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걸어서 보는 세상/동티베트 49

19. 샹그릴라에서 더친으로

동티베트 배낭여행 19. 11일째 (2015.9.9. 맑음) 샹그릴라(香格里拉)에서 더친(德欽)으로 ' '샹그릴라'라고 한 것은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나온 이상향이다. 중국에는 이미 무릉도원이라는 이상향이 있었는데, 영국인 소설가가 이곳에 오지도 않고 지은 이름에 중국이 법석이다. 샹그릴라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그리 요란을 떨만한 곳은 없다. 큰 기대감을 가지고 이름에 현혹되어 찾아온 관광객들이 실망을 많이 할 것 같다. 샹그릴라는 티베트어로 '내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 한다. 그런 이상향으로서 감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내 마음에 가지고 있던 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 샹그릴라 도착 다음날. 차를 구하여 윈난성에서 가장 높은 더친의 매리설산(梅里雪山 해발 6730m)을 보기로 하였..

18. 따오청에서 샹그릴라 가는 길

동티베트 배낭여행 18. 10일째 (2015.9.8. 맑음) 따오청에서 샹그릴라 가는 길 따오청에서 샹그릴라로 떠나는 아침 6시 10분 버스를 타러 일찍 숙소에서 나왔다. 버스터미널 부근 식당은 사람들로 만원이다. 식사 후 배낭을 버스 짐칸에 싣고 차에 올랐다. 우리가 예약한 좌석번호에 사람들이 주르륵앉아 있었다. 그들의 좌석번호가 맞다. 우리 버스표는 어제 날짜였다. 이틀 뒤 표를 예약하였는데, 매표원이 하루 뒤 버스표를 끊어준 것이었다. 날짜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다. 날짜를 하루 미루어 탈 수는 있다고는 했으나, 좌석이 있을 때 얘기다. 다행히 뒤쪽에 자리가 있어 모두 탈 수 있었다. 하루에 한 번 뿐인 차를 타려고 하루를 여기서 더 보낼 뻔 하였다. 1시간 30분을 달려서 고갯길 어느 집 앞..

17. 충고사에서 따오청으로

동티베트 배낭여행 17. 9일째 (2015.9.7. 비 후 갬) 충고사(沖古寺)에서 따오청으로 야딩트래킹을 마치고 전동차를 타고 내려왔다. 뒤로 연신 쳐다보면서 언제 저길 다녀왔나 싶다. 힘은 들었지만 하산 지점에 있는 충고사(중국어로 충구스라 부른다)에 들렀다. '충고(沖古)'란 '호수를 메워 세운 절'이란 뜻이다. 우리도 연못을 메워 지은 절에 대한 설화가 더러 있다. 연못에는 신령스러운 용이 살고, 신령함은 부처님과 통한다는 그런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비는 그치고, 충고사 뒤에는 선내일(중국발음 시엔나이르)설산 (해발 6032m)이 머리가 허옇게 하고 서 있다. 산도 희고, 절도 희고, 그들 마음씨도 맑으리라. 티벳식 절이라서 장족들의 발걸음이 꽤 있다. 또 길에는 액세서리를 파는 장족 상인들도..

16. 야딩 트래킹

동티베트 배낭여행 16. 9일째 (2015.9.7. 때때로 비 후 갬) 야딩(亞丁) 트래킹 구름이 짙어지며 하늘을 덮더니 가는 비까지 내린다. 산속의 일기는 가늠할 수가 없다. 특히 고산의 날씨는 더욱 그렇다. 트래킹이야 그 강도가 덜하지만, 고산 등반에서 가장 힘든 것이 날씨의 변화다. 8시 반 이슬비 속에 길을 나섰다. 오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비가 와서 신발에 비닐집을 씌운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띤다. 당장 신발이 비에 젖지는 않겠지만, 바닥이 미끌하여 체력 소비가 많을 것 같다. 그래도 겉모습으로는 힘든 표정도 없이 오른다. 이것저것 걸쳐 입고, 2.4㎏나 되는 카메라를 메고 다닐라니 그것도 무겁다. 정면에서 바로 보이는 설산이 해발 5,958m 앙마이용설산이라는데, 산 어깨에는 눈이 시릴 ..

15. 야딩 가는 길 (따오청-야딩풍경구)

동티베트 배낭여행 15. 8일째(2015.9.6. 맑은 후 흐림)- 9일째(2015.9.7. 때때로 비 후 맑음) 야딩(亞丁) 가는 길 (따오청-야딩풍경구) 따오청에서 다시 차를 부려 도로공사가 한창인 야딩풍경구로 들어갔다. 기온은 22도로 괜찮으나 도로는 먼지투성이로 차가 지나가면 먼지가 풀풀 날린다. 따오청에서 1시간 15분이 걸려 3시 반에해발 3150m인 야딩풍경구 매표소 입구에 도착하여 짐을 내렸다. 운전기사가 명함을 주면서 자기 차는 절대 타지 말란다. 타지 말라며 명함은 왜 주는지 모르겠다. 여권을 제시하고 야딩풍경구로 들어가는 셔틀버스표와 입장권을 끊었다. 중국에서는 입장료가 무지 비싸다. 외국인도 조건이 되면 할인되므로 입장 할인을 받으려면 여권을 제시해야 한다. 셔틀버스를 타고 30㎞ ..

