유치환의 시〈춘신(春信)〉에 나오는 글이다. 새들은 어디서 자고 어디서 지낼까? 새들의 서식처는 키가 작은 나무들이 사는 곳이 대부분이다. 키 작은 숲은 바람을 잠재울 수 있어 보금자리를 만들기도 쉽다. 작은 덤불 속 숲에서는 목욕하기도 좋다. 대부분의 새는 수풀이나 나무 위에서 지내고 잔다. 새들은 나무 깊은 곳으로 찾아들고 빈집, 새..

무릉도원(武陵桃源) / 복사꽃이 피는 별천지

말속에 자연 47 무릉도원(武陵桃源)복사꽃이 피는 별천지 복사나무는 봄을 대표하는 꽃나무 중 하나이다. 산에는 생강나무와 진달래가 첫 꽃소식을 알린다. 매화가 질 즈음 살구꽃이 피고, 살구꽃이 한창일 때 앵두나무 꽃이 피고, 살구나무 꽃이 다 지자 복사꽃이 화려하다. 복숭아나무는 꽃을 중심으로 보면 복사꽃이다. 복사나무는 중국 서북부 고산지대가 원산으로 삼국사기 백제 온조왕 때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전에 들어온 것으로 짐작한다. 살구꽃이 은은한 연분홍이라면 복사꽃은 화려한 진분홍이다. 꽃잎이 아름다운 데다가 수술머리에 금빛까지 반짝여 그 화려함을 더한다. 그래서 미인을 보고 복사꽃처럼 어여쁜 여인이라 하였다. 시경에는 시집가는 젊은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복사꽃에 비유하였다. 복사나..

저것 봐 하늘빛 환하게 닦아내는 목련꽃 봐 / 정완영 시 '목련꽃 봐'

명시에서 찾는 장면 5  저것 봐 하늘빛 환하게 닦아내는 목련꽃 봐 - 정완영 시 '목련꽃 봐'에서              목련꽃 봐                                                      정 완 영  석 삼동 굳게 닫힌 대문 밀고 들어서서목마른 길 나그네 물 한 그릇 받아들듯저것 봐 목 축이는 법 일러주는 목련꽃 봐     안 죽고 살았더니 좋은 봄이 다시 와서 뽀얗게 먼지 낀 창 입김 불어 닦아내듯저것 봐 하늘빛 환하게 닦아내는 목련꽃 봐    높게 매달린 목련꽃은 소매를 너풀거리며 춤을 추는 것 같다. 꽃이 피어 있는 시간이 짧아 봄이면 잠깐 볼 수 있는 모습이다.고개를 들고 나무 끝에 매달린 목련꽃을 올려다 보면하늘을 환하게 닦아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목련..

청라(菁蘿) 언덕은 무밭에 장다리꽃이 핀 곳

말속에 자연 46 청라(菁蘿) 언덕은 무밭에 장다리꽃이 핀 곳   청명(淸明)이 지나자 봄기운이 물씬 난다. 노산 이은상이 지은  '봄의 교향악이 물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라는 〈동무생각〉 노랫말이 절로 나온다. 그 청라(菁蘿)에 '청(菁)'은 우리가 먹는 '무'이고  '라(蘿)'는 장다리꽃이다. 즉 청라 언덕은 무밭에 장다리꽃이 핀 언덕을 말한다. 무는 한자로 나복(蘿蔔)이고 당청(唐菁)으로도 쓴다. 나복이 변화하여 나박이 되어 나박김치란 말이 나왔다.   장다리꽃은 배추나 무의 장다리에서 나온 꽃이다. 키가 큰 사람을 키다리라고 하는데, 배추나 무에서 나온 꽃줄기가 길어서 장다리라 한다. 장다리꽃은 배추나 무 씨를 만들어내는 꽃이다. 씨앗을 만들어내기 위해 키우는 것으로 씨받이꽃이다. 가을에 무나 ..

청명(淸明)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

말속에 자연 45 청명(淸明)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   청명(淸明)은 24 절기 중에서 다섯 번째 절기다.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에 청명이 있다. 청명은 바야흐로 봄기운이 올라 날이 맑아지는 때이다. 청명은 매년 4.4이나 4.5로 한식(寒食) 하루 전이거나 겹치기도 한다. 그래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란 말이 있다. 청명이 농사에 관련한 절기라면, 한식은 중국 진(晉) 나라 문공을 섬기던 개자추(介子推)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한 유래가 있다. 청명은 바쁜 농번기의 시작이라 따로 세시행사는 없다. 다만 동국세시기에 보면 고려조 이후 관청에서 버드나무나 느릅나무로 불을 일으켜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다. 버드나무는 생명력이 강하여 거꾸로 꽂아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자라고 빛..

