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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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 / 안양과 군포 경계에 있는 산

수리산 경기도 안양, 군포 (2020.6.1) 수리산역-철쭉동산-슬기봉(469.3)-태을봉(489.2)-관모봉(426.2)-병목안캠프장 (5시간반) 수리산역에서 내려 철쭉동산을 거쳐 올라가는 수리산 산길은 편안하다. 쥐똥나무 향기가 코끝에 진하다. 아까시나무 꽃은 늦게 피어서 졌는지 바닥에 떨어진 꽃에 향기가 남아 있다. 때죽나무 꽃도 몇 가닥 남아 대롱대롱 보이고 하얀 꽃의 향연이 이 산에 펼쳐질 때는 벌나비가 많이 모였을 것이다. 편안한 길은 임도와 오르막 산길이 만나는 슬기정까지다. 그 다음엔 산 높이에 비해 경사가 제법 있는 산길이다. 산길엔 참나무과 잎이 애벌레의 희생양이 되어 많이 떨어졌다. 곤충들은 냉혈동물이어서 따뜻하고 밝은 곳을 좋아한다. 이곳이 볕이 잘 드는 곳이라 나무마다 애벌레들이 ..

괭이밥 / 고양이 소화제인 풀

괭이밥 고양이 소화제인 풀 과목 : 쥐손이목 괭이밥과 개화 : 5~9월 괭이밥이란 고양이밥이란 뜻을 가진 풀이다. 고양이가 소화가 안될 때 이 풀을 뜯어먹고 소화를 시킨다고 붙은 이름이다. 아이들도 풀밭에서 이 풀을 찾아 먹었는데, 신맛이 나서 시금초라 했다. 신맛이 나는 것은 옥살산 성분이 들어 있어서 그렇다. 학교 다닐 때는 잎을 따다가 책 속에 끼워 납작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른들도 이 풀을 새싹비빔밥이나 된장국에 넣어서 먹는다. 소화를 도와주는 수산 성분이 들어 있는데, 많이 먹으면 칼슘 흡수에 좋지 않다고 자주 먹지는 않았다. 동네 누나들은 손에 봉숭아물을 들일 때 백반 대신 괭이밥을 넣으면 물이 곱게 든다고 이 잎을 따서 돌로 찧는 것을 보았다. 괭이밥은 여러모로 우리가 가까이하였던 풀이었다...

괭이눈 / 고양이 눈을 닮은 풀

괭이눈 고양이 눈을 닮은 풀 과목 : 범의귀과 이른 봄 산에 오르면 나무가 우거지고 물이 흐르는 계곡가에서 괭이눈을 찾아볼 수 있다. 괭이눈은 봄에 깊은 산에 들어야 더 많이 볼 수 있지만, 근교 산행에서도 괭이눈을 볼 수 있다. 꽃송이 수술이 마치 어둠 속에서 눈동자를 빛내며 내다보는 고양이의 눈을 닮았다고 하여 괭이눈이다. 꽃송이와 잎에 샛노란 물감을 떨어뜨린 것처럼 노랗다. 노란색으로 화장한 것은 벌나비를 불러 모으기 위한 전략이다. 단원 김홍도가 그린 그림 황묘농접(黃猫弄蝶 / 누런 고양이가 나비를 희롱한다 )의 기대로 오매불망 나비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괭이눈은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잘 안다. 괭이눈은 수정이 끝나면 노란색 잎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연초록 종지에 갈색 씨앗을..

봄망초와 개망초

봄망초와 개망초 북미 원산인 귀화식물 집 부근 공원을 산책하다가 보니 누가 개망초를 뽑아 놓았다. 꽃이 채 피지도 못하고 뽑혔다. 개망초는 생김새에 비해 이름이 억울하게 붙은 풀이다. 아주 몹쓸 풀로 여겨지는 이름인데, 농사를 다 망친 풀이라고 개망초(皆亡草)란 얘기도 있다. 북미가 원산인 이 풀이 일제강점기에 철도를 놓는 침목에 묻혀 들어와 퍼지면서 나라를 망했다는 얘기가 전하면서 몹쓸 풀이름이 되었다. 개망초를 뽑는 사람도 그런 생각에서 뽑았을 것 같다. 개망초는 풀밭이나 산비탈이나 들판 어디서나 잘 자라는 풀이다. 아무 데나 잘 자라서 이름 앞에 '개-'가 붙었을 것이다. 개망초보다 조금 앞서 피는 봄망초가 있다. 개망초에 비해 숫자가 적은 봄망초는 4월부터 피어 6월까지 피고, 개망초가 6월부터 ..

달팽이와 봄철 식물

달팽이와 봄철 식물  어제 밭에서 뜯은 열무를 씻으려고 보니 달팽이가 묻어왔다.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달팽이집을 들어 조심스럽게 풀밭에 놓아주었다. 달팽이는 이끼나 풀을 먹는 초식동물로 밭곡식을 뜯어먹는 해충이다. 달팽이는 더듬이로 냄새, 기온, 바람, 먹이, 천적을 알아낸다. 4개의 더듬이에 우윳빛 눈알을 달고서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정교한 렌즈와 바늘구멍(동공)이 없어서 선명한 영상을 만들지 못하기에 뚜렷하게 볼 수는 없다.   몇 년 동안 걸어서 출근한 적이 있었다. 비 오는 날에는 사람 다니는 길에 달팽이가 많이 나온다. 달팽이는 습기를 좋아한다는데, 비 오는 날 숲에 물이 넘쳐 피난 나온 모양이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 발에 밟히거나 자전거에 비명횡사한 달팽이가 많다. 앞이 잘 안 보이는..