14. 리탕을 지나 따오청으로

동티베트 배낭여행 14. 7일째 (2015.9.5. 맑음)-8일째(2015.9.6. 맑은 후 흐림) 리탕(理塘)을 지나 따오청(稻城)으로 탑공사에서 리탕으로 차를 부렸다. 신도교로 거의 다 가서 리탕으로 둘러서 가는데, 기사가 집에 일이 생겨 동생이 다른 차로 모시겠단다. 집에 가는 방향이 달라서 다른 기사한테 우리를 차떼기를 한 것이다. 어쩔 수가 없이 중간에 차를 바꾸어 탔다. 차는 좁아서 배낭을 뒤에 쑤셔 넣고포개서 겨우 실었다. 리탕까지 200㎞를 그렇게 갔다. 리탕은 해발 4014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을 중 하나이다. 7대와 10대 달라이라마를 비롯하여 티벳불교의 주요 인물들이 그곳에서 태어났다. 1950년대 티베트인들이 중국에 저항한 주요 지역 중 하나여서, 지금도 중국 공안이 삼엄하게 ..

13. 탑공사(塔公寺)

동티베트 배낭여행 13. 7일째 (2015.9.5. 맑음) 탑공사 (塔公寺) 어제 몸이 으슬으슬 춥더니 아침은 밥맛이 없다. 친구가 준비한 누룽지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입맛이 없으니 중국의 향채가 더 멀어진다. 중국인들도 우리의 깻잎을 멀리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해라구빙천에서 사 온 당귀로 차를 끓여 마시며 몸을 따뜻하게 하였다. 오늘은 신도교를 떠나 탑공사에 갔다가 리탕(理塘)까지 가는 일정이다. 신도교에서 리탕까지는 205㎞이나, 리탕과 다른 방향으로 33㎞를 갔다가 와야 하니 270㎞는 움직여야 하는 셈이다. 해발은 3350m에서 4014m로 이동한다. 고산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더 있어야 한다. 신도교에서 탑공사 가는 길은 산과 강의 바위에 기원의 글씨가 빼곡하다. 산에 올라 바위마다 글씨를 쓴 것..

12. 공가사 트래킹

동티베트 배낭여행 12. 6일째 (2015.9.4) 공가사 트래킹 아침에 일아나 공가산 쪽으로 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하늘은 쾌청하고 기온은 선선하여 밀도 있는 공기가 방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점심용으로 삶은 달걀을 더 주문하였다. 짐을 가볍게 하고 작은 배낭으로 꾸렸다. 한 사람은 말을 타고 가기로 했는데, 마부가 벌써 대문 앞에 나와 있다. 처음 가는 길인 데다, 길 표시도 없는 곳에 마부가 곧 가이드가 되니 잘된 일이다. 동행인이 마부를 보고 이름을 물었더니, 그냥 마부로 불러달란다. 이곳 환경처럼 착하고 순하게 생긴 이 집 며느리인 마부이다. 객잔 앞 밭에서 임도로 들었다가, 공가사 표시판이 있는 내리막으로 들어선다. 요란하게 흐르는 냇가에 있는 출렁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공가사 가는 ..

11. 즈메이촌(子梅村)

동티벳 배낭여행 11. 5일째 (2015.9.3. 비 후 갬) 즈메이촌(子梅村) 우리가 도착한 마을은 해발 3500m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 상즈메이촌(上子梅村)이다. 얼핏 보면 앞뒤가 외부에서 막힌 것처럼 보여 은자의 거처처럼 자리 잡았다. 세상 티끌 들어오지 못할 궁벽한 산골이다. 하즈메이촌(下子梅村)은 거기서 다시 4㎞를 더 간다. 상즈메이촌은 3가구뿐이고,하즈메이촌이 더 크다고 한다. 우리가 머물렀던 티베트식 전통가옥은 1층은 마구간과 창고, 2층은 주인이 쓰는 공간으로 부엌이 있고, 숙박객은 3층에서 잔다. 3층은 난간을 잡고 오르내려야 할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집마다 말들이 다 있고, 집에 들어서면 말똥 냄새가 구수하다. 앞으로는 움푹 들어간 산 사이로 설산 공가산이 눈에 들어온다. 아까부터 ..

10. 고산에 핀 들꽃(1)

동티베트 배낭여행 10. 5일째 (2015.9.3. 비 후 갬) 고산에 핀 들꽃 (1) 동티벳 배낭여행하면서 본 꽃들이다. 해라구빙천, 즈메이촌 가는 길에 있는 야하야코우와 즈메이야코우, 그리고 즈메이촌에서 공가사 오르면서 보았던 들꽃들이다. 자주쓴풀, 곰취꽃, 바위채송화, 국화, 앵초가 있고, 솜다리와 비슷한 들풀도 있다. 나머지는 낯이 설다. 호도협에서 담아 온 들꽃들이 아직 남아 있기에 고산에 핀 들꽃(1) 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내가 담아 온 들꽃도 있지만 친구가 담아 온 사진도 동의를 얻어 같이 싣는다. 생명이 생겨나는 모습은 늘 경이롭지만, 지구의 생산자 식물을 가까이 하는 것은 신기하다. 그래서 발을 멈추고 들꽃이 피는 모습을 담아왔다. 산경도 좋지만 들꽃 구경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