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 426

월출산 무위사 / 소박하고 단정한 절집

2020 강진, 장흥, 해남 탐방 ① 월출산 무위사(無爲寺)소박하고 단정한 절집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2020.1.12)  ※ 중요 문화재극락보전(국보 제13호), 아미타여래 삼존 벽화(국보 제313호), 선각대사 부도비 (보물 제507호),백의관음도(보물 제1314호), 내면사면벽화(보물 제1315호)    월출산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무위사     무위사는 월출산 동남쪽 강진에 있는 절로 617년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절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바로 앞에 단아한 글씨체로 쓴 월출산 무위사(月出山無爲寺) 일주문이 보인다. 무위(無爲)란 노장철학에서는 인위(人爲)를 가하지 않는 것인데, 불교에서는 인위에 따라 이룬 것이 아니라 생멸(生滅)의 변화를 떠난 것이라 한다. 보..

국화빵 / 따스한 행복과 추억이 있는 풀빵

국화빵따스한 행복과 추억이 있는 풀빵   국화빵 / 서울 동대문시장 (서울 종로. 2019.12.10)    국화빵은 빵을 금형틀에서 구워내는 국화 모양 풀빵이다. 밀가루 반죽을 해서 부어 넣고, 그 속에 팥을 주로 넣지만 호두도 넣고, 단맛을 내기 위해 꿀이나 단 것을 넣어 만든다. 얼마 전 동대문시장에 갔다가 국화빵을 사 먹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추억의 풀빵이다. 종이봉지에 손을 넣으니 온기가 전하고, 입에 넣으니 바삭한 촉감과 따스한 팥앙금이 씹히는 그 식감이 좋다. 따스한 행복이 입속으로 쏙 들어왔다. 사람 얼굴을 보고 '국화빵이다'라는 것은 쏙 빼닮았다는 것이고, '학생을 국화빵처럼 만들면 경쟁력이 없다'는 거나, '내놓는 대책들이 국화빵'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고 전과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황학동 풍물시장 / 동묘 옆 벼룩시장

황학동 풍물시장 동묘 옆 벼룩시장 서울 중구 황학동 (2019.12.10) 황학동 풍물시장은 동묘역에서 청계천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는 벼룩시장이다. 동대문역에서 청량리 방면으로 왕산로를 따라 전철역 한 정거장 더 가면 동묘역이다. 동묘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지원하러 온 명나라 장수 진린이 촉한의 명장 관우의 사당을 세우기를 청하여 만든 사당이다. 왕산로는 일제에 맞서 싸우다가 붙잡혀서 처음으로 사형당한 의병장 왕산 허위를 기리기 위해 이름을 붙인 길이다. 왕산의 후손은 안동으로 시집갔으니, 한 분은 이육사의 어머니요, 한 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의 손부이다. 또 이곳 시장은 단종의 비 정순왕후가 시녀를 보내 채소를 팔며 끼니를 잇던 여인 시장터이기도 하다. 시장에 물건만 사러 오..

제주민속오일장 / 제주 5일장을 대표하는 장

제주민속오일장 제주 5일장을 대표하는 장 (2일, 7일) 제주시 오일장서길 (2019.11.27) 늦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려 오름을 오르려던 것은 포기하고 제주민속오일장 장구경을 하였다. 제주공항 부근에 있어 차만 있으면 찾아가기가 쉽다. 오일장 부근 주차장은 만원인데 비가 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적다. 장날은 반가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장 구경하고 한 대포 나눌 수 있는 날이다. 거름 지고 친구 따라 장에 가는 이유는 친구와 어울려 술 한잔하고 싶고, 친구의 청을 뿌리치지 못해서다. 장날 가면 그 지방의 특산물을 짐작할 수 있다. 싱싱한 어물전에는 은빛 갈치가 나왔고, 제주에서 많이 잡히는 방어도 있다. 채소시장도 생기가 돈다. 감귤, 키위 등 제주에서 재배하는 과일은 물론이고, 배추 무 콜..

오래된 버스 시간표 / 오지라는 표시

오래된 버스 시간표 오지라는 표시 산행 지도를 펴 놓고 안 가본 곳을 찾아서 가보고, 가본 곳이라도 새로운 길을 찾아서 다른 길을 찾아다니는 산행을 가끔 하였다. 그것은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속성일 수도 있다. 새로운 길도 좋고 그곳에서 만나는 꽃과 새소리는 생기를 불어 넣는다. 산행은 그래서 늘 신선하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차편이 별로 없는 외진 곳도 생긴다. 산행에서 오지(奧地)로 내려서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가게 문이나 버스 정거장 한 켠에 색이 바래거나 몇 번이나 수정한 오래된 버스 시간표는 오지라는 표시이다. 이런 경우를 겪으면, 귀가의 조바심보다는 이왕에 벌어진 일이고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생겨서 그 상황을 즐긴다. 작은 툇마루가 있는 가게에 들어가서 버스가 올 때까지 막걸리..

