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산 넘고 산 614

마니산 2. 함허동천능선 풍경이 압권

마니산(469.3m) 2 함허동천능선 풍경이 압권 인천광역시 강화군 (2009.9.5) 함허동천 야영장-능선길-마니산-참성단(465)-능선길-야영장(4시간 반) 자전거를 타고 흥왕리 바닷가로 나갔다. 늪에서 오리들이 놀라서 물줄기를 길게 그리며 달아나고, 포구에는 어부들이 어구를 손질하고 배 띄우느라 바쁘다. 벼가 익어가는 들판을 가로질러 마니산 너머로 해 떠오르는 것을 보고 한참 뒤에야 산에 올랐다. 함허선사가 도를 닦던 함허동천 능선을 길게 올라서느라 온몸이 땀이다. 가는 여름이 마지막 열기를 뿜어내는지 한낮 기온에 소금이 눈에 맺히도록 따갑다. 함허선사를 만나러 온 아내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각시바위가 되어 오늘도 멀리 분오리 갯벌에 서있다. 마니산은 백두산과 한라산 가운데 있기에 또 의미가 있는 ..

청계산 /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청계산 (618m) 경기도 성남,의왕 (2009.8.22) 옛골-혈읍재-망경대-석기봉-이수봉-국사봉-하오고개 갈림길-원터마을 갈림길-옥박골 (5시간 15분) 계절의 변화는 산에서부터 온다. 무성하던 여름 숲이 성글어지고 바람결이 한결 선선해졌다. 숲속 매미 울음소리는 부드럽다. 며칠 사이에 제 짝을 찾아야 하는데 성급함이 없다. 풀벌레는 높은 옥타브로 길게 울어댄다. 닭의장풀은 벼슬을 곧추세우고 누리장나무는 오무렸던 봉오리를 펴며 벌나비를 찾는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자 꽃과 풀들이 바빠졌다. 짙은 초록 산빛이 조금씩 까슬해지며 그 기운이 하늘로 옮겨가고 있다. 하늘빛이 푸르러지자 멀리 있던 산들이 가까이 다가선다. 맑은 하늘에 제 얼굴들을 가까이 비치고자 하는 모양이다. 국사봉에서..

북한산 영봉 / 더워도 산은 시원하다

더워도 산은 시원하다 북한산 영봉(604) 경기도 고양,서울 강북구 (2009.8.15) 서울 24~34℃,북한산 20~30℃ 아침에 매미 우는 소리가 여유가 있는 걸 보니 매미도 지낼만한 모양이다. 날씨가 엄청 더울 때는 매미소리도 날카롭다. 발목 부상으로 한달만에 산행을 하였다. 하루재를 넘는다. 하루재는 북한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쉼터이다. 옛날에 차가 없던 시절 서울 도성에서 미아리를 거쳐 북한산을 넘어 송추로 가자면 하루 해가 다 되어 도착한다는 곳이다. 인수봉 전망터 영봉에 오르니 폭염에도 인수봉 높은 바위에 바위꾼들이 매달려 있다. 그들은 바위에 매달려 그럴 것이다. '아무리 더워 봐라 내 신명나는 일을 누가 막으랴'라고. 일은 신명이 나야 재미 있다. 등 떠밀려 하면 신도 나지 않고 재미..

수락산 청학동~흥국사 / 물이 흘러 수락, 골이 맑아 옥류

수락산(水落山. 638m) 물이 흘러 수락, 골이 맑아 옥류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2009.7.19) 마당바위-옥류폭포-금류폭포-내원암-수락대피소-정상-철모바위-코끼리바위-하강바위-치마바위-도솔봉-동막골 갈림길-덕능고개(불암산) 갈림길-흥국사 ( 4시간 ) 포천 백운산에서 내려온 한북정맥은 축석령에서 갈라져 한줄기는 북한산으로, 또 한줄기는 수락산으로 내려오며 건너다보고 있다. 신라 때 화랑 5계로 이름 높은 원광법사가 절을 열고 절이름을 수락사(水落寺)라 하였고, 산이름을 수락산이라 지었다. 지금은 숲이 옅어졌다 하지만 조선시대 세조가 직접 군졸을 이끌고 호랑이를 잡으러 왔다는 산이다. 김시습이 북한산 중흥사에 있다가 수양대군의 쿠데타 소식을 듣고 한양을 들러 숨어든 산이 수락산이고, 내원암에 머물..

