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 830

쥐똥나무에 대한 변론

쥐똥나무에 대한 변론 똥의 조어(祖語)는 '돋-'인데, 더럽다의 어근 '덜-'과 어근이 같다. 똥과 더럽다는 같은 말에서 나왔다. 두엄도 '둘-'이 어근인데 이 또한 같은 어근이다. 옛날에 두엄은 짚에 인분이나 외양간에서 나온 쇠똥이나 돼지똥을 섞어 만들었다. 거름의 주재료는 똥이었다는 얘기다. 농사를 지을 때 꼭 필요한 것이 거름이었다. 똥오줌이 비료였다. 그러나 천지창조신화에서 똥은 신성한 것을 여겼으며, 우리 전설에서도 신라 지증왕이 배우자를 찾는데 똥덩이가 큰 처자를 찾아서 왕후를 삼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도 길을 가다가 똥을 밟으면 그날은 재수가 좋다고 하고, 똥꿈을 꾸면 좋은 꿈이라 하였다. 한자로 똥을 분(糞)이라 하는데, 쌀 미(米)+다를 이(異)로, '쌀이 달리 된 것'이 똥이다. 그..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씨앗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씨앗   식물은 열매를 맺어 알맞은 장소로 이동하는 전략을 짜서 씨앗이 번식하도록 도운다. 식물은 어미 밑에서 자라면 그늘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 나름의 묘수를 내어 멀리 보내려 애쓰고 있다. 씨앗이 이동하는 방법으로는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것 , 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 어디에 달라붙어 이동하는 것이 있고, 때로는 스스로 힘으로 터져서 자리를 잡는 것이 있으며, 과육으로 유혹하여 동물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다.  식물이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볍거나 날개가 있어야 한다. 버드나무과 식물은 씨앗에 털이 모여 타래를 이루고 바람을 이용한다. 버드나무, 사시나무가 그런 나무이다. 씨앗에 날개를 달고 멀리 비행하는 나무도 있다. 단풍나무과(단풍나무, 신나무, 청시닥나무), 물풀레나무과..

가평 경반리계곡 가을꽃

가평 경반리계곡 가을꽃 경반리계곡 입구-칼봉산휴양림-분교터-경반사-경반리계곡 입구-승안리 입구 (2021.9.14)    여름이 빠져나간 숲은 잎에 빛이 바래기 시작하고 금방 헐거워진다.  빛은 열기가 누그러졌지만 숲 그늘이 없는 곳은 그래도 따끈하다. 이때가 되면 식물과 동물은 겨울을 준비한다. 나무와 풀은 한창 열매를 만들고 있다. 가을바람에 꽃을 내는 식물이 있으니 들썩이며 꽃 자랑하던 봄꽃에 비하면 차분하다. 봄 여름에 피던 꽃에 비해 다른 표현 색으로 벌 나비를 부른다.   가평은 경기도이지만 강원도와 접경지역이라 강원도에서 자라는 꽃을 이곳에서 볼 수도 있다. 가평읍에서 가까운 경반리계곡으로 갔다. 여름에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초가을이 되니 발길이 줄었다. 가평역에서 버스를 타고 경반리 맨 위..

닭의장풀 / 닭볏을 닮아 달개비

닭의장풀 닭볏을 닮아 달개비 과명 : 닭의장풀과 개화 : 7~10월 다른 이름 : 달개비. 닭의밑씻개 분포 : 전국 닭의장풀은 산과 들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닭장 부근에서 주로 자란다고 닭의장풀이라 이름을 붙였고, 닭볏을 닮아 달개비라 부르기도 한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닭의장풀은 봄부터 가을까지 오래 볼 수 있다. 꽃은 7월에서 10월까지 핀다. 대나무 잎처럼 생긴 잎 겨드랑이에서 나온 꽃대는 조개 모양 받침대에 둘러싸였다. 파란색 꽃은 고깔모자를 쓰고 있고, 고깔은 나비가 앉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꽃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쪽엔 파란 꽃잎이 둘, 아래쪽엔 작고 흰 꽃잎이 있어서 눈과 입처럼 생겼다. 꽃잎 안쪽에 샛노란 꽃밥은 마치 수탉의 눈빛 같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이 풀을 ..

서울식물원에 가다

서울식물원에 가다서울 강서구 마곡동(2021.9.7)  교외 숲으로 가려던 계획은 비가 와서 포기하고 서울식물원을 찾았다. 식물원은 수목을 한 군데 모아놓은 곳이니 짧은 시간에 많은 식물을 볼 수 있는 이점이 있고, 보지 못하였던 귀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궂은날에 찾아가기도 좋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어서 그곳에는 어떤 식물이 있을지 궁금하였다. 서울식물원은 온실과 주제 정원으로 되어 있고, 그 바깥으로 습지원, 호수원, 열린 숲이라 이름 붙인 공간이 있다. 온실과 주제 정원이 관람하는 주 공간이다. 온실은 열대와 지중해 12개 도시 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동남아 여행하면서 보았던 인도보리수와 처음 본 바오밥나무, 올리브나무 등이 있었다. 식충식물을 주제로 준비한 공간은 특이하였다. ..

