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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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풀

봄에 나는 풀 어린잎과 큰 잎 비교하기 날씨가 풀려도 4월 초 날씨는 아침으로는 여전히 쌀쌀하다. 겨울부터 초봄에 밖으로 나가보면 바닥에 바짝 엎드려 사는 풀잎이 있다. 그것을 뿌리잎이라 하는데, 한자로는 근생엽(根生葉), 영어로는 로제트 라 한다. 로제트는 장미와 비슷하다고 해서 쓰는 말이다. 그렇게 겨울을 나는 풀들에는 냉이, 달맞이꽃, 개망초, 민들레 등이 있다. 뿌리잎을 내는 이유는 경쟁자들이 나오기 전에 빨리 꽃을 피워 결실을 맺기 위해서다. 납작 엎드린 풀잎을 자세히 보면 잎에 털이 붙어 있다. 우리가 털옷을 입고 겨울을 보내듯, 풀에 있는 털은 서리가 내리면 털이 얼어서 안이 어는 것을 방지하여 추위를 막는다. 바짝 엎드리기는 하지만 땅에 아주 붙지는 않아서 그 사이로 햇볕도 받는다. 뿌리잎..

축령산 꽃길

2020 봄 꽃길 ② 축령산 서리산-축령산-잣향기푸른숲 경기도 가평군 상면 (2020.4.1) 요즈음 도로가 이곳저곳에 많이 났지만 축령산을 대중교통으로 들어가긴 아직도 후미진 산골길이다. 축령산은 남으로는 남양주 수동, 북으로는 가평군 상면을 경계로 하고 있어서, 뒤로 간다면 산을 돌아가야 해서 접근로가 더 멀다. 그래도 잣향기푸른숲 쪽으로 일찍 피는 봄꽃이 있을 것 같아서 차를 가지고 청평을 돌아 산 뒤쪽으로 돌아서 갔다. 산길은 잣향기푸른숲에서 서리산을 올라, 능선을 거쳐 축령산으로 갔다가 원점회귀하는 것으로 잡았다. 잣향기푸른숲을 거쳐서 서리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단순하다. 잣나무가 많고 철쭉이 많지만, 철쭉이 피기까지는 한참 멀었다. 버드나무가 꽃을 피우고, 키 작은 풀들은 앉은부채나 노랑제비꽃이..

복수초 / 추위를 뚫고 나온 얼음새꽃

복수초 추위를 뚫고 나온 얼음새꽃 과명 : 미나리아재비과 개화 : 3~4월 다른 이름 : 눈색이꽃,얼음새꽃,복풀,설련화 분포 : 제주 제외 전역 꽃말 : 영원한 행복, 행복을 부른다 복수초 / 축령산 (경기도. 2020.4.1) 겨울이 깊으면 봄이 기다려진다. 봄은 낮은 데서 온다는데, 누구보다 일찍 봄을 여는 꽃이 복수초다. 초봄에 아직도 찬바람이 남아 있는 산에 갔더니 복수초가 환하게 피어 있었다. 겨울 찬바람이 남아 아직도 골짜기를 스치는데, 이른 봄 비늘 조각으로 무장하고 눈 속을 헤치고 나오는 꽃이 복수초다. 음습지에 살지만 햇볕을 좋아한다. 꽃이 필 때는 연한 노란빛을 띠는 녹색이었다가 노란색이 된다. 눈 속에서 꽃이 나오니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얼굴도 밝아진다. 눈 속이어서 꽃이 밝을 수도 ..

화야산 얼레지

얼레지 화야산에 온 보랏빛 화신 경기도 가평군 삼회리 (2020.3.31) 과명 : 백합과 개화 : 3~4월 분포 : 제주 제외 전역 다른 이름 : 산우두, 가재무릇, 얼레지, 얼레기 꽃말 : 바람난 여인, 질투 4월 초순에 화야산은 얼레지 천국이다. 비옥하고 볕이 잘 드는 깊은 산속 능선 비탈에서 자라는 얼레지는 토종 들꽃이다. 이른 봄에 꽃대를 감싸듯 부드러운 육질의 잎이 나온다. 잎은 녹색 바탕에 자줏빛으로 얼룩져서 얼레지란 이름을 얻었다. 잎은 1장짜리도 있는데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것이다. 얼레지는 꽃이 아래를 보고 있다가 기온이 올라가면 꽃잎 6장은 뒤로 젖혀진다. 보랏빛 꽃잎을 열면 긴 보랏빛 암술과 6개 수술이 드러난다. 꽃잎을 여는 것은 벌 나비를 부르는 신호다. 자줏빛 꽃잎을 활짝 젖..

화야산 봄꽃 / 봄소식을 전하는 큰골

2020 봄 꽃길 ①  화야산 봄꽃 / 봄소식을 전하는 큰골경기도 가평군 삼회리 큰골 (2020.3.31)   화야산으로 꽃구경을 하러 나섰다. 꽃들은 후각과 시각으로 새와 곤충을 유혹한다. 향기로 유혹하고, 색깔로 유혹하여 꽃가루를 나를 운반자들을 불러 모은다. 냄새와 관련된 경우는 화학분자를 내놓고, 색깔과 관련한 경우는 빛의 파장을 뿌린다. 이른 풀꽃들은 나무들이 숲을 가리기 전에 후손을 만들어야 하기에 부지런해야 한다. 그 부지런히 피운 꽃들을 보러 사람들이 찾아 나선다. 화야산은 얼레지의 산이다. 얼레지가 지천으로 널려서 보랏빛 봄의 화신을 전한다. 그 밖에도 꿩의바람꽃, 노루귀, 돌단풍이 이곳저곳 많이 있다. 식물은 간단한 접촉만으로 성장이 억제되니 꽃 사이로 다니는 것은 조심스럽다. 그래도 ..