광릉숲으로 가다

광릉숲으로 가다광릉수목원-광릉숲길-광릉  경기도 포천, 남양주 (2020.5.22)  광릉숲은 세조의 능인 광릉이 1468년에 들어선 후, 능원 숲을 보호림으로 조성하여 보전하고 있는 곳이다. 광릉숲은 죽엽산을 중심으로 한 광릉 영역과 소리봉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광릉수목원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두 영역 가운데로 자동차가 다니는 전나무 가로수길 안쪽으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광릉숲길이 따로 있다. 오늘은 광릉수목원과 광릉, 그리고 두 영역 사이 광릉숲길을 이어서 걷기로 했다. 광릉수목원 정문으로 들어가서 숲 사이 오솔길로 들어가서 있는 전나무숲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즐겨 걷는 길이다. 호수와 습지원이 있고, 아름드리 거목들이 늘어서 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광릉이라면 크낙새가 있다고 배웠는데..

후박나무와 일본목련

후박나무와 일본목련  후박나무는 우리나라 남쪽 섬지방에서 자라는 난대림을 대표하는 나무다.  녹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고유 수종이다. 나무의 껍질이 위장을 치료하는 '후박(厚朴)'이라는 한약재로 쓰여 '후박이 나는 나무'라 후박나무가 되었다. 혹은 잎이 넓고 두꺼워 넓고 편안한 느낌이 들어 두텁고 거짓이 없다는 뜻의 후박(厚朴)을 일러 후박나무가 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일본목련은 목련과 인 낙엽교목으로 일본이 원산지인 식물이다. 조경수로 심기 위해 들여왔는데 근교 산기슭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목련은 꽃이 피고 난 뒤에 잎이 나는데, 일본목련은 잎이 핀 다음에 꽃이 핀다. 일본에서는 '호오노기'라 부르고 학명만 후박(厚朴)이라 하는 것을 수입하면서 후박나무와 혼용하여 잘못 쓴 것이..

시로미 / 한라산과 백두산에만 있는 식물

시로미 한라산과 백두산에만 있는 식물 과명 : 시로미과 개화 4~5월, 결실 10월 분포 : 한라산,백두산 시로미는 키가 다 커도 10㎝ 정도 되는 늘 푸른 나무다. 한라산 영실에서 어리목으로 산행을 하다가 보면 윗세오름 부근과 만세동산 부근에서 만날 수 있다. 잎은 주목이나 전나무와 닮았으나 길이나 너비가 그것보다는 짧고 좁다. 잎에 살이 많아 조금 통통하게는 보인다. 한라산과 백두산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나무로, 멸종위기식물로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만나기 어려운 이 귀한 나무는 이른 봄에 꽃이 피는데, 그때 산에 오르는 사람도 적지만 꽃이 작아 꽃인 줄 모르고서 지나치고 만다. 가을에는 둥글고 검붉은 열매를 맺는데, 까마귀가 좋아하는 열매라 한자로는 오리(烏李). 즉 '까마귀의 오얏'이고, 영어로..

보령 외연도 2. 상록수림으로 푸른 섬

보령 외연도 2. 상록수림으로 푸른 섬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리 (2020.5.7) 망재산에서 보는 외연도 마을과 봉화산. 중간이 당산이다 바람에 창문이 덜거덕거려 눈을 뜨니 아직도 달이 중천에 걸려 있는 새벽이다. 내친김에 일출도 보고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노랑배 둘레길을 걸으려 일찍 나섰다. 노랑배는 노란색 암벽이 해안절벽을 이루는 곳인데, 마치 큰 배에 앞머리 같다고 하여 붙은 지명이다. 늘 뜨는 해이지만 산이나 섬에서 보는 해는 신선하다. 노랑배 자락에서 산길을 올라가면 동백나무 군락지이다. 중간에 해막(解幕) 터가 있다. 임신한 여성이나 해거리 여성들이 당제(堂祭)를 지내는 기간에 안심하고 머물기 위한 곳이었다. 서덜길을 걷는 곳이 짧게 있으나 대체로 길은 순하고 걸을만하다. 아침 식사 ..

보령 외연도 1. 새들의 섬

보령 외연도 1. 새들의 섬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리 (2020.5.6) 외연도 봉화산에서 본 풍경 대천항에서 서쪽으로 백 리, 충남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섬이 외연도(外煙島)이다. 서해 멀리 떨어져 있어 연기에 싸인 듯 까막득하다 하여 외연이다. 배는 호도와 녹도를 거쳐서 갔다. 섬은 봉화산과 망재산이 좌우로 호위하고 있고, 작은 당산이 물러나 있어 마을의 터를 잡아주었다. 바람이 불어 두 번이나 섬 들어가는 것을 미루었는데, 집집마다 밧줄로 지붕을 묶어 바람에 대비하고 있었다. 마을은 해안선 길이가 이십 리가 조금 넘고, 마을길이 오 리 정도이니 차를 타고 다닐 일이 없다. 민박집 주인이 선착장으로 마중을 나오더니, 숙소에 짐을 부리고 봉화산 가는데도 따라 나와 길을 알려준다. 초등학교 뒷편 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