귀룽나무 / 하얀 꽃이 뭉게구름처럼 피는 나무

귀룽나무 하얀 꽃이 뭉게구름처럼 피는 나무 과명 : 장미과 개화 : 4~6월 결실 : 7~9월 다른 이름 : 귀룽나무, 구룡목, 구름나무 분포 : 지리산 이북 산지나 계곡, 능선 이른 봄에 근교산을 오르자면 계곡 부근에 늘어진 나뭇가지에서 연둣빛 잎을 내미는 나무가 있다. 버드나무도 이른 봄에 잎이 나오지만 비슷한 시기에 연둣빛 잎을 내는 나무가 귀룽나무다. 멀리서 보면 우산처럼 늘어진 이 나무는 이름을 몰랐을 때는 버드나무이거니 하였다. 다른 나무들보다 더 빨리 잎을 내미는 귀룽나무는 꽃보다도 잎이 미리 나온다. 농사를 짓는 분들도 귀룽나무 잎을 보고 농사를 시작한다는 나무다. 4,5월에 꽃이 피는 귀룽나무는 하얀 꽃이 뭉게구름 같다고 하여 구름나무라 부르다가 귀룽나무가 되었다. 북한 이름은 아예 구름..

여름에 남한산성에서 피는 꽃 3. 팔월에 꽃 ①

여름에 남한산성에서 피는 꽃 3. 팔월에 꽃 ①   남한산성은 성벽의 주봉인 서쪽에 있는 청량산(481.2m)과 남동쪽에 있는 동장대를 중심으로 한 바퀴 빙 둘러 서 있다. 성 안쪽은 구릉성 분지로 사람들의 생활공간이고, 성 밖을 나서야 계절별로 특색을 갖춘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초봄에는 동문 바깥에서 노루귀와 앉은부채를 볼 수 있고, 서문 밖에서는 복수초를 구경할 수 있다. 봄이 무르익기 시작하면 서쪽과 남쪽에서 꽃잔치를 시작하는데, 봄부터 가을로 가면서 남서쪽에서 동북쪽 방향으로 차례로 피는 여러 꽃을 만날 수 있다. 여름 더위에 피는 꽃을 볼라치면 남쪽 옹성과 서문 밖을 찾아다녀야 한다. 성벽 밖은 전보다는 식생이 줄었다. 그래도 여름에 만날 수 있는 꽃이 있기에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다.    ..

여름에 남한산성에서 피는 꽃 2. 칠월에 꽃 ①

여름에 남한산성에서 피는 꽃 2. 칠월에 꽃 ①   꽃은 대부분 봄에 피는 것이 많고 여름에 피는 꽃은 적다. 그래서 여름철을 꽃 궁기라 부른다.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전년도에 모아 놓은 영양분으로 꽃부터 피운다면, 여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몸집부터 키우고 시작하는 것이 작전이다. 식물은 여름에는 한창 줄기와 잎을 키우고, 나름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 경쟁을 하는 계절이다. 살아 남아 꽃을 피운다는 것은 삶의 승리를 반쯤은 쟁취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후손을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 있으니 말이다. 꽃이 적은 여름 꽃 궁기에 남한산성 산등성이에서 이리저리 다니며 찾은 들꽃을 모았다.    ▲ 고삼(콩과) : 쓴맛이 나는 삼(蔘)이란 뜻에서 고삼(苦蔘)이라 한다. 산기슭이나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

8월에 남한산성에는 큰제비고깔이 핀다

8월에 남한산성에는 큰제비고깔이 핀다 - 2021.8.13 남한산성  큰제비고깔은 중부나 북부지방 깊은 산에서 피는 여름꽃이다. 그 귀한 꽃이 남한산성에서 피기에 매년 8월 한여름 그 꽃을 보러 간다. 큰제비고깔 잎은 단풍잎처럼 생겼고 가장자리가 손가락처럼 깊게 갈라지고, 꽃봉오리는 올챙이 같은 작은 꽃망울에서 시작한다. 드디어 8월이 되면 긴 꽁지를 비튼 보랏빛 싱싱한 큰제비고깔이 자태를 드러낸다. 꽃받침 안에는 검은색 얇은 막질의 꽃잎이 제비가 날아가는 것처럼 조르륵 앉아 있다. 꽃밥도 깜장이라 그냥 보면 구별이 어렵다. 올해는 작년이나 재작년보다 많이 피었다. 땀 흘리며 남한산성에 오른 보람이 있다.

8월, 가평 용추계곡 식물

8월, 가평 용추계곡 식물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승안리 (2021.8.25)  가평은 경기도 동쪽 끝이요 강원도와 경계로 수목들이 청청한 고장이다. 숲 동호인들과 가평 용추계곡으로 갔다. 용추계곡은 가평읍 승안리 칼봉산과 연인산 사이에 있다. 가평 읍내를 지나자 풍성한 초록이 펼쳐진다.  버스가 마을에 들어서면 차창 밖은 초록의 캔버스에 한 움큼씩 보이는 해바라기, 옥수수밭, 냇물, 사과나무 등이 점묘의 기법으로 뿌려 놓는 그림이 된다. 용추 종점에서 내리면 맑은 물줄기는 소리를 내고 달리고, 산은 주변을 에워싸서 하늘이 겨우 보일 정도이다.  물이 풍성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싱싱하다. 물과 나무로부터 왕성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햇빛과 물로부터 에너지를 듬뿍 받고 자란 식물들이다.  숲은 공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