육백산 오지산행, 성황골 이끼폭포

육백산과 성황골 이끼폭포 / 첩첩산중 육백산 오지산행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2009.7.4) 황새터-오지 코스-육백산(1244)-장군목-육백 지맥-도마재-이끼폭포-큰말-산터마을 정선 두문동재를 넘고 삼척 통리재를 넘어 깊고도 깊은 오지마을 도계읍 황조리에 다다른 것은 서울서 버스로 4시간반이나 열심히 달려 정오가 다되어서였다. 한 시간은 숲길을 새로 만들어 나가야 하고 뱀이 있을지 모르는 길이라 긴 막대를 들었다. 풀쐐기에 물리고 숲에 긁히고 비온 뒤라 미끌하고 낙엽이 깊어 오름이 더뎠다. 천지에 널린 복분자를 입에 털어 넣으며 비 오듯 땀을 흘렸다. 숲길을 차고 임도에 다다르니 초롱꽃과 꿀풀이 지천이다. 육백산 아름답고 울창한 숲길이 갑자기 호젓하다. 해발 천 고지가 넘는 산들이 호위하고 정상 넓은 ..

북설악 마산봉 / 새이령 옛길과 물굽이 계곡길

마산봉(1052m) 새이령 옛길과 물굽이 계곡길 강원도 고성군 (2009.6.27) 알프스리조트-대간길-마산봉-병풍바위(1058)-전망바위-큰새이령(641)-마장터-물굽이 계곡-흘리 계곡-흘리 강원도 고성은 대한민국 최북단이요, 마산봉 일원은 북으로 산행하는 백두대간 마지막 구간이다. 날씨가 좀 더웠지만 최북단이라 더위가 좀 덜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길을 떠났다. 고추잠자리가 맴을 도는 날씨인데, 몇 주 산을 쉬었더니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오르막은 항상 힘들다. 마산봉에서 가까이 북측 산이 보인다. 작은 능선 두어 개만 넘으면 바로 금강산이다. 새이령 건너보는 신선봉도 올라보면 금강산 신선봉이라고 되어있다. 신선봉은 미시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 황철봉과 마주 보고 있는 산으로 지금은 자연휴식년 제한 ..

북한산성과 행궁터

북한산성과 행궁터를 돌아보며 북한산 문수봉(727m) 고양,서울(2009.6.7) 북한동-중성문-중흥사터-행궁터-남장대터-청수동암문-문수봉-대남문-구기동(4시간반) 기원 전 1세기 백제가 한성을 도읍으로 삼고, 산성을 쌓으면서 북한산이 역사에 등장한지도 2천년이 넘었다. 북한산은 지리적으로 한반도 중심에 있고,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숙종 원년(1675년)부터 북한산성 축성 얘기가 나온 것인데, 청나라와 맺은 조약에 따라 성을 쌓을 수 없다느니,물이 없어 쌓기 힘드다느니,도성을 두고 산성을 쌓으면 힘이 분산된다느니, 지맥을 끊는 일이어서 안되느니 하는 수 많은 반대로 37년(1711년)만에 산성을 쌓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축성 반대론자 주장에도 일리는 있었으나, 결국 산성은 성으..

북한산 영봉 / 영령의 영면을 구하는 산

영령의 영면을 구하는 산 북한산 영봉(靈峰 604m) 서울 도봉구 (2009.6.6) 우이동-용덕사-육모정고개-영봉-하루재-백운능선-우이동(4시간) 봄이 깊어지고 여름이 능선까지 올라오는 현충일 아침 영봉에 올랐다. 지난번 산길 여기저기 있던 산꾼들 죽음을 추모하는 비석들이 다 없어졌다. 이 산이 죽은 자들만의 산은 아닐 테니 비석을 치운다 한들 탓할 일은 못되지만 영혼의 영면을 구하는 산이었는데 그 영혼은 어디 가서 안식할 것인가. 정상에 이를 무렵 멧비둘기 한 마리가 낙뇌 맞은 고목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은 새를 통해 뜻을 전달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왕권 교체나 큰 변고나 큰 인물 탄생 등을 새의 행동을 통해 암시를 받기도 했다. 멧비둘기는 영령의 심부름꾼으로 이 산에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