살구꽃이 피면 백곡(百穀)을 심는다

말속에 자연 44 살구꽃이 피면 백곡(百穀)을 심는다  살구나무는 3월 하순에서 4월 초에 꽃이 핀다. 꽃잎에 연분홍 빛이 살짝 비치는 꽃이다. 살구나무란 이름은 옛 이름 '살고'에서 유래하여 살구로 변했다. 살고의 의미에 대해서는 열매가 노란색을 뜻하는 '살(黃)'과 '고(명사화 접미사)'의 합성어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으나 정확한 어원을 알려져 있지 않다. 살구나무는 한자로는 행(杏)으로 쓰는데, 나무에 열린 열매가 아래로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이다.  살구꽃은 매화보다는 조금 늦게 핀다. 매화나무가 서재 앞에 자리 잡은 나무라면 살구나무는 살림집 울담 부근에서 볼 수 있다. 살구나무와 매화나무는 모두 장미과로 사촌지간으로, 잎보다 꽃이 먼저 피고 꽃 모양도 비슷하여 구별이 쉽지 않다. 차이점은 살구나..

봄꽃나무가 있는 북한산길

봄꽃나무가 있는 북한산길 구파발역 - 선림사 - 장미공원 - 은평둘레길 장군바위 - 북한산자락길 실락어린이공원 - 풍림아파트 - 홍제역이동거리 9㎞. 이동시간 3:29 휴식시간 1:37. 계 5:06 (2025.3.25. 맑음. 8.4~21.4℃)      북한산 산자락을 걸었다. 북한산둘레길이나 서울둘레길과 겹치는 길이다. 산길에 들어서니 진달래 진홍빛 꽃잎이 눈에 확 들어온다. 몇 달 만에 산에 올라와 처음 맞는 봄꽃이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데 영향을 받는 것은 기온과 해의 길이이다. 겨울에 낮은 기온에 노출되어야 꽃에 분화가 일어나 봄꽃을 피울 수 있다. 산에 들어서 만나는 진달래 개나리 생강나무는 겨울을 지내고 이즈음 기온에 가장 일찍 영향을 받아 꽃 피는 나무일 것이다. 선림사를 지나 산길에 진..

벌과 나비는 언제 나오나?

벌과 나비는 언제 나오나?   3월 중순 근교 세정사계곡에 들꽃을 보러 갔다. 올해는 기온이 낮아 들꽃이 나오는 것이 늦다. 작년에는 봄이 일찍 와서 꽃이 한꺼번에 피었는데, 그때는 벌과 나비가 꽃가루받이를 감당하기는 너무 한꺼번에 핀 꽃이 많았다. 꽃이 미리 피거나 한꺼번에 피면 꽃가루받이에 차질이 생긴다. 벌과 나비는 농작물 생산과 생태계 균형 유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곤충이다. 곤충의 개체수는 여름에 남은 곤충의 개체수가 다음 해 개체 수를 좌우한다는데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다.  나비는 영하의 겨울을 앞두고 지낼 곳을 미리 찾아다니며  정해놓지는 않는다. 눈과 바람이 심해지면 피할 수 있는 바위나 나무 틈을 찾아 죽은 듯이 날개를 접고 견딘다. 나비는 알-유충-번데기-성충 어느 한 단계에서 겨..

우리말 바람 이름 / 동풍은 샛바람, 서풍은 하늬바람

우리말 바람 이름 동풍은 샛바람, 서풍은 하늬바람   봄바람은 '화풍이 건듯 불어 녹수를 건너오니'처럼 살랑살랑 분다. 정극인(丁克仁)의 상춘곡(賞春曲)에 나오는 글로 꽃과 술이 어우러지는 명시이다. 화풍(和風)은 부드럽게 솔솔 부는 화창한 바람을 이르는 것으로, 봄에 부는 부드러운 바람이다. 한자로 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바람 이름이다. '갈바람에 우수수 칠십 년을 보냈다'는 추사 김정희의 '길갓집'이란 시가 있다. 갈바람은 가을에 부는 선들바람이다.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귀에 들어온다. 우리말로 나타낸 바람 이름은 시에 자주 등장하고, 일상생활에서 자주 써서 그 자취가 남아 있다.   뱃사람들은 동쪽을 새쪽, 서쪽은 하늬쪽, 남쪽은 마쪽, 북쪽은 노쪽이라 한다. 그래서 새쪽에서 불어오는 동풍(東風)은..

이른 봄 찾아간 세정사계곡

이른 봄 찾아간 세정사계곡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운길산역 - 동국대 연습림 관리동 - 세정사계곡 - 세정사 - 임도 - 동국대 연습림 관리동 - 운길산역이동거리 9.8㎞. 이동시간 3:38. 휴식시간 1:11. 계 4:49 (2025.3.17. 맑음. -1.3~6.8℃)     동풍에 얼음이 풀린다고 하지만 춘분이 가까이 올 때까지 아침 수은주는 영하로 내려가기도 하고, 대설주의보가 내린 지방도 있다. 꽃샘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는 말이 여전히 유효한 계절이다. 들꽃이 핀 것이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예빈산 아래 세정사계곡으로 갔다. 물가에 있는 생강나무에 꽃이 피고, 버들강아지도 꽃이 피었다.  논에는 올챙이가 나와서 꼬물거리고 있다. 올챙이는 떼를 지어 산다. 무리 지어 생활하면 먹이도 찾기 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