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 829

달팽이와 봄철 식물

달팽이와 봄철 식물  어제 밭에서 뜯은 열무를 씻으려고 보니 달팽이가 묻어왔다.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달팽이집을 들어 조심스럽게 풀밭에 놓아주었다. 달팽이는 이끼나 풀을 먹는 초식동물로 밭곡식을 뜯어먹는 해충이다. 달팽이는 더듬이로 냄새, 기온, 바람, 먹이, 천적을 알아낸다. 4개의 더듬이에 우윳빛 눈알을 달고서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정교한 렌즈와 바늘구멍(동공)이 없어서 선명한 영상을 만들지 못하기에 뚜렷하게 볼 수는 없다.   몇 년 동안 걸어서 출근한 적이 있었다. 비 오는 날에는 사람 다니는 길에 달팽이가 많이 나온다. 달팽이는 습기를 좋아한다는데, 비 오는 날 숲에 물이 넘쳐 피난 나온 모양이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 발에 밟히거나 자전거에 비명횡사한 달팽이가 많다. 앞이 잘 안 보이는..

후박나무와 일본목련

후박나무와 일본목련  후박나무는 우리나라 남쪽 섬지방에서 자라는 난대림을 대표하는 나무다.  녹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고유 수종이다. 나무의 껍질이 위장을 치료하는 '후박(厚朴)'이라는 한약재로 쓰여 '후박이 나는 나무'라 후박나무가 되었다. 혹은 잎이 넓고 두꺼워 넓고 편안한 느낌이 들어 두텁고 거짓이 없다는 뜻의 후박(厚朴)을 일러 후박나무가 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일본목련은 목련과 인 낙엽교목으로 일본이 원산지인 식물이다. 조경수로 심기 위해 들여왔는데 근교 산기슭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목련은 꽃이 피고 난 뒤에 잎이 나는데, 일본목련은 잎이 핀 다음에 꽃이 핀다. 일본에서는 '호오노기'라 부르고 학명만 후박(厚朴)이라 하는 것을 수입하면서 후박나무와 혼용하여 잘못 쓴 것이..

시로미 / 한라산과 백두산에만 있는 식물

시로미 한라산과 백두산에만 있는 식물 과명 : 시로미과 개화 4~5월, 결실 10월 분포 : 한라산,백두산 시로미는 키가 다 커도 10㎝ 정도 되는 늘 푸른 나무다. 한라산 영실에서 어리목으로 산행을 하다가 보면 윗세오름 부근과 만세동산 부근에서 만날 수 있다. 잎은 주목이나 전나무와 닮았으나 길이나 너비가 그것보다는 짧고 좁다. 잎에 살이 많아 조금 통통하게는 보인다. 한라산과 백두산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나무로, 멸종위기식물로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만나기 어려운 이 귀한 나무는 이른 봄에 꽃이 피는데, 그때 산에 오르는 사람도 적지만 꽃이 작아 꽃인 줄 모르고서 지나치고 만다. 가을에는 둥글고 검붉은 열매를 맺는데, 까마귀가 좋아하는 열매라 한자로는 오리(烏李). 즉 '까마귀의 오얏'이고, 영어로..

한라산과 오름에 있는 식물 3. 한라산, 어승생악, 삼다수숲길

한라산과 오름에 있는 식물 3 한라산, 어승생악, 삼다수숲길, 가시리 들판2020.4.26~4.30  한라산과 오름에 오르다가 보면 나무 이름에 제주어로 부르는 이름을 같이 쓴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름이 유래가 되어 나무의 표준 이름으로 삼기도 한다. '똥낭'에서 돈나무로, '먹낭'에서 먼나무로, 쿠살낭이 구상나무로 정착한 것이 그 예이다. 그밖에 제주어로 쓴 것과 표준 나무이름을 찾아보았다. '솔피낭'은 솔피나무, '베염부기'는 비목나무, '본지낭'은  노박덩굴, 볼레낭은 보리수나무, 마께낭은 마과목, 가스레기낭은 사스레피나무가 그 예이다. 가막살나무나 덜꿩나무는 모두 '얼루레비낭'으로 부른다. 우리도 구별이 어려워 겨우 턱잎으로 분류하는데, 제주 사람들은 같이 부른 것 같다. 제주어로 쓴 식물을 ..

한라산과 오름에 있는 식물 2. 한라산, 어승생악, 궷물오름

한라산과 오름에 있는 식물 2 한라산, 어승생악, 궷물오름2020.4.26~4.30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4,000여 종의 식물 중 1,800여 종이 한라산에서 산다고 한다. 아열대 식물부터 한대 식물까지 수직 분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열대의 북방 한계이고, 한대의 남방 한계 지역이어서 그야말로 우리나라 식물의 보고여서 한라산이 곧 식물원이라 할 수 있다. '서귀포에서 본 식물'에 이어 한라산과 오름을 다니면서 본 식물을 2번으로 나누어, 모두 3번에 걸쳐 정리한다.   ▼ 가막살나무(인동과) - 2020.4.29 어승생악흰 꽃이 우산 모양 꽃차례로 가득 피고, 가을이면 꽃차례마다 콩알만 한 붉은 열매가 익는다. 이 열매를 까마귀가 잘 먹는다 하여 '까마귀의 쌀나무'란 뜻인 가막살나무란 이름이 붙었..