광대나물 / 벌을 모으는 광대의 춤사위

광대나물 벌을 모으는 광대의 춤사위 과명 : 꿀풀과 개화 : 3~5월 분포 : 우리나라 전역 이른 봄 생강나무가 필 때면 풀들도 같이 돋기 시작한다. 소나무나 참나무가 덮힌 곳은 풀이 자랄 틈을 주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공간에는 겨울을 이기고 풀들이 올라온다. 풀에는 이름이 다 있다. 사람들이 풀 이름을 모르면 그 풀은 잡초가 된다. 잡초인지 아닌지는 사람이 가진 지식이나 사람이 정한 가치에 달렸다. 그에 따라 잡초의 경계에서 이름을 가진 풀이 되는 것이다. 광대나물도 그 중 하나다. 수평의 잎 위로 꽃대를 내밀어 생긴 모습이 묘기를 다하는 광대 모양이라 하여 그 이름을 받았다. 광대(廣大)는 가면극,인형극,줄타기,땅재주,판소리 들을 하던 직업을 가진 예능인을 통틀어 부른 이름이었다. 대체로 가면을 쓰고..

산에서 만난 목련

산에서 만난 목련(木蓮) 목련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0.3.27) 뒷산에 올랐다가 목련을 보았다. 그제 산길을 지나다가 숲에서 희끗희끗 보이는 꽃이 목련이었다. 다음날, 그다음 날까지 찾아갔다. 산에서도 목련이 자라지만 보기가 쉽지 않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백목련은 꽃 조각이 9개이고 적당히 펼쳐진 후 뒤로 젖혀지지는 않는데, 목련은 꽃 조각이 6개이고 춤을 추듯 자연스럽게 젖혀진다. 목련은 원시식물이다. 1억 4천만 년 전 활엽수종인 피자식물이 번성을 시작할 때 화석에 나온 식물이 목련이니 말이다. 꽃 중에서는 살아있는 화석이 목련이다. 원시적 활엽수종 식물은 꽃잎, 수술, 암술이 뚝뚝 떨어진 것이 특징인데, 목련이 대표적이다. 산에서 목련을 만난 것은 산에서 산신령을 만난 것처럼 귀한 ..

봄을 구분하는 기준

봄을 구분하는 기준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3월에서 5월까지를 봄으로 부르는데, 기온으로 봐서는 춘분이 지나면 봄기운을 느끼게 된다. 절기상으로는 입춘(立春. 2월 4일)에서 곡우(穀雨. 4월 20일)를 지나 입하(立夏. 5월 5일경) 전까지를 봄이라 한다. 절기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을 구분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예전의 자연과 생활상에 맞춘 것이지만 계절을 추측하는데 유용하게 쓴다. 천문학상으로는 밤과 낮이 같은 춘분(春分. 3월 21일)에서 낮이 가장 긴 하지(夏至 6.21)까지를 봄이라고 말한다. 대체로 맞는 편이지만 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이것 말고 기상청에서 말하는 기상학상 봄이 있다. 1979년 서울대 지리학과 이병설 교수가 제안한 기상학상 봄의 기준이다. ..

산수유 / 이른 봄 노란 꽃, 생명의 붉은 열매

산수유 이른 봄 노란 꽃, 생명의 붉은 열매 분류 : 층층나무과 개화 : 3~4월 결실 : 9~11월 산수유 / 경기도 성남 (2020.3.9) 산수유는 이른 봄 개나리와 진달래가 나오기 전에 샛노란 꽃이 핀다. 매화를 제외하면 가장 먼저 피고, 이어서 목련과 개나리가 핀다. 산에 피는 것은 생강나무, 동네에 피는 것은 산수유다. 생강나무는 자생하지만 산수유는 사람이 심는다. 생강나무는 꽃자루가 뭉툭한데, 산수유는 꽃자루가 길다. 생강나무 꽃은 줄기에 붙어서 피지만, 산수유는 꽃자루 끝에서 핀다. 생강나무 줄기는 매끈하지만 산수유나무 줄기는 껍질이 불규칙하게 벗겨진다. 산수유 꽃은 꽃자루에서 짧게 올라오다가 꽃송이가 커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산수유는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라고 추위에도 잘 견디는 데..

히어리 / 이른 봄 주렁주렁 꽃차례

히어리 이른 봄 주렁주렁 꽃차례 과명 : 조록나무과 학명 : Corylopsis coreana 분포 : 지리산. 경남 남해안, 백운산(광양), 백운산(포천). 광교산(수원) 개화 3월, 결실 9월 2009년 여름, 경기도 포천에 있는 백운산에 갔다가 광덕고개에서 내려오는 산길에서 귀한 식물인 히어리를 보았다. 온난화로 서식지가 위협받는 멸종위기 식물로 학명에 coreana가 들어가 있는 우리나라 특산 식물이다. 그곳 히어리는 가장 북한계선에서 사는 히어리일 것 같다. 히어리는 전남 순천에서 처음 발견하였는데, 인근 주민들이 뜻을 알 수 없는 사투리로 '히어리'라고 한 것이 정식 이름이 되었다. 받침과 턱잎은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이 특징인데, 마치 밀랍을 먹인 것 같아 납판화(蠟瓣花. 밀:납, 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