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산 넘고 산/북한산과 서울의 산 119

청계산 /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청계산 (618m) 경기도 성남,의왕 (2009.8.22) 옛골-혈읍재-망경대-석기봉-이수봉-국사봉-하오고개 갈림길-원터마을 갈림길-옥박골 (5시간 15분) 계절의 변화는 산에서부터 온다. 무성하던 여름 숲이 성글어지고 바람결이 한결 선선해졌다. 숲속 매미 울음소리는 부드럽다. 며칠 사이에 제 짝을 찾아야 하는데 성급함이 없다. 풀벌레는 높은 옥타브로 길게 울어댄다. 닭의장풀은 벼슬을 곧추세우고 누리장나무는 오무렸던 봉오리를 펴며 벌나비를 찾는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자 꽃과 풀들이 바빠졌다. 짙은 초록 산빛이 조금씩 까슬해지며 그 기운이 하늘로 옮겨가고 있다. 하늘빛이 푸르러지자 멀리 있던 산들이 가까이 다가선다. 맑은 하늘에 제 얼굴들을 가까이 비치고자 하는 모양이다. 국사봉에서..

북한산 영봉 / 더워도 산은 시원하다

더워도 산은 시원하다 북한산 영봉(604) 경기도 고양,서울 강북구 (2009.8.15) 서울 24~34℃,북한산 20~30℃ 아침에 매미 우는 소리가 여유가 있는 걸 보니 매미도 지낼만한 모양이다. 날씨가 엄청 더울 때는 매미소리도 날카롭다. 발목 부상으로 한달만에 산행을 하였다. 하루재를 넘는다. 하루재는 북한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쉼터이다. 옛날에 차가 없던 시절 서울 도성에서 미아리를 거쳐 북한산을 넘어 송추로 가자면 하루 해가 다 되어 도착한다는 곳이다. 인수봉 전망터 영봉에 오르니 폭염에도 인수봉 높은 바위에 바위꾼들이 매달려 있다. 그들은 바위에 매달려 그럴 것이다. '아무리 더워 봐라 내 신명나는 일을 누가 막으랴'라고. 일은 신명이 나야 재미 있다. 등 떠밀려 하면 신도 나지 않고 재미..

수락산 청학동~흥국사 / 물이 흘러 수락, 골이 맑아 옥류

수락산(水落山. 638m) 물이 흘러 수락, 골이 맑아 옥류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2009.7.19) 마당바위-옥류폭포-금류폭포-내원암-수락대피소-정상-철모바위-코끼리바위-하강바위-치마바위-도솔봉-동막골 갈림길-덕능고개(불암산) 갈림길-흥국사 ( 4시간 ) 포천 백운산에서 내려온 한북정맥은 축석령에서 갈라져 한줄기는 북한산으로, 또 한줄기는 수락산으로 내려오며 건너다보고 있다. 신라 때 화랑 5계로 이름 높은 원광법사가 절을 열고 절이름을 수락사(水落寺)라 하였고, 산이름을 수락산이라 지었다. 지금은 숲이 옅어졌다 하지만 조선시대 세조가 직접 군졸을 이끌고 호랑이를 잡으러 왔다는 산이다. 김시습이 북한산 중흥사에 있다가 수양대군의 쿠데타 소식을 듣고 한양을 들러 숨어든 산이 수락산이고, 내원암에 머물..

북한산성과 행궁터

북한산성과 행궁터를 돌아보며 북한산 문수봉(727m) 고양,서울(2009.6.7) 북한동-중성문-중흥사터-행궁터-남장대터-청수동암문-문수봉-대남문-구기동(4시간반) 기원 전 1세기 백제가 한성을 도읍으로 삼고, 산성을 쌓으면서 북한산이 역사에 등장한지도 2천년이 넘었다. 북한산은 지리적으로 한반도 중심에 있고,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숙종 원년(1675년)부터 북한산성 축성 얘기가 나온 것인데, 청나라와 맺은 조약에 따라 성을 쌓을 수 없다느니,물이 없어 쌓기 힘드다느니,도성을 두고 산성을 쌓으면 힘이 분산된다느니, 지맥을 끊는 일이어서 안되느니 하는 수 많은 반대로 37년(1711년)만에 산성을 쌓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축성 반대론자 주장에도 일리는 있었으나, 결국 산성은 성으..

북한산 영봉 / 영령의 영면을 구하는 산

영령의 영면을 구하는 산 북한산 영봉(靈峰 604m) 서울 도봉구 (2009.6.6) 우이동-용덕사-육모정고개-영봉-하루재-백운능선-우이동(4시간) 봄이 깊어지고 여름이 능선까지 올라오는 현충일 아침 영봉에 올랐다. 지난번 산길 여기저기 있던 산꾼들 죽음을 추모하는 비석들이 다 없어졌다. 이 산이 죽은 자들만의 산은 아닐 테니 비석을 치운다 한들 탓할 일은 못되지만 영혼의 영면을 구하는 산이었는데 그 영혼은 어디 가서 안식할 것인가. 정상에 이를 무렵 멧비둘기 한 마리가 낙뇌 맞은 고목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은 새를 통해 뜻을 전달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왕권 교체나 큰 변고나 큰 인물 탄생 등을 새의 행동을 통해 암시를 받기도 했다. 멧비둘기는 영령의 심부름꾼으로 이 산에 올라..