서귀포에서 본 식물

서귀포에서 본 식물 2020.4.26-4.30  제주도의 식생은 아열대의 북방한계여서 육지에서 보지 못하는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다. 꾸준히 한 장소로 여행가면서 식물을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기쁨이다. 서귀포에 숙소를 두고 한라산이나 오름을 가는 시간 외에 빈 시간에 만날 수 있었던 식물들을 정리하였다.    ▼ 감탕나무(감탕나무과)감탕나무 속껍질을 벗겨 삶거나, 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면 수액을 받아 감탕을 얻을 수 있다. 감탕이란 동물 가죽이나 뼈를 고아 굳힌 아교에다 송진을 끓여서 만든 접착재였다. 감탕을 얻을 수 있다 하여 감탕나무란 이름이 붙었다.    ▼ 구골목서(물푸레나무과)열매에 구연산 성분이 있고 뼈질환에 좋아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목서에는 금목서 은목서 등..

제주 왕벚나무 자생지

제주 왕벚나무 자생지왕벚나무는 한라산이 자생지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2020.4.26)제주도 제주시 봉개동 (2020.4.27)   왕벚나무 / 제주시 봉개동 (2020.4.27)      벚꽃이 한창이면 사람들이 벚꽃을 찾아 나설 때인데 올해는 코로나 감염증으로 그 마저 어려웠다.  벚나무는 종류가 많아 벚나무, 산벚나무, 왕벚나무, 올벚나무, 개벚나무, 섬벚나무에 수양올벚나무도 있다. 일본의 국화는 벚나무가 아니라 왕벚나무이다. 그들은 자생지를 아직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는 왕벚나무 자생지가 제주 신례리와 봉개동, 해남 대둔산 자락에 있는 것으로 밝혔다. 왕벚나무를 세계에 학명으로 등록할 때 우리나라가 유일한 자생지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우리나라가 일본 국화인 왕벚나무의 자생지임..

봄맞이 /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꽃

봄맞이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꽃 과명 : 앵초과 개화 : 4~5월 다른 이름 : 봄맞이꽃 봄맞이 / 경기도 성남 (4.11) 매화와 복사꽃은 진작에 졌는데 아직도 봄은 차다. 봄이 들녘으로 건너오고 있을 즈음에 양지 볕에서 봄을 맞는 꽃이 있다. 풀밭이나 논두렁 밭두렁에서 볼 수 있는 앵초과의 봄맞이다. 봄을 맞는다는 의미인 '봄맞이'와 구별하려고 그랬는지 '봄맞이'를 '봄맞이꽃'이라고도 부른다. 이름 그대로 봄에 일찍이 꽃을 피워 봄을 맞는다는 꽃이다. 말이 일찍이지 봄맞이는 봄이 제법 들어선 4월에야 볼 수 있다. 그러니 봄맞이가 피면 정말 봄이 온 것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봄맞이를 보면 오돌토돌한 반원형 뿌리 잎이 사방으로 퍼졌는데, 꽃은 모여서 핀다. 꽃에 비해서 꽃대는 길고. 그 위에 짧은..

벚나무 잎에 꿀샘

벚나무 잎에 꿀샘 남한산성에 오르다 보면 벚나무가 많다. 4월 중순이 되어 벚꽃 잎이 눈처럼 흩어지며 떨어지더니 4월 중순이 지나고 비가 내리자 꽃잎은 다 떨어지고 말았다. 올벚나무는 꽃이 잎보다 미리 피어 그렇다고 치더라도, 꽃과 잎이 같이 나는 산벚나무도 벌써 꽃이 거의 졌다. 벚꽃은 한꺼번에 꽃을 피우고 한꺼번에 떨어지며, 무궁화는 조금씩 꽃을 피우고 천천히 진다. 한꺼번에 꽃을 피우는 것은 잎이 나기 전에 곤충을 모두 불러들여 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해서고, 무궁화처럼 조금씩 꽃을 피우는 것은 꽃가루받이를 최대한 많이 하려는 꽃의 전략이다. 벚꽃이 지니 잎사귀가 늘어났다. 여린 잎이 보들보들하다. 바로 밑에 자라는 꼭두서니는 애벌레의 공격을 받아 잎사귀가 없어진 것이 있는데, 벚나무는 잎에 꿀샘을 만..

나무 새순 / 잎눈과 꽃눈

나무 새순 잎눈과 꽃눈 나무에 새순이 나왔다. 나무는 봄이 되면 겨울눈에서 잎눈과 꽃눈이 나온다. 대부분 나무는 잎눈과 꽃눈이 같이 있지만 생강나무와 산수유는 따로 있다. 가지 안쪽에 겨울눈이 숨어 있는 아까시나무나 회화나무에서도 새순이 나오는 봄이다. 나무는 열매를 많이 연 해에는 다음 해에 조금은 조절하지만, 나무는 쉬는 법이 없다. 나무가 꽃을 피우려면 어른 나무가 되어야 하지만, 일단 나무는 뿌리를 내리면 참으로 열심히 산다. 나무의 잎은 광합성과 호흡과 증산작용을 하는 나무 공장의 첨병이다. 잎이 한 곳에 무성하게 돋아 있는 나무는 온도를 높이는 수단이며, 잎이 드문드문 나는 나무는 그 정도는 필요 없다는 선택이다. 나뭇잎의 모양과 크기가 어떠하든 나뭇잎의 무성한 정도는 광합성을 효율적으로 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