백양사 숲 / 산은 내장이요 절은 백양이라

정읍 여행 ⑤ 정읍에서 장성으로 백양사 숲산은 내장이요 절은 백양이라   '봄 백양, 가을 내장'이요, '산은 내장이요, 절은 백양'이란 말이 있다. 둘 다 명성이 높지만 견준다면 절은 백양이 낫다는 얘기다. 내장산 장성 쪽에 백양사가 있다. 백양사는 대중 앞에서 설법을 하던 환양선사의 꿈에 죄를 짓고 내려와 살던 흰 양이 나타나서, 스님의 설법을 듣고 환생하여 천국으로 가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 뒤 절 이름을 백양사로 고쳐 불렀다. 백양사는 고불총림(古佛叢林)으로 부른다. 총림은 참선도량인 선원(禪院)과 경전을 교육하는 강원(講院)과 계율을 가르치는 율원(律院)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총림이라 부르는 사찰은 다섯 군데인데, 그중 하나가 백양사이다.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숲길은 아름답다. 우리나라..

정읍 구절초 테마공원 / 구절초 꽃구경이 좋은 곳

정읍 여행 ④ 구절초 테마공원 구절초 꽃구경이 좋은 곳 전북 정읍시 산내면 (2019.10.31)  국화는 중국 진(晉) 나라 시인 도연명 이래로 은일의 상징으로 사랑을 받았다. 도연명은 국화를 '서리 속의 영웅(상하걸 霜下傑)'이라 불렀고, 소동파는 '꽂꽂한 선비의 기상(오상고절 傲霜孤節)'으로 여겼다. 조선의 선비 신경준은 국화가 모든 것이 다 피고 난 뒤에 피어 양보하는 정신에 가까운 '사양하는 마음'을 지닌 꽃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국화는 선비가 가까이 하였던 수양의 꽃이었다.  구절초(九節草)는 아홉번 꺾이는 풀, 음력 9.9에 꺾는 풀이라 하여 구절초라 부른다. 구절초는 뿌리채 캐내어 약으로 쓰는데 음력 9.9에 캐는 것이 약효가 가장 좋다고 한다. 구절초 줄기를 들여다보면 마디가 뚜렷이 있는..

옥정호 물안개 / 새벽에 보는 황홀경

정읍 여행 ③  옥정호 물안개 새벽에 보는 황홀경 전북 정읍시 산내면 (2019.10.31)  옥정호는 전북 정읍시 산내면과 임실군 강진면 사이에 있는 인공호수이다. 섬진강 다목적댐을 건설하면서 섬진강 상류인 이곳에 전북에서 가장 큰 인공호수가 생겼다. 옥정호란 이름은 댐이 있었던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玉井里)에서 유래한다. 옥정호 물안개 피어오르는 모습은 이곳의 구경거리다. 옥정호를 가장 조망하기 좋은 곳은 국사봉 전망대 휴게소로 가는 것이다. 거기서  20분 정도 걸리는 옥정호전망대로 올라가야 한다. 국사봉은 475m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산이지만 주변에 더 높은 곳이 없어 조망이 좋다.  물안개는 물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이다. 물안개는 주로 밤에 생긴다. 물은 주변보다 온도가 높고, 물 바로 위 공..

무성서원 / 최치원의 위패를 모신 서원

정읍 여행 ② 무성서원(武城書院) 최치원의 위패를 모신 서원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한국의 서원' 9곳 중 하나 전북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 (2019.10.30)  2019년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한국의 서원은 조선시대 성리학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으로 유학자의 위패도 모시고 있다. 한국의 서원이 세계적 유산이 된 것은 한국의 성리학 문화 전통을 역사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그 기능을 건축적 배치로도 잘 연결하여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지정된 곳은 소수서원 등 9곳이다. 정읍에 있는 무성서원도 그중에 한 곳이다. 무성서원은 통일신라시대에 태산 고을이었던 칠보면 무성리에 있는데, 우리나라 유학자의 효시로 꼽히는 고운 최치원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원래는 태산군수를 지낸 최치원..

내장사에 아직도 남은 신록

정읍 여행 ① 내장사에 아직도 남은 신록 전북 정읍시 (2019.10.30)  숲 동호인들과 정읍으로 여행을 떠났다. 정읍은 전북 남쪽으로 전남과 경계를 하고 있다. 정읍이라 하면 정읍사가 생각나고, 내장산 단풍이 연상되는 곳이다. 백제 시대부터 구전되어 온 전승가요인 정읍사는 행상을 나가서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아내가 고갯마루에 올라 부른 노래다. 요즈음 말로 옯기면 "달이 높이 돋으사 멀리 비취오시라. 어느 장에 계시온지요. 진 데를 디디올세라 어디에든 짐 놓고 오세요. 가시는 데 저물세라"라고 부른다. 남편을 생각하는 아내의 마음이 담겨 있다. 차를 타고 다니는 정읍은 주변 산이 부드럽다. 그 고개에 서서 아내는 정읍사를 노래하였다.   그 옛날 정읍사가 이곳을 대표하는 구전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