청계산의 봄

청계산의 봄 서울, 성남 (2009.4.12) 옛골-혈읍재-마왕굴-이수봉-국사봉-금토동(5시간) 봄은 색깔로 다가온다. 겨울이 긴 만큼 봄빛이 더 밝다. 겨우내 모진 추위를 견딘 초목들이 움트고 혈읍재엔 박새가 봄 마중 나와 분주하다. 청계산 숲도 깊은 산을 닮아가고 있다. 피나물 현호색 괴불주머니 개별꽃 흰제비꽃이 피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꿩의바람꽃도 숨어 있었다. 노린재나무 국수나무 팥배나무엔 물이 올라 잎이 제법 피었고 금토동 하산길엔 넘치는 진달래로 산빛이 화사하다. 산복숭아 현호색 꿩의바람꽃 혈읍재 진달래 조팝나무

여성봉과 오봉 / 자연이 빚은 오묘한 조화

자연이 빚은 오묘한 조화 여성봉,오봉(660m) 경기도 양주시,서울 도봉 (2009.3.28) 송추골-송추남능선-여성봉-오봉-송추폭포-송추계곡-송추분소-송추골(4시간반) 봄은 오고 있으나 아직 북사면 산빛은 희다. 도봉산은 사람이 많아 몸살을 앓는데, 아직 여성봉 오봉 산길은 그래도 덜한 편이다. 철줄을 붙잡고 여성봉에 오르면 자연이 빚어놓은 오묘한 여성 모습에 감탄을 하는 사이에 눈 앞 조망이 갑자기 훤해진다. 건너편 오봉 바위는 눈을 떼는 사이 금방이라도 굴러서 떨어질듯한 모습으로 위태하다. 수만 년 수천만 년 저리 서 있으면서 모두가 조바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서 있도록 사람들의 눈을 잡아 놓았을 것이다. 오봉에 오르니 구름이 걷혀 상장능선 너머 히끗히끗한 북한산 높은 봉우리가 그림처럼 눈 앞에 서 ..

인능산-대모산-구룡산 종주

인능산-대모산-구룡산 종주 인능산(仁陵山), 대모산(大母山), 구룡산(九龍山) 성남, 서울 (2009.2.8) 옛골-넘 밑골-인능산-오야동능선-헌인마을-엘림동산-대모산-구룡산-학술진흥원(5시간) □ 인능산(仁陵山 326.5m) 성남시 상적동, 심곡동, 신촌동. 서울 강남구 세곡동 조선시대 영남으로 가는 큰 길인 영남대로는 지금 양재역 사거리인 말죽거리를 지나 청계산 입구 원터를 지나 옛골과 금토동 고개로 넘어서 갔다. 과객들이 머물다 간 원(院)이 있었던 자리라서 원터이다. 옛골에서 청계산은 西로 가고 인능산은 東으로 간다.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 청계산과 달리 한적하다. 이정표가 있어서 기본지도만 가지고 있으면 길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산은 신구대 연습림과 군부대가 크게 차지하고 있어서 정상까지 가..

청계산 / 눈이 설경산수도를 그리고

청계산(615m) 눈이 설경산수도를 그리고 의왕, 서울 (2009.1.17) 원터마을-하우현성당-국사봉(542)-이수봉(547)-석기봉(583)-망경대(615)-매봉(582)-매바위-옥녀봉(376)-양재 화물터미널 (5시간 반) 지난 연말 하오고개에서 끝난 광교산 종주를 청계산 종주로 이어갔다. 들머리 하우현 성당은 전국에서 가장 작은 본당 성당이라는 소문에 걸맞게 아담하다. 두리번거리다가 안내를 받고 차 한잔 얻어 마셨다. 작고 소박하고 인심을 내는 곳이다. 어제 내린 눈이 많이 녹았다. 어릴 때는 눈이 오면 혀를 내밀고 눈을 받아먹었는데,이젠 상상도 못 한다. 소설(小雪)과 대설(大雪)에 눈이 없어 온 산하가 가물었는데, 소한(小寒) 지나 눈이 내렸지만 너무 적다. 사각사각 눈 내리고 뽀드득 눈을 밟..

북한산 의상능선 아름다운 바윗길

아름다운 바윗길 북한산 의상능선 서울 은평구·종로구 (2008.12.14) 백화사-의상봉-용출봉-용혈봉-나월봉-나한봉-문수봉-대남문-구기동(5시간) 북한산이 아름답고 수려하기는 정평이 나있는 산이고 서울을 끼고 있어서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북한산을 찾은 지 30년이 넘었고 1년에 최소 10번은 다녔으니 삼백번은 족히 넘은 산이다. 다시 집이 북한산과 멀어졌지만 그래도 배낭을 짊어지고 길을 나서면서 산길을 머리 속으로 이리저리 그려서 갈 수 있는 산이 북한산이다. 의상능선 오르는 바윗길은 사람이 많아져서 반들반들하다. 이제는 의상능선도 옛날의 의상능선이 아니다. 등산인구도 늘고 산길을 선택하는 난이도도 자꾸 높아져 의상능선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의엿한 산 아름다운 산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인 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