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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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을 손님처럼 공경하라

'부인을 손님처럼 공경하라' 퇴계는 두 번이나 결혼하였으나 모두 사별하였다. 첫 번째 부인 허 씨는 퇴계가 21세에 결혼했는데 6년 만에 병으로 사별하였고, 3년 뒤 권씨부인과 재혼하였는데 사화를 겪은 충격으로 정신이 이상한 부인을 맞이하여 16년간 불행하게 살았어도 지극 정성으로 부인에게 대하였다. 퇴계는 평소에 처가향념(處家向念)을 제가(齊家)의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치고 몸소 실천하였다. 지금도 퇴계 가문에서는 '첫째, 부모에게 불효한 사람과는 대화를 나누지 말 것. 둘째, 처가에 향념이 없는 사람은 교제하지 말 것. 셋째, 아내를 쫓아낸 사람과는 사업을 같이 하지 말 것이라는 가규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첫째부인 허 씨 무덤을 보존하고 있고, 사별 후 장모를 극진히 봉양하였다. 둘째부인 사..

수연산방 / 작가 이태준의 옛집

수연산방 / 작가 이태준의 옛집 서울 성북구 성북동 (2007.3.30) 삼선교-성북초등학교-성북2동 사무소-이태준 옛집 (걸어서 20분) 상허 이태준 작가(尙虛 李泰俊. 1904~?) 의 옛집을 찾았다. 1930년 집을 지어 광복 후 1947년 월북할 때 까지 가족과 같이 살았던 집이다. 1930년대 시에서는 정지용이, 소설에서는 이태준이 대표작가였다고 하는데, 모두 납북이나 월북한 아픔을 겪은 문학인이다. 이태준은 남쪽에서는 월북작가로 북쪽에서는 반동 작가로 어느 쪽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2004년 상허가 태어난 철원에서 민족작가들 힘으로 탄생100주년 기념식과 흉상 제막식이 있었다. 월북작가라는 이유로 주민 반대가 있었으나 설득이 되었는지 현 정부 물결의 힘인지 문학제가 열렸다. 상허..

옥순봉

옥순봉(玉筍峰) 단양군 단성면 장회리 이퇴계가 조선 명종 때 단양군수로 있으면서 빼어난 절경을 보고 단양팔경을 지정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단양산수기에 기록하였다. 절개있는 선비 모습을 닮은 절경 옥순봉은 희고 푸른 암벽이 비온 뒤 죽순이 솟은 것 같다하여 지은 이름인데 단양산수기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구담봉에서 여울을 거슬러 가다가 남쪽 언덕을 따라가면 절벽 아래에 이른다. 그 위에 여러 꽃봉우리가 깎은 듯이 서 있는데, 천길 바위가 죽순과 같이 높이 솟아 하늘을 버티고 있다. 그 빛이 혹은 푸르고 혹은 희어 푸른 등나무 같은 고목이 아득하게 침침하여 우러러 볼 수는 있어도 만져볼 수는 없다. 이 곳을 내가 옥순봉이라 이름지은 것은 그 모양 때문이다. 옥순봉엔 재미있는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

죽령

죽령(竹嶺) 689m 충북 단양, 경북 영주 죽령은 경상과 충청을 가로지르는 백두대간상 큰고개 이다. 오르막길 30리요 내리막길 30리여서 차 없을 때엔 고개 넘는데도 하루가 걸렸던 곳이다. 옛날 중앙선 보통열차를 타고 죽령굴을 들어가면 히뿌연 형광등 불빛이 가물가물 하였고, 디젤기관차에서 나오는 연기가 차안에 자욱하여 코를 막으며 숨을 못 쉴 정도였다. 열차가 죽령역에 서면 철로가에 숨어있던 근처 사람들이 창문새로 짚으로 묶은 찐옥수수를 팔았었다. 요즈음은 중앙고속도로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는 자동차굴(4.5㎞)이 뚫려 잠깐이면 지날 수 있으니 격세지감이 있다. 죽령은 옛부터 문경새재와 추풍령과 함께 영남과 호서를 잇는 관문이었다. 과거보는 사람에게 죽령은 주르륵 미끄러지고, 추풍령은 추풍낙엽과 같이..

길상사 / 도심 속 고요한 절

도심 속 고요한 절 길상사 / 서울 성북구 성북동 (2007.3.30) 삼선교에서 삼청터널 방향-천주교 성북동성당-길상사 (걸어서 20분) 길상화(吉祥華) 김영한님이 음식점이었던 대원각 7천여평을 희사하고, 법정스님이 가꾸어 다시 태어난 절이 길상사(吉詳寺)이다. 단청도 없고, 그리 요란한 맛도 없어 도심 속..

법정 "삶의 현장이 곧 도량"

“삶의 현장이 곧 도량” 법정스님 동안거 해제 법문(2007.3.4 길상사에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학교와 직장이 바로 도량 입니다. 그런데 특정한 장소에 집착해 어디에 가야만 수행이고 기도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이는 비본질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가 처한 삶의 현장이 곧 도량 입니다. 어수선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 혼돈스러운 세태에서 도량이 없으면 세태의 물결에 휩쓸립니다. 분별과 집착을 떠나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리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곧 도량입니다. 도량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 입니다. 유마경(維摩經·일상에서 해탈을 체득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담은 경전)의 일화가 있습니다. “한 스님이 조용히 공부하고 싶어 도량을 물색하던 중 유마 거사와 마주쳤습니다. ‘도량에서..

주목 / 천년을 살고 죽어도 의엿함이여

주목(朱木) 천년을 살고 천년을 죽어도 의엿함이여 겉도 붉고 속도 붉어 朱木이라오 눈바람 큰바람 천지간에 몰아치고 거친 세상 살아가랴 속살이 다 비어도 천지간에 우뚝 서서 세상을 본다. 천년을 살고 천년을 죽어도 오랜 세상 하루처럼 의엿하다오. 주목 / 청옥산 (동해 2006.5.31) 주목 / 가리왕산 (정선 2005.5.11) 주목 / 태백산 (태백 2007.2.1) 주목 / 태백산 (태백 2007.2.1) 주목 / 오대산 (평창 2007.5.24) 주목 / 오대산 (평창 2007.5.24) 주목 / 함백산 (태백 2007.1.19) 주목 / 함백산 (태백 2007.1.19)

경허선사 선시 '우연한 노래'

경허(鏡虛)선사 선시      우연한 노래(偶吟)   노을 비낀 절 안에서무릎을 안고 한가로이 졸다가소소한 가을바람 소리에 놀라 깨보니서리친 단풍잎만 뜰에 가득해 시끄러움이 오히려 고요함인데요란하다 해도 어찌 잠이 안 오랴고요한 밤 텅 빈 산 달이여그 광명으로 한바탕 베개하였네 일 없음이 오히려 할 일이거늘사립문 밀치고 졸다가 보니 그윽히 새들은 내 고독함을 알아차리고창 앞을 그림자 되어 아른대며 스쳐가네 깊고 고요한 곳 이 산에서구름을 베개하여 졸고 있는 내 행색에헤라 좋을시고 그 가운데 취미를미친 온 세상에 놓아두어라. 일은 있는데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워나른해지면 이내 잠을 잘 뿐이다.예부터 전해오는 이 글귀는 오직 이 문 앞에만 있을 뿐이다.           졸음(睡眠)  머리 숙이고 항상 조느니..